4분기도 0.4%P↓… 건설투자 3.2% 감소
기존 연간 전망치보다 0.2%P 낮아져
비상계엄 여파 소비 위축·건설 부진 영향
2025년 1분기는 추경 속도·美 신정책 변수
대내외 불확실성에 기업 체감경기도 ‘뚝’
1분기 제조업 BSI 2020년 이후 최저치
지난해 4분기 경제성장률이 0.1%에 그치고 연간 성장률도 2.0%로 떨어졌다. 작년 12월 초 비상계엄 선포 여파로 소비심리가 위축되고 건설경기 부진이 예상보다 심화한 탓인데, 그 영향은 올해 1분기까지 계속될 전망이다. 미국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정책 기조 등 대내외 불확실성까지 겹치며 기업체감경기도 코로나19 팬데믹 시기 수준으로 악화했다.
23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2024년 4분기 및 연간 실질 국내총생산(GDP)’ 속보치에 따르면 지난해 연간 경제성장률은 2.0%(전년 대비)로 집계됐다. 지난해 11월 내놓았던 전망치(2.2%)보다 0.2%포인트 낮아졌다.
연간 성장률이 떨어진 것은 ‘4분기 쇼크’ 영향이 크다. 지난해 4분기 성장률은 0.1%(전분기 대비)로, 한은이 작년 11월에 전망한 수치(0.5%)를 크게 하회했다.
우리 경제는 지난해 1분기 1.3%의 깜짝 성장을 기록한 후 2분기에 0.2% 역성장했고, 3분기에는 0.1%를 기록했다. 3분기와 4분기 연속 0.1%의 성장에 그친 것이다.
4분기 성장 쇼크는 민간소비와 건설투자 부진에서 비롯됐다.
한은 신승철 경제통계국장은 “작년 12월 정치 불확실성 확대로 소비 심리가 위축되면서 민간 소비에 악영향을 줬고, 건설 수주·착공 등 선행지표가 부진한 가운데 12월 분양 실적이 안 좋게 나오는 등 건설 경기가 예상보다 더 나빴다”고 설명했다.
민간소비는 당초 0.5% 성장을 전망했으나 0.2%에 그치고, 건설투자는 3.2%나 감소했다.
한은은 올해 1분기까지 경기 부진이 계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신 국장은 “정치 불확실성에 따른 경제심리 위축, 건설 경기 부진 심화는 올해 1분기에도 영향을 줄 것으로 본다”면서 “작년 11월에 예상했던 0.5% 성장보다 좀 낮게 나올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추가경정예산 집행 폭과 속도, 미국 신정부 정책도 주요 변수가 될 전망이다.
이처럼 대내외 불확실성이 지속되면서 기업의 체감경기도 코로나 팬데믹 이후 최저수준으로 떨어지고 있다.
한은이 이날 발표한 1월 기업경기조사 결과에서 기업심리지수(CBSI)는 전월보다 1.4포인트 하락한 85.9로 집계됐다. 이 지수는 지난해 10월 92.5에서 11월 91.8로 내리고 비상계엄 사태가 있던 12월에 87.3으로 뚝 떨어졌다. 올해 1월에는 그보다 더 내려가면서 2020년 9월(83.4)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 두 달째 지속됐다.
대한상공회의소가 전국 제조기업을 대상으로 조사한 ‘1분기 기업 경기전망 지수(BSI)’도 61로 역대 최저였던 2020년 3분기(55)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CBSI와 BSI 모두 100 이상이면 경제 전반에 대한 기업 심리가 낙관적, 반대로 100 이하면 비관적이라는 뜻이다.
비상계엄으로 인한 국내 정치적 불안과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정책 불확실성은 지난해뿐 아니라 올해 성장률도 끌어내릴 가능성이 높다.
한은은 다음 달 25일 수정 경제전망에서 올해 연간 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1.9%에서 1.6~1.7%로 하향 조정할 것이라고 예고한 상태다. 전문가들은 우리나라 잠재성장률(2.0%)도 1%대로 떨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한국경제인협회가 계엄 사태 전인 지난해 11월 22∼29일 국내 주요 대학 상경계열 교수 111명을 조사한 결과 10명 중 6명 가까이(57.6%)가 올해 한국 잠재성장률을 1대로 추정했다. 1.7∼1.9 구간이 전체 응답의 31.5를 차지했고 1.1∼1.3 구간이 13.5, 1.4∼1.6 구간이 12.6였다. ‘2.0 이상’으로 본 교수는 42.4였다.
이들은 한국 경제의 중장기 위협 요인으로 저출산·고령화로 인한 인구절벽(41.8)과 신성장동력 부재(34.5), 노동시장의 경직성과 낮은 노동생산성(10.8) 등을 꼽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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