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게는 9일 가까이 이어지는 올해 설 연휴 기간 국내 공항을 통해 130만여명이 해외여행을 떠날 것으로 예상된다. ‘황금연휴’가 찾아왔으나, 자영업자들은 “다들 해외로 가고, 손님이 없다”며 한숨을 내쉬고 있다.
28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염태영 의원실이 인천국제공항공사와 한국공항공사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4일부터 다음 달 2일까지 열흘간 국내에서 운영 중인 6곳의 국제공항에서 총 134만295명(출발 기준)이 해외로 떠날 것으로 집계됐다. 열흘간 하루 평균 출발 승객은 13만4000명으로, 지난해 설 연휴 일평균(11만7000명)보다 13.8% 증가한 수준이다.
이번 황금연휴는 정부가 지난 8일 여당과 당정 협의회를 열고 27일을 임시공휴일로 지정하면서 직장인들은 8∼9일의 연휴 기간을 얻게 됐다. 31일 하루도 연차를 사용할 경우 최장 9일을 쉰다. 국민의힘 김상훈 정책위의장은 “설 연휴 기간 내수경기 진작과 관광 활성화를 도모하기 위해 2025년 1월27일을 임시공휴일로 지정하는 것으로 협의했다”고 임시공휴일 지정 사유를 밝혔다.
다만 정부와 여당의 기대에도 자영업자들은 “손님의 발길이 끊길 것”이라고 토로하고 있다. 서울에서 고깃집을 운영하는 A씨는 “임시 공휴일 덕분에 너도나도 해외로 가서 명절을 보내자는 분위기”라면서 “여행 간 뒤에도 지갑을 닫게 생겼다. 내수는 무슨, 해외로 돈이 빠져나간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자영업자들이 모인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도 불만이 고조되고 있다. 한 자영업자는 “벌써 동네가 한산한 거 보니 다들 해외여행 간 것 같다”며 “가게에서 일하는 알바생도 유럽이나 스키 여행 간다고 한다. 일주일 내내 빠지는 직원도 있을 정도”라고 썼다. 또 다른 자영업자는 “벌써 공항이 북적거리는 모습을 보면 한숨만 나온다”며 “연휴 길면 해외 다 나가는 건 정부만 모르는 듯하다”고 했다.
달리 방법이 없다는 반응도 있다. 한 자영업자는 “저도 자영업을 하지만 이건 어쩔 수 없는 부분”이라면서 “국내 관광지는 다들 도둑놈 심보로 영업하니, 나라도 외국에 간다”고 강조했다.
연휴 기간 폭설이 예보되자 시름은 더 깊어졌다. 기상청에 따르면 설 연휴 셋째 날인 27일부터 전국 대부분 지역에 많은 눈이 내렸고, 낮부터 기온이 큰 폭으로 떨어졌다. 설 당일 아침엔 영하 10도까지 떨어지는 등 바람도 강하게 불며 강추위가 이어진다. 자영업자 B씨는 “서울에서 장사하고 있는데, 폭설 예보도 있어서 손님이 더 끊길까 걱정”이라고 토로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지난해부터 이어진 내수 부진으로 경기가 얼어붙은 데다 12·3 비상계엄 사태와 무안공항 제주항공 참사 등 대형 사건들의 여파로 모임도 줄면서 번화가는 더 한산해지는 모습이다.
이런 상황에서 자영업자들은 조금이라도 매출을 더 내기 위해 가게로 향한다. 구인·구직 아르바이트 전문 포털 ‘알바천국’이 사장님 107명을 대상으로 ‘설 연휴 영업 계획’을 조사한 결과 5명 중 4명(80%)이 연휴 중 일부 기간, 혹은 내내 운영하며 영업을 쉬지 않을 것이라고 응답했다. 설 연휴에 매장을 운영하는 이유는 ‘조금이나마 수익을 내기 위해서(35.7%·복수응답)’이 1위를 차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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