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고거래 시장, 합리적 소비 지향하는 소비자들에게 유용한 대안”
#1. 서울에 거주하는 직장인 김모(35) 씨는 올해 설 선물로 회사에서 받은 한우 세트를 중고 거래 플랫폼에 올렸다. 김 씨는 "고향에 내려가지 않아서 선물 세트를 쓸 일이 없는데, 그냥 두면 유통기한이 지나 버릴 것 같아 올리게 됐다"며 "필요한 사람이 더 저렴하게 가져가면 좋겠다"고 말했다.
#2. 주부 이모(42) 씨는 설을 앞두고 중고 거래 앱에서 과일 선물 세트를 검색했다. 이 씨는 "마트에서 직접 구매하는 것보다 훨씬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어 알뜰하게 명절 준비를 할 수 있다"고 밝혔다.
중고 거래 사이트에서는 한우, 과일, 홍삼 등 인기 선물 세트가 설 연휴를 앞두고 게시글과 거래 요청이 폭증하고 있다. 중고 거래 플랫폼이 명절 선물의 새로운 소비 채널로 자리 잡으면서, 명절 선물의 거래 방식도 변화하고 있는 모습이다.
실제 중고거래 플랫폼에는 햄, 참치, 식용유 세트부터 영양제까지 다양한 설 선물 세트가 판매 중이다. 게시물 대부분은 ‘설 선물’과 ‘새 제품’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으며, 설 이전에 거래가 가능한지 묻는 댓글도 활발히 달리고 있다. 명절 선물을 보다 합리적인 가격에 구매하려는 움직임이 두드러지는 것이다.
25일 대한상공회의소가 지난 10일부터 13일까지 전국 성인 남녀 5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 명절 소비 인식 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31.6%가 ‘지난해보다 지출을 줄일 계획’이라고 답했다. 지출을 늘릴 계획이라는 응답은 22.0%에 그쳤다.
설 선물 구매 기준으로는 68.2%의 응답자가 ‘가성비’를 최우선으로 꼽아, 소비자들이 합리적인 소비를 중요시하고 있음을 보여줬다. 경기 침체와 물가 상승이 소비자들의 실속 있는 소비를 부추기고 있다는 전문가들의 분석과도 일치한다.
중고거래 플랫폼은 이러한 소비자들의 니즈를 충족시키는 대안적 시장으로 자리 잡고 있다. 얇아진 지갑 사정 속에서도 적정 가격에 설 선물을 마련하려는 소비자들에게 실용적인 선택지가 되고 있는 것이다.
한 중고 거래 플랫폼 관계자는 "명절 전후로 선물 세트 거래량이 평소보다 3배 이상 늘어나는 추세"라며 "특히 올해는 고물가와 경기 침체 영향으로 중고 시장을 찾는 소비자가 크게 증가했다"고 말했다.
중고거래로 설 선물을 구매할 때 주의해야 할 점도 많다. 중고거래 플랫폼 ‘중고나라’는 설 연휴를 맞아 건강기능식품, 지역상품권, 승차권 거래를 특히 주의해달라고 당부했다.
중고나라에 따르면 건강기능식품은 철저한 관리가 요구되는 특성상 무분별한 구매와 섭취로 인해 이용자의 안전이 위협받을 수 있다. 홍삼, 비타민, 유산균 등 건강기능식품은 거래 제한 상품으로 지정돼 있다.
사용하지 않는 마사지기나 미용기기 등의 경우 의료기기로 등록된 상품이 아닌지 판매 전에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 현행법상 개인 간 거래가 금지된 품목으로는 주류, 수제 음식, 직접 재배한 농산물, 해외직구 제품, 면세품, 지역상품권(지역화폐), 온누리상품권 등이 포함된다.
승차권 거래도 주의가 필요하다. 기차표에 웃돈을 붙여 판매하는 암표 거래는 명백한 불법 행위로 간주된다. 중고나라는 이러한 불법 거래로 인한 피해를 방지하기 위해 이달부터 승차권 거래 관련 집중 모니터링을 실시하고 있으며, 모든 승차권 판매를 제한하고 있다고 밝혔다.
올해 설 연휴는 경기 불황과 물가 상승 여파로 인해 간소화된 선물 문화와 가성비를 중시하는 소비 트렌드가 더욱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 중고거래 시장은 이 같은 흐름 속에서 합리적 소비를 지향하는 소비자들에게 유용한 대안으로 부상하고 있다.
안전한 거래를 위해 플랫폼이 제시하는 가이드라인을 준수하고, 거래 금지 품목에 대한 인식을 높이는 것이 중요하다. 소비자들이 똑똑한 소비를 통해 풍성하고 안전한 명절을 보낼 수 있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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