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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정 열악한 지자체들의 ‘묻지마’ 지원금 경쟁 [논설실의 관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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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5-01-28 21:00:00 수정 : 2025-01-28 16:42: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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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제·진안·보성 등 20만∼50만원씩 나눠줘
내수진작 필요하나 ‘현금 퍼주기‘는 안 돼
재원 조달 계획 통한 선별 지원이 바람직

임시공휴일을 포함한 설명절 연휴를 맞아 일부 지자체들이 ‘민생지원’ 명목으로 경쟁적인 현금 살포에 나서고 있다.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전북 진안군은 1인당 20만원을 민생안정지원금 명목으로 나눠주기로 했다. 전남 보성군도 1인당 30만원씩 지급한다. 전북 정읍시를 비롯해 남원시, 김제시, 완주군도 동참했다. 1인당 20만∼50만원 규모다. 전국적으로 지원금을 주겠다고 나선 지자체는 경기 광명·파주시 등 줄잡아 15곳에 이른다. 상대적으로 재정상태가 양호한 수도권 지자체와 달리 이들 지자체의 재정자립도는 최악이다. 1년 예산의 절반을 중앙정부 지원으로 채우는 진안군의 지난해 재정자립도는 6.69%로 226개 지자체 중 전국 꼴찌다. 올해 자체 수입이 328억원에 불과한데도 14.6%에 달하는 48억원을 민생지원금으로 주겠다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다. 보성군과 남원시의 재정자립도 각각 7.61%, 8.68%로 10%대에도 못 미친다. 지방재정이 더 부실해질 것이란 우려가 커지고 있다.

 

12·3 비상계엄과 리더십 공백, 제주항공 참사 등 여파로 내수 부진이 심각해진 건 사실이다. 다만 현금지원 행렬에 동참한 지자체장 대부분이 야당인 더불어민주당 소속 초·재선이라는 게 개운치 않다. 지난 15일 민주당이 국회에서 소속 단체장 4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개최한 ‘지방정부 비상행동 전국회의’에서 정읍·파주시장이 민생지원금 지급을 발표했다. 이재명 대표가 참석한 이 날 회의 직후 보성·고흥 등 6곳이 추가로 지원금 계획을 내놨다. 재정 여력도 고려하지 않는 선심성 매표행위가 아닐 수 없다.

 

과거 사례에서 보듯 현금 형태의 민생지원금이 경기회복에 기여하는 효과는 미미하다. 정부와 국민의힘이 추가경정예산 편성 필요성에는 공감하면서도 선뜻 나서지 못하는 것도 이런 포퓰리즘식 현금 살포 우려 때문이다. 민주당은 지난해 말부터 올해 예산안에 1조원 규모의 지역 화폐 반영을 요구했지만, 정부 거부로 무산됐다. 그러자 지난 22일 지역 화폐에 정부 재정 지원을 의무화하는 법안까지 발의했다.

 

사상 초유의 감액 예산을 의결한 건 절대 다수의석을 가진 민주당이다. 재정이 압박을 받는 상황에서 계엄·탄핵사태까지 겹치면서 내수 진작을 위한 재정 지출 확대 필요성은 커졌다. 하지만 그 방법이 현금 퍼주기여서는 곤란하다. 야당은 추경 편성 논의에 앞서 지역 화폐나 민생지원금 요구부터 접어야 한다. 재정의 적극적 역할을 주문한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도 “자영업자가 어렵다면 전 국민을 대상으로 지원금을 줄 것이 아니라 타깃 해서 지원하는 게 당연한 것”이라고 말하지 않았는가. 재정은 주머니 속 쌈짓돈이 아니다. 현금성 복지 지원은 한번 시행되면 줄이거나 없애기 어려운 만큼 중독성이 강하다. 구체적인 재원 조달 계획도 없이 선심성 현금 복지 정책을 펴는 것은 가뜩이나 어려운 지방재정을 더 악화시키는 자충수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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