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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올 김용옥 “이 위기는 유사이래 천재일우의 기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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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5-01-26 06:06:12 수정 : 2025-01-26 06:0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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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 피신하셔야 되지 않을까요? 제가 차 몰고 갈까요?”

 

“걱정 말고 가게일이나 잘하고 있게. 나는 비상계엄 선포문 내용이나 검토해봐야겠네.”

 

철학자 도올 김용옥. 연합뉴스

철학자 도올 김용옥이 12·3 비상계엄의 밤 당시를 떠올렸다. 우리나라 지성사회에서 독특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도올은 23일 발간된 저서  ‘상식-우리는 이러했다’를 통해 혜화동 로터리 근방에서 통닭집을 운영하는 후배 전화로 계엄령 발동을 알게 됐다고 밝혔다.

 

서재에서 ‘시경’ 번역을 검토 중에 이같은 전화를 받았다는 그는 “내가 김어준만큼이라도 유명한 사람이래서, 이런 상황에서는 위험하다고 생각한 모양이다. 나는 정치적 영향력에 있어서는 어준 총수에 비하면 쨉도 되지 않는다. 죽으라고 원고를 긁어대도 책 몇 권이 안 읽히는 초라한 서생일 뿐이다”라고 적으며 “고조선 문화권의 노래 대신에 갑자기 윤석열의 계엄담화가 내 의식의 중심으로 들어왔다. 그러나 그것은 분석의 대상이 되기에는 너무도 논리적으로 저열했고, 법리적인 근거를 제시하고 있지 못할 뿐 아니라, 그것을 읽는 윤석열의 표정 자체가 위선의 현시일 뿐이었다”고 평가했다.

 

계엄에 대해 도올은 “군대의 무력을 국내의 사태에 활용하기 위하여서는, 특별한 ‘경계넘기’가 필요한데, 그것을 가능케 하는 것이 ‘계엄’이라는 비상수단”이라며 “요번 계엄광란은 전두환신군부의 작란보다도 더 음험하고, 더 악랄하고, 도덕적으로 더 용서할 수 없는 성격을 지니고 있다”고 비판했다. 최소한의 국가운영의 정치는 유지됐던 이전과 달리 이번 사태는 국가체계 자체를 재편하겠다는 야심에 의한 것이라는 주장이다.

 

도올은 “우리나라 어떤 지도자도 왕정을 벗어난 민주주의 그 자체의 원칙과 원리를 근원적으로 부정한 사람은 없었다. 그러나 윤석열은 3권분립의 민주주의 그 자체를 근원적으로 부정하기 위하여 폭압적인 군정 속에 국가를 빠뜨리려 한 것이다. 윤석열은 히틀러가 되기를 원했던 것”이라고 적었다. 

 

12·3 비상계엄 세력을 맹비판하면서도 도올은 이번 사태가 긍정적 국가 변화의 단초가 될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이 모든 사태의 추이를 전관할 때, 우리민족에게 새로운 역사의 전망을 가져다 준 최초의 계기는......그 어마어마한 조직적 악행을 무화無化시켰다는 사실로부터 출발하는 것”이라며 방대한 사변을 거쳐 “우리민족은 지금 절체절명의 위기를 맞이하고 있다. 이 위기는 유사이래 있어본 적이 없는 천재일우의 기회”라고 강조했다.

 

“이 기회를 맞이하여 우리는 새롭게 개시하고, 새롭게 성무하고 새롭게 모험을 시작하여야 한다. 세도정치로부터 두 세기동안 축적된 역사의 과오를 깨끗이 씻어내야 한다.“ 


박성준 선임기자 alex@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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