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K·영풍 "강도 당한 기분" "정신 나간 사람"…법적 대응 시사
고려아연(010130) 경영권 분쟁의 핵(核)으로 떠올랐던 23일 임시주총이 최윤범 회장의 승리로 일단 막을 내렸다. 최 회장 측이 마지막 승부수로 띄웠던 '상호주 제한'이 먹혀들면서 최대주주인 영풍(000670)의 의결권이 무력화됐고, MBK파트너스·영풍의 고려아연 이사회 장악이 불발됐다.
다만 MBK·영풍 측이 법적 대응을 예고하면서 경영권 분쟁은 '연장전'에 접어들 전망이다. 특히 MBK·영풍 측은 최 회장이 경영권 보전을 위해 고려아연 지배구조에 순환출자 고리를 만들었고, 위법적으로 영풍의 의결권을 배제했다고 주장하고 있어 '제2의 불씨'가 남았다.
최윤범의 '극적 반전'…집중투표제·이사회 장악 다잡았다
고려아연은 이날 서울 용산구 그랜드 하얏트 호텔에서 임시 주주총회를 열고 '집중투표제 도입을 위한 정관 변경안'과 '이사 수 19인 상한 정관 변경안' 등을 잇달아 의결했다. 신규 이사 선임 투표에선 고려아연 측 추천 이사 7인이 모두 과반 찬성으로 가결됐고, MBK·영풍 측 추천 이사 14인은 전원 부결됐다.
핵심 안건이었던 집중투표제는 찬성률 76.4%, 이사 수 19인 상한은 찬성률 73.2%로 가결됐다. 최 회장 측이 제안한 '사외이사 이사회 의장 선임을 위한 정관 변경의 건'도 찬성 71.44%로 통과됐다. MBK·영풍 측 제안 안건인 '집행임원제도 도입'은 부결됐다.
고려아연 이사회 총원은 이날 주총으로 기존 12명에서 19명으로 늘었다. 이중 장형진 영풍그룹 고문을 제외한 17명이 최윤범 회장 측이다. 최 회장 입장에선 기존보다 이사회 내 장악력을 한층 높이면서, 집중투표제와 이사진 상한 등 원했던 안건을 대부분 통과시킨 셈이다.
'상호출자'로 영풍 의결권 제한…MBK·영풍 '반발 퇴장'
당초 MBK·영풍 연합보다 지분율이 밀렸던 최윤범 회장이 이날 승리한 이유는 전날(22일) 마지막 승부수로 던진 '상호주 의결권 제한' 덕이다. 고려아연 지분율 25.42%를 쥐고 있는 최대주주 영풍의 의결권이 묶이면서 MBK·영풍의 지분율은 40.97%에서 15.55%로 급감했다.
앞서 고려아연의 호주 손자회사인 선메탈코퍼레이션(SMC)은 임시주총 하루 전인 22일 영풍정밀과 최윤범 회장 및 일가족으로부터 영풍 주식 19만226주(10.33%)를 575억 원에 장외 매수했다.
고려아연은 호주 중간지주사 역할을 하는 선메탈홀딩스를 통해 SMC 100%를 지배하고 있다. SMC가 영풍 지분 10.33%를 확보하면서 고려아연 지분 25.42%를 보유하고 있는 영풍에 대한 지배력을 갖게 됐다. '고려아연→SMH→SMC→영풍→고려아연'으로 이어지는 순환출자 고리가 생긴 것이다.
상법 제369조 3항에 따르면 두 회사가 10%를 초과해 서로의 지분을 갖고 있을 경우, 각 회사가 상대방 기업에 대해 의결권을 행사할 수 없다. MBK·영풍은 SMC가 유한회사이자 외국회사이기 때문에 상호주 의결권 제한 규정 적용 대상이 될 수 없다고 주장했지만, 고려아연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MBK·영풍 "즉각 법적 대응"…최악 경우엔 주총 결의 '무효'
최 회장 측은 MBK·영풍의 경영권 인수를 일단 저지했지만, 곧장 쟁송(爭訟)에 휘말릴 것으로 보인다. MBK·영풍은 조속한 시일 내에 주주총회결의 효력 정지 가처분을 신청한다는 방침이어서 최악의 경우엔 이날 주총 결의가 '도돌이표'가 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영풍 대리인인 이성훈 베이커매킨지코리아 변호사는 이날 영풍의 의결권이 제한되자 "너무나 황당한 생각을 금할 수 없다. 강도를 당한 기분"이라고 반발했다. MBK 측 대리인은 "이사회가 최윤범 회장의 편법을 받아들여 최대 주주의 의결권을 제한한 행위에 대해 반드시 책임을 묻겠다"며 법적 대응을 예고했다.
강성두 영풍 사장을 비롯한 영풍·MBK 관계자들은 이날 주총이 끝나기 전 자리를 떴다. 강 사장은 주총장 밖에서 기자들과 만나 "최대 주주가 의결권이 없다는 건 상식적으로 이해가 안 되는 일"이라며 "법원에서 의결권을 회복해 줄 것으로 믿는다. 가처분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광일 MBK 부회장은 뉴스1과 만나 영풍의 의결권 회복 방안에 대해 "탈법적 순환 출자에 대한 책임을 따져 묻고 최대 주주로서 법 위반을 바로잡는 방법이 있고, 영풍 스스로가 상호 출자 형식에서 벗어나는 방법도 있다"며 "(순환 출자 고리로) 주야장천 영풍의 발을 묶을 수 없다는 것은 이 사람들(최 회장 측)도 안다"고 말했다.
김 부회장은 최 회장 측이 고려아연 지배구조에 '순환출자 고리'를 만든 것을 겨냥해 "사업상의 이유로 (어쩌다) 순환출자 구조에 걸릴 수는 있어도 오로지 순환출자 구조를 이용해 누군가를 덫에 걸리게 시도하는 정신 나간 사람은 아무도 없다"고 일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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