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레이스 기간때부터 친가상화폐 기조를 분명히 해오며 시장의 기대를 키웠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마침내 관련 정책 구체화를 시작했다. 23일(현지시간) 가상화폐 관련 정책을 검토할 실무그룹(워킹그룹)을 신설하도록 지시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 집무실에서 트럼프 행정부의 가상화폐 및 인공지능(AI) 총책임자로 선임된 데이비드 색스가 배석한 가운데 가상화폐 실무그룹을 신설하는 내용의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가상화폐 실무그룹은 디지털 자산 관련 정책에 대해 백악관에 조언하는 역할을 맡으며 재무부, 법무부, 증권거래위원회(SEC),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 등 정부 기구들이 관여한다.
실무그룹은 가상화폐 규제의 틀을 짜는 한편, 국가 차원에서 디지털 자산을 비축하는 방안에 대한 평가를 포함한 입법 관련 제안을 담은 보고서를 향후 약 6개월 안에 트럼프 대통령에게 제출하게 된다. 행정명령은 이와 함께 가상화폐 업체들을 위한 은행 서비스가 보호받도록 하고, 중앙은행의 디지털통화 창설을 금지하는 내용도 담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 조치에 대해 “이 나라를 위해 많은 돈을 벌 것”이라고 말했다. 배석한 가상화폐 총책임자 데이비드 색스는 워킹그룹이 “트럼프 대통령의 지도력 하에서 미국을 가상화폐의 세계 수도로 만들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가상화폐 업계는 가상화폐 친화적인 트럼프 대통령이 작년 11월 대선에서 승리하자 비트코인의 전략적 비축, 가상화폐 자문위원회 신설 등을 실현하는 행정명령을 위해 로비를 벌여왔다.
이에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직후 ‘AI 관련 미국의 리더십에 대한 장애물 제거’로 명명된 행정명령에 서명하며 화답했다. 백악관이 공개한 행정명령 전문은 “이 명령은 미국의 AI 혁신에 장애물로 작용하는 AI 정책과 지침들을 철회해 미국이 AI에서 세계적 지도력을 유지하기 위해 단호하게 행동할 수 있는 길을 트는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행정명령은 “미국의 정책은 인류 번영, 경제적 경쟁력, 국가안보를 촉진하기 위해 세계적으로 미국의 AI 관련 압도적 지위를 유지 및 강화하는 것”이라며 이를 위한 행동계획을 180일 이내에 수립할 것을 당국자들에게 지시했다. 행정명령에 따라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는 지난 21일 가상화폐 태스크포스(TF)를 설립했다. 이어 이날 정부 차원의 정책 실무그룹까지 신설된 것이다.
다만, 정작 정책이 구체화되자 시장 반응은 ‘시큰둥’하다. 이날 트럼프 대통령의 행정명령이 나오고 약 3시간 뒤인 오후 6시15분(미 동부시간) 미국 가상화폐 거래소 코인베이스 기준에서 비트코인 가격은 24시간 전보다 0.25% 내린 10만4242달러를 기록했다. 트럼프 대통령 측이 발행한 밈 코인 ‘오피셜 트럼프’도 하루 전보다 3.02% 내렸다.
가상화폐 시가총액 2위인 이더리움은 2.7% 올랐지만, 리플(1.67%↓)과 솔라나(3.36%↓), 도지코인(2.56%↓) 등 대부분의 주요 가상화폐가 약세를 보였다. 블룸버그 통신과 코인데스크 등 매체들은 일부 투자자들 사이에서 이번 행정명령에 비트코인의 전략적 자산 비축에 관한 내용이 명시되지 않은 데 대해 실망스럽다는 반응이 나왔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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