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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 정부 졸속 입법이 ‘부메랑’… 존재 한계 드러낸 공수처

입력 : 2025-01-26 17:34:45 수정 : 2025-01-26 22:18: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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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소권 없고 檢 이첩 절차 모호
민주, 법적 검증 부족에도 강행
‘패스트트랙 충돌’ 빚으며 통과

당시 반대했던 금태섭·조응천
“정치적 타협에 얼기설기 설계
형사·사법절차 엉망… 정비 시급”

검찰이 20일 윤석열 대통령을 단 한차례도 조사하지 못한 채 구속기소한 것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를 서둘러 설치하면서 빚어진 입법 미비 탓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2019년 말 공수처법 입법 당시 일각에서 우려한 ‘법적 안정성’ 미비가 현실화한 것이다. 법적으로 충분히 검토하지 않고 정치적 고려에서 서둘러 법안을 통과시킨 후유증이 뒤늦게 나타난 셈이다. 자칫 재판 과정에서 수사상 미진한 부분이라도 드러날 경우 공수처는 물론이고 공수처법을 부실하게 입법한 더불어민주당 등도 책임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경기도 정부과천청사 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의 외경. 연합뉴스

공수처법은 2017년 문재인 전 대통령이 대선 1호 공약으로 내세운 법안이다. 문재인정부 시절인 2019년 말 공직선거법 개정과 함께 국회를 통과했다.

 

민주당이 법안 설립을 주도했다. 민주당과 군소 정당 4곳이 공수처법을 패스트트랙(안건신속처리제도)으로 지정하자 국민의힘의 전신인 자유한국당 의원들이 강하게 반대하면서 이른바 ‘빠루(노루발못뽑이) 사태’와 같은 충돌이 빚어졌다. 법안 처리 과정에서는 보수진영 지지자들이 국회로 불법 진입해 경찰과 몸싸움을 벌이고 일부 의원을 폭행하는 사태가 빚어졌다.

공수처 어디로… 법원이 검찰의 윤석열 대통령 구속기간 연장 신청을 24, 25일 잇따라 불허하면서 검찰이 보강 수사를 할 수 없게 됐다. 법원 판단 근거로 공수처법 일부 조항이 적시된 게 확인된 데 따라 공수처법을 둘러싼 졸속 입법 논란이 다시금 확산하고 있다. 사진은 24일 정부과천청사 공수처 앞을 공무원들이 지나가는 모습. 과천=뉴시스

당시 보수진영 내 극렬 반대와 별도로 민주당 내에서는 공수처법에 대한 충분한 검토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있었다. 금태섭 전 의원 등이 공수처법은 ‘설익고 검증되지 않은 정책’이라며 토론과 논의를 충분히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새로운 법안을 만드는 데다, 형사법 체계의 중대 변화라는 점에서 법령이 실제 상황에서 어떻게 적용될지에 대한 검토가 필요하다는 지적이었다.

 

일각의 우려에도 지도부를 비롯한 당 주류는 법안 처리를 밀어붙였다. 그해 말 법안은 국회 문턱을 넘었다.

 

금 전 의원은 세계일보와 통화에서 “‘절차상 여러 문제가 있어서 작동을 안 할 것’이란 문제를 제기하면 그에 대한 대답으로 ‘노무현 전 대통령의 유훈이다’, ‘문재인 대통령의 뜻이다’라는 답이 돌아오는 상황이었다“며 “세계적으로 이런 제도는 없고 잘못하면 검찰의 중립성과 사법부의 정치적 중립성을 해치게 된다고 얘기를 해도 전혀 안 먹혔다”고 설명했다.

그는 “공수처에서 구속해서 검찰로 넘겼을 경우에 보완 수사를 할 수 있는지, 할 수 있다면 언제인지 등에 대한 시뮬레이션이 전혀 안 된 채로 추진됐다”며 “그렇게 엉망진창으로 꼬여 있던 부분들이 지금 드러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검찰에 대해 특정 사건에 관해 복수하듯이 법 개정을 하며 지금은 형사·사법 절차가 전부 엉망이 됐다”며 “형사·사법 전반에 관한 정비를 이제 시작해야 한다”고 말했다.

 

당시 민주당 의원으로서 반대 의견을 낸 조응천 개혁신당 총괄특보단장도 공수처의 기소 권한이 “타협적으로 얼기설기돼 있는” 상태로 법안이 통과됐었다는 점을 지적했다. 그는 통화에서 “공수처가 검찰에 사건을 보낸 뒤에도 수사가 법적 요건에 맞춰 빠뜨림 없이 진행됐는지, 공소유지에 문제가 없는지, 보완수사가 필요한지 따져봤어야 하는데 지금 검찰은 기계적으로 기소만 하게 돼 있다”고 비판했다.

 

윤 대통령 구속기간 연장 불허 이후 논란이 커지자 여야는 공수처를 둘러싸고 엇갈린 입장을 내놨다. 민주당 한민수 대변인은 기자회견을 열고 검찰을 향해 “구속 상태에서 기소하는 게 검찰 관행”이라며 “검찰은 내란 우두머리의 친정이라는 오명을 쓰고 싶지 않다면 오늘 당장 윤석열을 구속기소하라”고 요구했다.

 

국민의힘은 윤 대통령을 석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권영세 비상대책위원장은 서울 용산구 한남파출소 격려 방문 후 기자들과 만나 “연장 불허가 됐으면 서둘러 기소할 게 아니라 신중하게 부족한 부분에 대해 불구속 수사하는 게 맞다”면서 “수사를 마저 해서 기소 여부를 판단해야지 기간이 얼마 안 남았다고 바로 (구속) 기소하는 건 스스로 모순된 상태”라고 말했다.


박지원·조희연·유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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