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측 “직권남용 지렛대로 수사 시작”… 법정서도 ‘위법 수사’ 공방 벌일 듯

내란 우두머리 혐의로 기소된 윤석열 대통령의 사건을 두고 법정에서 또다시 ‘수사의 위법성’ 논란이 벌어질 것으로 보인다. 검찰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직권남용 권리행사 방해 혐의의 ‘관련 범죄’로 윤 대통령 수사를 개시했지만, 윤 대통령을 결국 내란 우두머리 혐의로만 기소한 점을 파고들 전망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23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탄핵심판 4차 변론기일에 출석해 있다. 뉴스1

윤 대통령 변호인단은 27일 공수처의 수사가 위법했다고 다시 한 번 강조했다. 변호인단은 이날 입장문을 내고 “대통령에 대한 수사권이 없던 검찰과 공수처가 직권남용 혐의를 지렛대 삼아 대통령 수사를 시작했다”며 “정작 수사권이 있는 직권남용에 대한 수사는 제쳐두고 내란 몰이에만 집중했다”고 밝혔다. 이어 “이제 사법부에서 진실을 밝힐 차례”라며 “온갖 위법 수사와 불법 행위로 점철된 수사의 위법성을 치열하게 밝혀낼 것”이라고 덧붙였다.

윤 대통령을 구속 기소한 검찰 비상계엄 특별수사본부(본부장 박세현 서울고검장)는 공수처가 지난 23일 검찰에 사건을 송부한 지 사흘 만인 전날 윤 대통령을 기소했다. 법원이 윤 대통령에 대한 구속 기간 연장을 불허함에 따라 1차 구속 기한 만기일인 27일 전 윤 대통령을 재판에 넘긴 것이다.

현직 대통령은 내란·외환죄 외 다른 범죄로 형사상 소추를 받지 않는 ‘불소추 특권’이 있어 직권남용 혐의는 적용하지 못했다. 검찰은 “피고인의 구속 이후 사정변경이 없어 여전히 증거인멸 우려가 해소되지 않는 점 등을 고려해 피고인의 1차 구속기간 만료 전 피고인에 대한 경찰 송치 사건과 공수처 송부 사건의 범죄사실 중 현직 대통령의 불소추특권 범위에 해당하지 않는 내란 우두머리 혐의에 대해서만 구속기소했다”고 설명했다.

23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서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4차 변론기일이 진행되고 있다. 뉴스1

검찰과 공수처는 내란죄에 대한 수사권이 없지만, 윤 대통령이 고발된 직권남용 혐의에 대한 수사권은 갖고 있다. 이에 두 기관은 각각 검찰청법과 공수처법 등에 따라 직권남용 혐의의 ‘관련 범죄’로 내란 혐의까지 수사할 수 있다는 논리를 펼쳤다. 그러나 정작 윤 대통령을 직권남용 혐의로는 기소하지 못했다는 점을 변호인단은 문제 삼는 것이다. 이에 따라 법정에서 검찰과 공수처의 수사권을 두고 치열한 공방이 펼쳐질 것으로 예상된다.

만약 재판부가 검찰과 공수처의 수사권을 인정하지 않을 경우, 윤 대통령 수사에서 두 수사기관이 확보한 증거가 위법수집증거 배제 원칙에 따라 폐기될 가능성까지 제기된다. 형사소송법 308조의2는 적법한 절차에 따르지 않고 수집한 근거는 증거로 할 수 없다고 규정한다. 다만 서울서부지법이 공수처가 청구한 윤 대통령에 대한 체포영장과 구속영장을 발부한 점은 법원이 공수처의 수사권을 인정할 근거로 작용할 수 있다.

서울중앙지법은 설 연휴가 끝난 뒤 윤 대통령 사건을 재판부에 배당하고, 준비기일을 거쳐 본격 재판에 돌입한다. 윤 대통령은 최장 6개월 간 구속 상태로 재판을 받는다. 구속된 상태에서 재판에 넘겨진 피고인의 구속 기간은 2개월이며 재판부가 구속의 필요성 등을 고려해 2개월씩 두 차례 구속 기간을 연장할 경우 최대 6개월 간 구속 상태에서 재판을 받을 수 있다. 검찰은 탄핵심판 인용으로 윤 대통령이 파면되면 윤 대통령을 직권남용 혐의로 추가 기소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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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경민 기자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