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가 23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국민연금법안 공청회에서 연금개혁 방식을 두고 충돌했다. 여당은 기초연금과 퇴직연금 등을 포괄한 ‘구조개혁’이 필요하다는 입장인 반면, 야당은 국민연금의 보험료율과 소득대체율을 조정하는 ‘모수개혁’부터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연금개혁이 시급하다”고 입을 모으면서도 해를 넘어서까지 각자의 주장을 고수하며 논의가 평행선을 달리는 모습이다.
국민의힘 백종헌 의원은 이날 공청회에서 “국민연금 개혁이 지체될수록 그 부담이 미래 세대에게 넘어가는 만큼 책임지고 시급히 (해결)해야 할 문제”라며 “현재 기금 고갈 우려가 점점 커지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국민의힘은 연금개혁이 ‘국민연금 개혁’에 국한돼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서명옥 의원은 “현재 같은 보험률과 소득대체율을 유지할 때는, 연금 개혁이 없다면 30년 후 기금이 고갈된다”며 “단순히 소득대체율을 올리는 데만 집중해선 안 된다. 연금 개혁을 위해 모든 걸 테이블에 올려놓고 관련 부처와 심도 있게 논의해야 한다”고 했다.
특위를 구성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안상훈 의원은 “국민연금만 가지고 대한민국의 노후소득 보장, 노후 빈곤, 국민연금 재정 안정이라는 3마리 토끼를 잡는 것은 불가능하다”며 “기초·퇴직연금까지 보는 그런, 국회 내 연금특위, 보건복지위원회를 넘어 기획재정위원회, 환경노동위원회까지 넘어서는 특위 구성 주장을 야당에서 빨리 받아야 한다”고 했다.
더불어민주당은 모수개혁을 신속히 처리하는 게 우선이라고 맞섰다.
남인순 의원은 “연금특위를 구성하냐, 상임위원에서 하냐는 논의가 있는데 모든 것을 다 합의할 수 없으니 그동안 접근된 것부터 먼저 상임위에서 처리하자”며 “모수개혁을 먼저 신속히 처리할 수 있으면 하고, 국가 지급 보장 명문화라든지 크레딧 제도 확대 부분들을 함께 처리할 수 있으면 좋겠다”고 했다.
이수진 의원도 “(지난) 21대 국회에서 여야 합의에 근접했지만, 대통령실의 갑작스러운 구조개혁 요구로 아무런 성과도 내지 못했다”며 “윤석열 정부가 내건 자동조정장치는 자동삭감장치였다. 소득대체율 42%를 자동 삭감, 실제로는 35%까지 내리는 인하안”이라고 꼬집었다.
국민의힘이 기금 고갈에 대한 과도한 공포감을 주고 있다는 지적도 있었다. 소병훈 의원은 “‘국민연금이 고갈되면 지금 젊은이들은 돈만 내고 못 받는다’는 공갈·협박 좀 안 했으면 좋겠다. 정말 너무 문제가 많은 발언”이라고 비판했다.
앞서 정부는 지난해 보험료율을 현행 9%에서 13%로 올리고, 소득대체율을 40%에서 42%로 조정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연금 개혁안을 발표한 바 있다. 21대 국회에서 여야는 접점을 찾아가는 듯 보였지만, 대통령실이 구조개혁을 요구하면서 22대 국회로 공이 넘어간 뒤로 여야 논의는 정체된 상태다.
한편 복지위는 이날 오전 전체회의에서 코로나19 예방 접종으로 건강상 피해를 본 이들에게 보상과 지원을 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특별법, 실물 장애인등록증과 효력이 동일한 모바일 장애인등록증의 발급 근거를 마련한 ‘장애인복지법 개정안’ 등 법안을 의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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