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아연 vs MBK·영풍… 반전의 반전의 반전의 4개월

고려아연과 MBK파트너스·영풍의 경영권 분쟁의 시작은 지난해 9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앞서 75년을 이어오던 고려아연과 영풍의 결별로 조짐이 있었으나 MBK·영풍이 지분 매수에 나서면서 본격화했다. 약 4개월간 양측은 ‘쩐의 전쟁’부터 각종 소송전, 여론전까지 동원하며 극한 대립을 이어왔다. 경영권 향방을 가를 23일 임시주주총회에서 일단 고려아연은 MBK·영풍을 막아냈다. 그러나 양측의 공방은 아직도 현재진행 중이다. 

김광일 MBK파트너스 부회장(가운데)이 2024년 9월 고려아연 공개매수 관련 기자간담회에서 질문에 답하고 있다. 왼쪽부터 강성두 영풍 사장, 김 부회장, 이성훈 베이커매킨지코리아 변호사. 연합뉴스

◆공개매수 선언 ‘포문’

24일 재계에 따르면 MBK는 지난해 9월12일 영풍 지분 인수와 의결권 공동행사에 관한 계약을 체결하고 고려아연 최대주주가 됐다고 발표했다. 

MBK·영풍 측은 이어 고려아연 지분 공개매수를 선언했다. 1주당 66만원을 제시했다. 

고려아연은 “약탈적 인수합병(M&A)”이라며 정면 대결에 나섰다. 경영권 방어를 위한 우군 확보에 더해, 1주당 80만원을 제시하며 대항 매수를 선언했다. 

이후 양측의 대결은 치킨게임 양상으로 흘러갔다. MBK·영풍이 공개매수가를 75만원, 83만원으로 잇따라 올렸다. 고려아연은 89만원으로 올리며 맞불을 놓았다.

고려아연은 공개매수 중 유상증자를 시도했으나 금감원은 부당거래 소지가 있다며 제동을 걸었다.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은 결국 유상증자를 철회하며 고개를 숙였다. 

◆각종 소송과 금감원 진정 ‘공격’

법정 공방도 이어졌다. MBK·열풍은 고려아연의 자사주 공개매수에 대해 두 차례 가처분 신청을 제기했다. 법원은 1, 2차 모두 기각 결정을 내렸다. MBK·영풍은 고려아연의 자사주 처분을 금지해달라는 가처분 신청도 제시했다. 

MBK·영풍은 고려아연 관련 언론 보도 댓글과 온라인 종목토론방 등에서 활동하는 ‘역바이럴’(음해성 여론 조작) 정황을 포착했다며 경찰 등 관계 당국에 수사를 의뢰했다. 

고려아연은 MBK·영풍이 부정거래와 시세조종 등 혐의로 금융감독원에 진정서를 제출했다. 또 MBK가 비밀유지계약을 어기고 과거 자사를 대상으로 한 신규 투자 검토 목적으로 받았던 자료를 거꾸로 자사 경영권 접수 시도에 활용한 것으로 의심된다고 주장하며 금감원에 진정을 냈다. 

지난해 말 1월23일로 임시주주총회 날짜가 정해진 뒤 양측의 대결은 한층 격화했다. 

MBK·영풍은 14명을 추가로 이사로 선임하는 안건을 올렸다. 현재 고려아연 이사회 이사 12명으로, 최 회장 측 11명, 영풍 측 1명이다. MBK·영풍 14명이 모두 참여하게 되면 11대 15로 경영권을 갖게 된다. 

고려아연은 집중투표제를 카드로 꺼내 들었다. 임시주총에서 집중투표제 안건을 먼저 처리한 뒤 이를 기반으로 추가로 이사선임을 하겠다는 것이다. 확보 지분이 상대적으로 불리한 상황을 집중투표제로 해결하겠다는 계산이었다. 전체 이사수는 19명으로 제한하면서, 신규 이사 후보 7명을 제시했다. 

MBK·영풍은 즉각 집중투표 이사선임 의안상정 금지 가처분을 신청했다. 법원은 이번에는 가처분을 인용하면서 MBK·영풍 측 손을 들어줬다.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이 2024년 10월 고려아연 자사주 매입 계획 등 경영권 방어 방안에 대해 밝히고 있다. 뉴시스

◆‘상호주 의결권 제한’ 묘수

MBK·영풍이 승기를 잡는 듯했지만, 고려아연은 ‘상호주 의결권 제한’으로 반전을 이뤄냈다. 임시주총 전날인 22일 호주에 있는 고려아연 손자회사인 선메탈코퍼레이션(SMC)에 최 회장 일가와 영풍정밀이 보유한 주식 10.33%를 넘겼다. 상법상 손자회사가 지분 10%를 보유한 회사의 경우 순환출자 고리에 묶인 회사에 대해 의결권을 행사할 수 없다는 점을 노린 것이다. 영풍이 고려아연 지분율 25.42%에 대한 의결권을 임시주총에서 사용하지 못하도록 하기 위한 전략이었다.

MBK·영풍은 결국 임시주총에서 25.42%의 의결권을 행사하지 못했다. 

이 때문에 우호 지분을 합해 의결권 기준 39.16%의 지분을 보유한 최 회장 측은 집중투표제 도입을 위한 정관 변경, 이사 수 19명 상한 안건, 최 회장 추천 7명 신규이사 선임을 모두 이뤄내는 것으로 임시주총을 마무리했다. 

고려아연 주주들이 23일 서울 중구 그랜드하얏트 서울에 마련된 고려아연 임시주주총회장에 들어가기 위해 줄 서 있다. 뉴시스

◆대결은 ‘…ing’

다만 양측의 대립은 계속될 전망이다. 해당 법은 국내 회사에만 해당하는 것이지, 호주 법인인 SMC에는 적용할 수 없으며, SMC가 주식회사가 아닌 ‘유한회사’인 만큼 상호주 의결권을 제한할 수 없다는 것이 영풍 측 주장이다. 

MBK·영풍은 주주총회 결의 효력 정지 가처분과 주총 결의 취소·무효 확인·부존재 확인 등 다양한 법적 대응 방안을 예고했다. 

3월 정기주총이 예정돼 있어 당분간 대결은 불가피하다. 

이진경 기자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