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1위 전기차 업체 BYD(비야디)의 전기 승용차가 한국 시장에서 순조로운 출발을 알렸다. 저렴한 가격을 무기로 내세운 중국 전기차가 한국 자동차 시장을 흔들지, 아니면 여전히 높은 벽을 마주할지 아직은 알 수 없다. 한국 진출을 준비하고 있는 다른 중국 전기차 업체와 국내 자동차 업계는 조심스럽게 BYD의 행보를 주시하고 있다.
◆일주일 동안 사전 계약 1000대
BYD코리아는 지난 16일 공개한 소형 전기 스포츠유틸리티차(SUV) BYD 아토3의 사전 계약 건수가 1주일 만인 23일 1000대를 넘어섰다고 24일 밝혔다. 국내 판매량에 의구심도 있었지만 일단 무난하게 출발한 셈이다.
사전 계약의 99%는 통풍시트, 공기 정화 시스템, 전동 테일게이트, 스웨덴 오디오 기술 브랜드 ‘디락’ 사운드 시스템 등의 편의 사양이 적용된 상위 트림 BYD 아토3 플러스를 선택했다는 설명이다. 지역별로 경기가 34%로 가장 많고 서울 29%, 기타 37%로 집계됐다.
조인철 BYD코리아 승용 부문 대표는 “BYD 승용 브랜드가 이제 시작했음에도 예상보다 많은 국내 고객들의 높은 관심과 긍정적 평가에 감사한 마음”이라며 “BYD를 선택한 고객들의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차량 인도 전까지 최고 품질의 상품과 서비스 준비에 모든 노력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서두르지 않고 소비자 접점 늘린다
BYD는 승용 사업 부문을 시작하며 보조금 적용 시 2000만원대로 구입할 수 있는 전기차를 내놓는 승부수를 띄웠다.
아토3의 기본 트림은 3150만원으로, 당초 시장에서 예상했던 3000만원 중반대보다 낮다. 전날 밤까지 가격 책정에 고심했다는 후문이다. 유럽(4만유로·약 5800만원), 일본(440만엔·약 4100만원) 등과 비교해 매우 저렴한 수준이다.
그럼에도 BYD코리아는 목표 판매량 대신 “최대한 많은 사람이 경험하도록 하겠다”는 정도를 목표로 제시했다. “당장의 판매량보다 안전성·편의성·성능 등 모든 면에서 고객이 신뢰할 수 있는 브랜드로 성장시키는 데 역량을 집중할 것”이라는 설명이다. 중국산 전기차에 대한 국내 소비자의 우려와 불신이 큰 상황에서 부정적인 인식을 없애는 것이 우선이라는 의미다.
이를 위해 BYD는 전국 6개 권역별로 딜러사를 선정했다. 딜러사는 순차적으로 문을 여는 전국 15개 전시장과 11개 서비스센터에서 소비자를 대면하며 차량의 장점을 적극 설명하고 애프터서비스(AS)를 지원한다. BYD의 이러한 판매 정책은 소비자와 접점을 최대한 늘리고 활발히 소통해 서서히 긍정적 이미지를 구축하겠다는 전략으로 읽힌다.
이는 한국 시장에 성공적으로 안착한 미국 전기차 업체 테슬라의 행보와 대조적이다. 2017년 국내에서 사업을 시작한 테슬라 코리아는 딜러사를 두지 않고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온라인으로만 차량을 판매하고 있다. 테슬라 코리아는 지난해 국내에서 수입차 판매 3위에 올랐다.
◆일본 전기차 시장에서 토요타 제쳐
BYD는 ‘수입차의 무덤’이라는 일본에서 이미 전기차만으로는 토요타를 제쳤다.
지난해 일본에서 판매된 전기 승용차는 5만9736대로, 전년 대비 33% 감소했다. 전체 판매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에 못미쳐 주요 선진국 중 최저 수준이다.
이 가운데 닛산이 3만749대로 가장 많은 차량을 판매했다. 2위는 5600대를 판매한 테슬라, 3위는 2504대를 판매한 미쓰비시다. BYD는 전년보다 64% 늘어난 2223대를 판매하면서 토요타(2038대)를 제치고 4위에 올랐다.
2022년 일본에 진출한 BYD는 초반에 저조한 실적을 기록했지만 이후 세단 씰, 소형 전기차 돌핀 한정판 등을 출시하며 판매량을 확대했다. BYD는 일본 시장 진출 초반 개인 고객보다 렌터카와 기업 등 법인 고객(B2B)을 중심으로 영업을 전개하며 장기전에 대비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업계도 BYD의 진출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양진수 현대차그룹 HMG경영연구원 모빌리티산업연구실 실장은 한국자동차기자협회 세미나에서 “로보락이 들어오면서 LG전자가 시장점유율을 많이 빼앗겼다는데, 자동차업계에서도 얼마든지 똑같은 사례가 발생할 수 있다”며 “BYD가 보여주는 경쟁력을 생각하면 분명히 위기감을 가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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