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국 “낮출 때 됐다”… 야당도 압박 행보
신한?SC 이어 KB, 가계 대출 0.04%P↓
우리銀도 가산금리 최대 0.29%P 내려
기준금리와 시장금리 하락에도 꿈쩍하지 않던 은행들이 드디어 대출금리를 내리기 시작했다. 금융당국이 “이제 대출금리를 낮출 때가 됐다”고 경고하고 야당이 가산금리 산정체계 관련 은행법 개정을 서두르며 압박을 가한 결과다.
26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은행은 27일부터 은행채 5년물 금리를 지표로 삼는 가계대출 상품의 금리를 0.04%포인트 낮춘다. 그 결과 24일 기준 연 3.86∼5.26% 수준인 고정금리(혼합·주기형) 가계대출금리는 연 3.82∼5.22%로 낮아진다. 우리은행은 연휴 직후 31일 자로 주요 가계대출 상품의 가산금리를 최대 0.29%포인트 내린다.
앞서 SC제일은행은 13일부터 ‘퍼스트홈론’의 영업점장 우대금리를 0.1%포인트 올려 사실상 대출금리를 0.1%포인트 내렸고, IBK기업은행도 17일부터 대면 주택담보·전세·신용대출에서 영업점장 재량으로 깎아 줄 수 있는 금리 폭을 최대 0.4%포인트 키웠다.
은행권은 금융당국의 가계대출 억제 주문을 명분으로 지난해 3분기부터 대출 가산금리를 계속 올렸다. 한국은행이 지난해 10, 11월 두 달 연속 기준금리를 인하한 후에도 예금금리만 내릴 뿐 각종 대출규제 조치를 풀면서도 대출금리는 내리지 않았다. 한국은행의 ‘금융기관 가중평균 금리’ 통계에 따르면 예금은행의 지난해 12월 평균 가계대출 예대금리차(신규취급액 기준)는 1.43%포인트로 4개월 연속 커졌다.
이달 13일 신한은행이 최대 0.3%포인트의 가산금리를 내렸지만, 다른 은행들은 곧장 인하 대열에 동참하지 않고 오히려 대출금리를 올리는 곳도 있었다. 케이뱅크는 15일과 21일 신용대출과 마이너스통장 가산금리를 각 0.5%포인트, 0.3%포인트 올리고 지난 23일 신용대출금리를 추가로 0.3%포인트 인상했다. NH농협은행 역시 18일 가계대출금리를 0.1%포인트 높였다.
이 같은 은행들의 이자 장사에 대한 비판이 커지자 금융당국이 나섰다. 김병환 금융위원장은 22일 “은행들이 새해 기준금리가 떨어진 부분을 반영해야 할 시기라고 생각한다”고, 이복현 금융감독원장도 앞서 16일 금융상황 점검회의에서 “가계·기업이 두 차례 금리 인하 효과를 체감할 수 있도록 대출금리 전달 경로와 가산금리 추이를 면밀히 점검하라”고 지시했다.
더불어민주당은 아예 은행법 개정을 통해 은행이 법정 비용이라고 주장하는 각종 보험료와 출연료 등을 가산금리에 넣어 대출자에게 떠넘기지 못하도록 막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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