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난 영국 총리 좋아해”… 측근 머스크와 선 긋기?

취임 후 첫 통화… “영국 방문하길 희망”
연일 英 정부 비난하는 머스크와 대조적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에게 각별한 친밀감을 표시해 눈길을 끈다. 트럼프 대통령 취임 후 첫 해외 방문지가 영국이 될 가능성도 거론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왼쪽)과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 AP연합뉴스

26일(현지시간) 백악관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스타머 총리와 45분간 전화 통화를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스타머 총리의 남동생 닉 스타머가 지난 12월 지병으로 사망한 것에 애도의 뜻을 표했다. 또 찰스 3세 국왕과 케이트 왕세자빈이 암 투병이란 점을 의식한 듯 “영국 왕실 곁에 행운이 함께하길 기원한다”고 밝혔다. 이에 스타머 총리는 “대통령 취임을 축하한다”는 말로 화답했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의 노력 덕분에 가자 지구에서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 휴전이 성사돼 이스라엘·영국 복수 국적을 지닌 인질이 풀려날 수 있었다는 점을 거론하며 감사 인사도 전했다.

사실 트럼프 대통령과 스타머 총리는 그다지 편안한 관계가 아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보수 성향의 공화당 소속인 반면 스타머 총리는 진보 가치를 지향하는 노동당 대표다. 전통적으로 미국의 공화당은 영국 보수당, 민주당은 노동당과 각각 가까운 사이다. 다만 스타머 총리는 지난해 9월 유엔 총회 참석차 미국 뉴욕을 방문했을 당시 공화당 대선 후보이던 트럼프 대통령과 만찬을 함께하며 말문을 튼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스타머 총리와 정치적 견해 차이가 크다는 점을 부인하지 않으면서도 “서로 좋은 관계”라고 강조한다. 그는 최근 지방 방문 일정을 마치고 대통령 전용기 ‘에어포스원’으로 귀환하는 길에 기자들과 대화를 나누며 “우리는 잘 지내고 있다. 나는 그(스타머 총리)를 많이 좋아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두 번째 임기 중 첫 해외 순방국이 영국이 될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왼쪽)이 아직 당선인 신분이던 지난해 11월 핵심 측근인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와 대화를 나누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이와 관련해 트럼프 대통령이 핵심 측근인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를 견제하기 위한 언행이란 풀이도 나온다. 머스크 CEO는 최근 스타머 총리가 이끄는 영국 노동당 정부를 맹렬히 비난하며 내정 간섭을 시도해 구설에 올랐다.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는 머스크 CEO가 올해 1월 들어 첫 주 동안 자신이 운영하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플랫폼 X(옛 트위터)에 올리거나 공유한 게시글 616개 중 225개가 영국 비판과 관련된 것이라고 보도한 바 있다.

머스크의 위세가 워낙 대단하다 보니 미국 언론은 ‘트럼프가 아니고 머스크가 진짜 대통령 같다’는 식의 기사를 쏟아내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 입장에선 미국의 외교 정책을 좌우하는 것은 본인이지 머스크 CEO가 아니라는 점을 부각할 필요성이 있어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인공지능(AI) 인프라 구상과 관련해서도 머스크와 이견을 드러낸 바 있다.

김태훈 논설위원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