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라운드 전승을 해도 모자를 판에 전패 위기다. 아직 13경기가 남았지만, 4시즌 만의 봄 배구 복귀는 점점 힘들어지고 있다. IBK기업은행 얘기다.
전반기를 마쳤을 때만 해도 IBK기업은행은 11승7패, 승점 31로 3위 정관장(승점 34, 12승6패)와 격차가 크지 않았다. 페퍼저축은행의 창단으로 여자부에도 3,4위 간의 승점 차가 3 이내면 열리는 준플레이오프가 올 시즌에는 처음으로 열리는 게 아니냐는 기대감도 있었다. 내친 김에 정관장을 넘어 3위 등극도 충분히 바랄 수 있는 상황이었다.
그러나 4라운드를 치르면서 그 기대감은 좌절감으로 바뀌고 있다. 정관장은 4라운드 들어 4경기를 모두 승리하며 전반기부터 이어져온 8연승을 합쳐 파죽의 12연승을 달리고 있는 반면, IBK기업은행은 4라운드 5경기를 모두 패했다. 풀 세트 접전 끝에 패한 게 3경기라 승점 3을 챙긴 게 그나마 위안이 될 수도 있지만, 3밖에 차이나지 않았던 승점 차는 어느덧 9까지 늘어났다.
24일 화성 홈에서 열린 GS칼텍스와의 경기는 5연패 탈출을 위한 절호의 기회였다. 4라운드 들어 경기력이 반등하며 전반기에 이어온 14연패를 탈출한 GS칼텍스지만, 객관적인 전력에서는 IBK기업은행이 앞서는 게 사실이었기 때문. 주전 세터 천신통이 부상으로 결장했지만, 지난 2경기에서 선발 출전하지 못한 토종 주포이자 팀내 최고연봉자(7억원)인 이소영이 다시 선발 출장할 수 있기에 기대감은 컸다.
그러나 막상 뚜껑을 열자 이소영의 존재감은 미미했다. 1세트에 리시브는 80%(4/5)의 성공률을 보였지만, 공격에서 기여가 거의 없었다. 6개를 시도해 단 1개만 성공할 뿐이었다. 그와 대각에서 뛴 육서영이 1세트에만 실바의 공격만 3개를 블로킹해내고 50%의 공격 성공률을 보인 것과 전혀 대조되는 모습이었다.
이소영의 부진에 1세트를 내준 IBK기업은행 김호철 감독은 2세트부터 그를 다시 웜업존으로 불러들이고 황민경을 선발 출장시켰다. 그러자 IBK기업은행의 경기력은 한층 더 살아났다. 이날 5세트까지 주전을 지킨 황민경은 9점, 공격 성공률 42.86%로 알토란같은 활약을 해냈다. 육서영은 팀 내에서 가장 많은 33개의 리시브를 받아가면서도 블로킹 4개 포함 20점(공격 성공률 43.24%)을 올리며 빅토리아(34점, 45.71%)의 뒤를 든든히 받치는 2옵션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2,4세트를 따내며 풀세트까지 승부를 끌고 갔지만, 결국 5세트에서 실바라는 확실한 무기를 가진 GS칼텍스를 이겨내지 못하고 또 한번 풀세트 패배를 당하고 말았다.
전반기를 마쳤을 때만 해도 IBK기업은행은 희망에 부풀어 올랐다. 전반기 내내 어깨 부상으로 인해 선발 출장을 하지 못하고 후위 세자리만 소화했던 이소영이 컨디션을 회복해 주전으로 뛰어준다면 한층 더 팀의 짜임새가 좋아질 것이라는 희망이었다.
그러나 4라운드 들어 그 희망은 어그러지는 모양새다. 이소영의 어깨 상태는 여전히 그리 좋지 못한 상태다. 리시브나 수비는 여전히 주축 아웃사이드 히터 3명 중 가장 뛰어난 모습이지만, 공격 생산력은 가장 떨어진다. 4라운드부터는 이소영과 육서영이 주전으로 나서고, 황민경이 백업으로 나서는 그림을 그렸던 IBK기업은행이다. 이소영이 지금의 공격 생산력이 계속 이어지면 IBK기업은행로선 3년 최대 21억원을 투자한 보람을 전혀 느낄 수 없다.
시간은 IBK기업은행의 편이 아니다. 다음 경기부터라도 이소영이 각성해 연승행진을 달리더라도 정관장이 다른 팀들에게 패하는 그림이 나와야만 봄 배구 진출을 바라볼 수 있다. 이래저래 가정이 많다는 건 실패 가능성이 크다는 얘기다. 모처럼 펼친 통큰 투자가 실패가 되는 모양새다. 남정훈 기자 ch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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