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속버스터미널은 민주
용산역은 조국혁신당 귀성 인사
국민의힘 지도부가 설 연휴를 하루 앞둔 24일 고향으로 떠나는 시민들을 서울역에서 배웅에 나섰다가 항의를 받았다. 일부 시민은 국민의힘을 향해 쓴소리를 내뱉으며 날 선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서울역에서 국민의힘 지도부의 욕설 논란도 제기됐다.
권영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을 비롯한 국민의힘 지도부는 이날 오전 서울역 역사를 찾아 고향을 찾는 시민들에게 “즐거운 설 명절 보내라”며 90도 ‘폴더 인사’를 건넸다.
서울역은 보수 지지세가 강한 대구·부산으로 통하는 경부선이 지나는 곳이다. 국민의힘은 명절 때마다 귀성 인사를 서울역에서 해왔다.
권 위원장과 권성동 원내대표 등 국민의힘 지도부와 당 소속 원외당협위원장은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경제를 힘차게, 국민을 힘나게’라고 적힌 어깨띠를 맨 채 악수를 건냈지만, 시민들은 냉랭한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시민들은 급하게 자리를 떠나거나, 손사래를 치며 악수를 거부하기도 했다.
이들은 시민들에게 직접 홍보 팸플릿을 전달했다. 권 위원장은 팸플릿을 통해 “어려운 민생을 더욱 꼼꼼하게 챙기고, 국제정세에 발 빠르게 대응하면서 우리 경제가 회복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약속했다.
혼란한 정국 상황을 반영하듯 날 선 반응을 쏟아내는 시민들도 다수 있었다. 한 상인은 삿대질하며 “당신들 때문에 설 명절이 편안하지 않아” “대통령이나 지키라” 등 비난하기도 했다. 이에 권 위원장이 상인에게 다가가 “더 잘하겠습니다”라고 했으나 상인은 신경질적인 반응을 보였다.
해병대예비역연대 회원들이 권 원내대표를 향해 “위헌정당”이라고 소리쳤고, “윤석열의 가신 주제에 어디 뻔뻔하게” “부끄러운 줄 알라고. 내란 빨갱이” 등을 외치며 역 안에서는 몸싸움까지 벌어졌다. 지도부는 우발적 상황이 발생할 가능성을 고려해 평소와 다르게 경호가 어려운 승강장으로는 내려가지 않았다.
“내란 동조 국민의힘 해제하라”는 목소리도 터져 나왔다. 김상훈 정책위의장이 욕설로 의심되는 혼잣말을 한 것이 한국경제 카메라에 포착되기도 했다.
이재명 대표 등 민주당 지도부는 서울 반포 고속버스터미널로 향했다. 민주당은 명절 때면 호남선이 출발하는 용산역에서 시민들을 배웅해 왔지만, 테러 우려 등을 고려해 장소를 바꾼 것으로 전해졌다.
이 대표와 박찬대 원내대표를 비롯한 민주당 지도부는 ‘다시 뛰는 대한민국’이 적힌 어깨띠를 두르고 귀성길에 오르는 시민들을 향해 손을 흔들었다.
이 대표는 사진 촬영 요구에 응하거나 화장을 안 하고 나왔다는 시민에게 “예쁘세요”라며 덕담을 건네기도 했다. 한 붕어빵 가게 상인이 ‘어머니가 암 수술하고 오늘 퇴원했다’고 말하자 “어디 암이냐”고 물으며 “완쾌하시라”고 했다.
조국혁신당은 이날 오전 호남선이 지나는 용산역을 찾아 귀성 인사를 했다. 허은아 개혁신당 대표는 오후 영등포역을 찾는다. 허 대표와 극심한 갈등을 빚고 있는 천하람 원내대표는 일정에 동행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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