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이 24일 검찰이 신청한 윤석열 대통령 구속 기간 연장을 불허했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검사가 수사를 한 상황에서 검찰청 검사가 수사를 계속할 이유가 없다는 이유에서다. 예상치 못한 상황에 놓인 검찰은 주말 내로 윤 대통령을 구속기소하거나 석방해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이날 법원은 “수사처(공수처) 검사가 고위공직자범죄에 해당하는 사건을 수사한 다음 공소제기요구서를 붙여 그 서류와 증거물을 검찰청 검사에게 송부한 사건에서, 이를 송부받아 공소제기 여부를 판단하는 검찰청 검사가 수사를 계속할 상당한(타당한) 이유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법원은 고위공직자 등의 범죄를 독립된 위치에서 수사하도록 공수처를 설치한 공수처법의 입법 취지, 수사의 공정성을 담보하기 위한 목적으로 수사와 기소를 분리하고 이를 공수처와 검찰청 사이에도 적용하는 공수처법 제26조의 규정 취지, 검찰청 소속 검사의 보완수사권 유무나 범위에 관해 공수처법에 명시적인 규정이 없는 점 등을 근거로 들었다. 현행 법상 공수처 검사가 수사를 마치고 공소제기를 요구했다면, 검찰청 검사는 그 결과물을 두고 공소제기 만을 검토해야 한다는 취지다.
현행 형사소송법에 따르면 검사의 피의자 구속은 최대 10일까지 가능하고 법원 허가를 받아 10일 내 연장이 가능하다. 다만 검찰청 검사와 공수처 검사 간의 구속기간 합산 등에 대해서는 별다른 규정이 없다. 이에 공수처와 검찰 양측에서 최대 20일씩, 최장 40일도 가능하다는 분석과 두 기관 구속기간을 합쳐 최장 20일로 봐야한다는 분석이 나온 바 있다. 검찰과 공수처는 앞선 10일은 공수처가, 이후 수사와 공소제기는 검찰이 맡는 것으로 잠정 협의했다. 그러나 법원은 이 같은 협의가 ‘명시적 규정이 없다’고 본 셈이다.
법원 관계자는 “공수처법은 공수처가 송부하고 검찰청이 기소를 하게 되는 사건의 경우 검찰청 검사에게 신속하게 기소 여부를 결정하라고 하고 있을 뿐, 추가적 수사가 가능한지에 관한 명문 규정을 두지 않고 있다”며 “오늘(24일) 불허 결정은 공수처로부터 사건 송부를 받은 검찰청 검사가 구속기간 연장에 의한 구속수사와 같은 적극적·전면적 강제수사를 할 수 있는지에 관해서는 법적 근거나 상당성이 부족하다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검찰은 구속기간이 만료되기 전에 윤 대통령을 기소하는 방안을 포함해 향후 대응 방안을 검토 중이다. 검찰은 체포적부심 심리 기간을 포함해 구속기한 만료 시점을 25∼26일 쯤으로 보고 있지만 피의자의 이익을 고려, 25일로 봐야한다는 시각도 있다. 이에 검찰은 25일 대면 조사 등을 실시한 뒤 구속기소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특수본 관계자는 “불허 결정이 이해가지 않는다”고 밝히는 한편, 25일 구속기소나 추가 조사 가능성에 등에 대해서는 “검토 중“이라고만 답했다. 공수처 수사가 사실상 ‘빈손’이라는 평가를 받는 가운데, 검찰이 공수처 수사 결과만 갖고 기소를 할지, 추가 대면 조사를 시도할 지 관심이 모인다.
한편 윤 대통령 변호인단과 여당은 환영의 뜻을 밝히며 “윤 대통령을 즉각 석방하라”고 촉구했다.
윤 대통령 변호인단은 입장문을 통해 “서울중앙지법의 구속영장 기간 연장 불허는 사법의 마지막 자존심이었다”며 “법의 취지를 명확히 해 올바른 결정을 한 것”이라고 밝혔다.
윤 대통령 측은 “검찰은 즉시 대통령을 석방해 공수처의 불법행위에 공범이 되지 말라”며 “지금까지 자행된 모든 불법행위를 해소하기 위해, 불법행위를 저지른 자들에 대한 철저한 수사를 신속히 진행하라”고 강조했다.
국민의힘 신동욱 수석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윤 대통령을 즉각 석방하고, 적법 절차에 따라 불구속 상태에서 적법한 수사를 다시 진행하라”고 밝혔다.
신 수석대변인은 “공수처는 윤 대통령을 체포만 했을 뿐 기소 여부를 판단할 만한 충분한 적법 수사가 이뤄지지 않은 상태”라며 “검찰이 공수처 수사 기록만으로 기소를 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할 것”이라고 했다.
이어 “처음부터 공수처의 수사가 ‘엉터리 수사’였음이 사실상 법원에서 입증된 것”이라며 “현직 대통령의 체포에만 혈안이 돼 대한민국 형사사법체계를 근본부터 무너뜨린 점에 대해 오동운 처장 등 공수처는 강력한 법적 책임을 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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