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타니가 있어서 다저스를 선택한 건 아니다”
일본의 우완 파워피처 사사키 로키(24)가 미국 메이저리그(MLB) 로스앤젤레스 다저스 입단 기자회견에서 남긴 말이다. 사사키의 다저스 선택의 배경에는 메이저리그 최고 슈퍼스타로 발돋움한 오타니 쇼헤이를 비롯해 야마모토 요시노부 등 일본인 동료들이 많아서가 아니냐는 관측이 나왔지만, 사사키가 이를 부인한 것이다.
사사키는 23일(한국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LA의 다저스타디움에서 입단 기자회견을 가졌다.
사사키의 등번호는 11번이다. 등번호 11번 유니폼을 입고 기자회견장에 들어선 사사키는 “일본에서 큰 성과를 내지 못했는데, 많은 팀에서 저에게 관심을 보여줘 영광으로 생각한다”고 통역을 통해 소감을 밝혔다. 이어 최근 LA 지역 산불 피해에 대해 “저도 자연재해로 어려움을 겪은 바 있다”고 소개하며 “그래도 목표를 잃지 않고 목표를 향해 가려는 마음을 다잡으려 했다”고 위로했다. AFP통신은 “사사키가 2011년 동일본 대지진 때 아버지를 잃었다”고 전했다.
사사키는 그러면서 “LA가 지금 어려운 시기를 겪고 있는데, 저도 오늘부터 다저스의 일원으로 이 도시 분들과 함께 앞으로 나가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사사키는 고교 시절 시속 160km가 넘는 강속구를 뿌려 일본 전역의 관심을 받은 유망주 출신이다. 2020년 지바 롯데에 입단했지만, 투구폼과 릴리스 포인트 교정에만 힘쓰며 1년간 1,2군 마운드에 단 한 번도 오르지 않았다. 지바 롯데가 그만큼 애지중지 키운 사사키는 2021시즌에 처음 1군 무대에 모습을 드러냈다. 2022년엔 19탈삼진에 13타자 연속 탈삼진을 곁들인 세계 최연소(20세 5개월) 퍼펙트게임을 달성하며 일본을 넘어 전 세계 야구팬들의 관심을 한 몸에 받았다. 2024시즌까지 일본 프로야구에서 4시즌을 뛰며 69경기 394.2이닝 29승15패 평균자책점 2.10을 기록한 뒤 미국 진출을 선언했다.
일본 프로야구에서 단 한 번도 규정이닝을 채운 적이 없을 정도로 내구성에는 의구심을 갖게 하는 사사키지만, 등판하기만 하면 160km를 넘나드는 포심 패스트볼과 결정구 포크볼을 앞세워 워낙 위력적인 공을 뿌리기에 그의 미국 진출 선언에 많은 메이저리그 구단들이 영입전에 달려들었다. 만 25세 이하 선수라 자유계약선수(FA) 신분이 아니라 국제 아마추어 신분으로 분류되다보니 대형계약을 맺을 수 없고, 연봉도 최저 연봉으로 정해져있다. 이러한 신분적 제약이 오히려 사사키가 ‘갑’의 위치에 설 수 있는 상황이 연출됐다. 잠재력이 풍부한 유망주를 FA 신분이 되기 전까지 6시즌 동안 쓸 수 있기 때문이다.
사사키의 ‘역면접’에 의해 뉴욕 양키스 등이 탈락 통보를 차례차례 받았고, 결국 사사키에게 낙점을 받은 것은 다저스였다.
사사키는 “메이저리그 진출을 선언한 뒤 많은 팀들의 연락을 받아 영광스럽다”며 “내 일생 일대의 기회였고 가장 성장할 수 있는 팀을 선택했다. 어려운 결정이었으나 난 다저스에서 성장할 수 있다는 확신과 믿음이 있다”고 말했다.
사사키가 다저스를 선택한 이유에 대해선 ‘사무라이 재팬’에서 함께 뛰며 2023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우승을 합작한 오타니나 야마모토가 있기 때문이 아니냐는 분석도 나왔다. 실제 미팅 과정에서 다저스는 오타니를 비롯해 무키 베츠, 프레디 프리먼까지 MVP 트리오에다 사사키의 공을 직접 받을 주전 포수 윌 스미스 등이 사사키에게 직접 러브콜을 보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그는 오타니의 존재가 다저스를 택한 결정적인 요인은 아니었다고 설명했다. 사사키는 “팀에 일본 선수가 있는지 없는지는 내게 우선순위가 아니었다. 모든 팀을 살펴봤다. 다저스는 가장 안정된 팀이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오타니, 야마모토와 같이 훌륭한 선수와 함께 플레이할 수 있어서 정말 기대가 된다. 그들뿐 아니라 다른 뛰어난 선수들과 함께 플레이할 것이 설렌다”고 덧붙였다.
사사키의 입단 기자회견에 참석한 앤드류 프리드먼 다저스 사장은 “그의 목표는 사이영상을 수상하는 최초의 일본인 투수가 되는 것”이라면서 “충분한 능력을 갖췄다. 사사키가 우리 팀에서 뛸 수 있어서 기쁘다”고 말했다.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