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대통령, 계엄에서 구속기소까지 새로 쓰인 헌정사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달 3일 비상계엄을 선포한 지 54일 만에 현직 대통령으로는 처음으로 구속기소됐다.

검찰 비상계엄 특별수사본부(본부장 박세현 서울고검장)는 26일 윤 대통령을 내란 우두머리 혐의로 구속기소 했다고 밝혔다.

검찰은 “특수본이 그동안 수사한 공범 사건의 증거자료, 경찰에서 송치받아 수사한 사건의 증거자료 등을 종합 검토한 결과 피고인에 대해 기소함이 상당(타당)하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윤 대통령은 김용현(구속기소) 전 국방부 장관 등과 공모해 위헌·위법한 비상계엄을 선포하고 무장한 계엄군을 국회에 투입하는 등 국헌 문란을 목적으로 폭동을 일으킨 혐의를 받는다.

23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로부터 사건을 넘겨받은 검찰은 서울중앙지법에 윤 대통령에 대한 구속 기한 연장을 신청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공수처는 윤 대통령을 체포한 뒤 당일 수사를 벌였지만 제대로 된 진술을 받지 못했다. 이후 윤 대통령은 공수처의 소환에 불응했다. 검찰 역시 구속 만료에 따라 윤 대통령을 조사하지 못한 채 기소하게 됐다.

이에 따라 검찰과 윤 대통령은 법원에서 치열한 법리 싸움을 벌일 것으로 예상된다.

검찰 비상계엄 특별수사본부가 내란 우두머리 혐의를 받는 윤석열 대통령을 구속 상태로 재판에 넘긴 26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검찰청에 경찰이 배치돼 있다. 연합뉴스

‘12·3 비상계엄’ 관련자 줄줄이 체포·구속

윤 대통령은 지난해 12월3일 밤 10시25분쯤 대국민담화를 통해 전격적으로 비상계엄을 선포했다.

1979년 10월 이후 45년 만의 계엄이다. 계엄사령부는 바로 포고령 1호를 발표해 모든 정치활동을 금지하고 언론·출판을 통제했으며 의료현장을 이탈한 의료인의 복귀를 명했다.

계엄군이 국회로 출동했고, 국회의원들은 속속 국회로 모여들었다. 국회가 통제되면서 일부 의원은 담을 타 넘어야 했다.

이렇게 국회에 모인 190명의 의원은 4일 새벽 1시쯤 계엄 해제를 의결했고, 윤 대통령은 오전 4시 27분쯤 계엄 해제를 선포했다. 비상계엄을 선포한 지 6시간 만이었다.

계엄은 6시간 동안 유지됐지만, 여파는 엄청났다.

검찰은 계엄 사태 사흘만인 지난달 6일 박세현 서울고검장을 필두로 비상계엄 특별수사본부를 꾸리며 윤 대통령 수사를 시작했다. 이틀 뒤인 지난달 8일 검찰은 검찰에 출두한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을 비상계엄 사태의 주동자로 지목하고 긴급체포해 구속했다.

이어 곽종근 특수전사령관, 여인형 방첩사령관, 이진우 수도방위사령관 등 계엄 당일 국회와 선거관리위원회 등에 군 병력을 보내는 데 관여한 군 지휘부가 줄줄이 체포돼 구속됐다.

경찰은 계엄 당시 국회 통제 등을 지시한 조지호 경찰청장과 김봉식 서울경찰청장을 구속하고, 계엄 선포 전부터 선관위 장악을 모의한 혐의로 노상원 전 국군정보사령관을 구속하며 수사 경쟁에 뛰어들었다.

경찰과 공조수사본부를 꾸린 공수처는 비상계엄을 사전 모의하고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장악을 시도한 혐의를 받는 문상호 정보사령관도 체포한 뒤 구속했다.

설 연휴인 25일 서울 도심 경복궁과 광화문 일대에서 윤석열 대통령 탄핵을 촉구하거나 반대하는 대규모 집회가 열렸다. 왼쪽 사진은 경복궁 4번출구 인근에서 열린 ‘윤석열 대통령 탄핵 촉구 집회.’ 오른쪽은 동화면세점 앞에서 열린 '윤석열 대통령 탄핵 반대 집회'다. 뉴스1

국회 헌정 세 번째 대통령 탄핵… 윤 대통령 칩거

그 사이 국회에선 윤 대통령에 대한 탄핵 절차가 진행됐다.

더불어민주당을 중심으로 한 야당은 계엄 해제 사흘 만인 지난달 7일 탄핵 표결을 시도했으나 여당인 국민의힘이 당론으로 탄핵 반대를 정하고 본회의장에서 집단 퇴장하면서 정족수 부족으로 소추가 무산됐다.

이에 범 야당은 탄핵소추안을 재발의해 지난달 14일 2차 표결을 진행했다. 1차 표결 때와는 다르게 여당을 포함한 재적의원 전원(300명)이 표결에 참여했고, 이 중 204명이 찬성하며 탄핵소추안은 가결됐다. 헌정사상 세 번째 현직 대통령에 대한 탄핵이었다.

이후 윤 대통령은 서울 용산구 한남동 대통령 관저에서 칩거에 들어갔다. 검찰이 지난달 15일 출석을 요구했지만 윤 대통령은 응하지 않았다. 검찰과 경찰로부터 윤 대통령에 대한 수사를 넘겨받은 공수처는 이후 세 차례 윤 대통령에게 출석을 요구했으나 윤 대통령은 역시 응하지 않았다.

설 연휴인 25일 서울 도심 경복궁과 광화문 일대에서 윤석열 대통령 탄핵을 촉구하거나 반대하는 대규모 집회가 열렸다. 왼쪽 사진은 경복궁 4번출구 인근에서 열린 ‘윤석열 대통령 탄핵 촉구 집회.’ 오른쪽은 동화면세점 앞에서 열린 '윤석열 대통령 탄핵 반대 집회'다. 뉴스1

두 번의 시도 끝 대통령 첫 체포… 첫 구속으로

이에 공수처는 서울서부지법에서 체포·수색영장을 청구해 발부받았다. 첫 체포 시도는 3일 진행됐으나 경호처의 인력에 가로막혀 실패했다. 당시 공수처는 경찰 인력을 포함해 약 150명을 투입했고, 대통령실을 방어하는 경호처 등의 인력은 200여명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공수처는 물러서지 않겠단 입장을 천명한 뒤, 15일 2차 집행에 나서 윤 대통령을 결국 체포했다. 헌정사상 첫 현직 대통령 체포였다.

이후 체포 이틀 뒤인 17일 묵묵부답인 윤 대통령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윤 대통령은 18일 오후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 직접 참석해 40분간 발언했으나 구속을 피하진 못했다. 서부지법은 이튿날인 19일 새벽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역시 헌정사 처음으로 현직 대통령이 구속된 사례다.

엄형준 선임기자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