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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엔 잘 풀릴까… ‘비대면 점술’에 빠진 2030

입력 : 2025-01-26 18:32:05 수정 : 2025-01-27 21:4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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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국 불안정 속 경기침체 심화에
온라인 역술카페·운세상담 발길
미래 불안감 신점 보며 위안 삼아
‘게임 뽑기’처럼 중독·신봉 우려도

“새해에는 일이 잘 풀릴까 싶어서 신점 보려고요.”

 

직장인 박모(27)씨는 얼마 전 인터넷 역술카페를 통해 신점을 볼 수 있는 점집의 정보를 구했다. 그는 “지난해 원치 않은 부서이동에 실연까지 당했다”며 “내 손을 벗어난 일들이 연달아 터지면서 힘들었는데, 새해엔 상황이 나아질 수 있는지 궁금하다”고 말했다.

 

한 시민이 핸드폰을 보고 있다. 연합뉴스

취업준비생 A(27)씨는 지난달 구직서류를 제출한 회사의 서류심사를 앞두고 ‘비대면 타로’ 상담을 받았다. A씨는 “취업을 준비하는 동안 부모님 눈치가 보이고, 친구들은 회사원이라 마음을 털어놓을 곳이 없었다”며 “마음을 의지할 곳이 필요했던 것 같다”고 털어놨다.

 

새해가 되면서 신점을 보려는 발길이 이어지는 가운데, 최근엔 2030세대를 중심으로 비대면 점술을 찾는 사례가 늘고 있다. 정국이 불안정한 가운데 취업난과 경기침체가 더해지며 점술에 의존하려는 심리가 강해져 나타난 현상으로 풀이된다.

 

26일 네이버에 따르면 전문가 상담 플랫폼인 ‘네이버 엑스퍼트’에서 지난해 월평균 운세 상담 건수와 거래액은 전년 대비 약 30% 증가했다. 비대면으로 운세 상담을 받으려는 수요의 80%는 2030세대로 파악되고 있다. 점술 플랫폼 ‘포스텔러’나 ‘사주나루’의 이용자 역시 2030세대가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상대적으로 비대면 서비스에 익숙한 이들 세대가 미래에 대한 불안감을 점술을 통해 해소하고자 하는 경향이 두드러진 결과로 풀이된다.

 

타로카드점. 연합뉴스

비대면 점술의 경우 온라인상에서 가격 등의 정보나 후기를 손쉽게 찾아볼 수 있다는 점도 접근성을 높이는 모습이다. 최근 실연을 겪었다는 직장인 장모(31)씨도 “인터넷 역술 카페에서 ‘비대면 타로’를 알게 됐다”면서 “상담 한번에 5만원 정도라 시도해봤다”고 말했다.

 

비대면 점술을 접하기 쉬워지면서 과의존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최근 실연을 겪었다는 B(28)씨는 두 달 사이 재회운만 20번을 보고 100만원을 넘게 지출했다. 역술 카페에선 B씨처럼 같은 질문에 대해 20∼30회까지 점을 보는 경우를 심심찮게 볼 수 있다. 이들은 자신이 본 점괘 중 어떤 것이 맞았고 틀렸는지를 정리한 ‘맞틀 후기’를 공유하기도 한다. B씨는 “맞틀 후기를 적다가 정신이 번쩍 들었다”며 “나도 모르는 사이에 큰 지출을 했다”고 털어놨다. 한 이용자는 “상담을 받은 뒤에도 계속해서 다른 후기를 찾아보고 있다”며 “남의 후기를 읽고 새 점집을 찾는 과정에 중독된 것 같아 걱정된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게임 뽑기’처럼 원하는 내용이 나올 때까지 결제를 반복하는 등 중독 가능성을 우려했다. 설동훈 전북대 사회학과 교수는 “우리 사회가 아직 역술 문화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현실이 안타깝다”며 “무턱대고 점술을 신봉하면서 자기가 원하는 결과가 나올 때까지 점을 보는 태도는 바람직하지 못하다”고 했다.


윤솔·이예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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