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대 김모 씨는 은퇴 후 대부분의 시간을 집에서 보내며 신체 활동이 부족한 생활을 했다. 몇 년 전 건강검진에서 혈당 수치가 상승하고 심혈관 질환 위험이 있다는 경고를 받았다. 김 씨는 생활 방식을 바꾸기로 결심하고 매주 150분 이상 가벼운 운동을 시작했다. 그는 매일 아침 30분씩 동네 공원을 산책하며, 일주일에 두 번은 가벼운 스트레칭과 근력 운동을 병행했다. 김 씨는 “처음에는 금방 지쳤지만, 점차 체력이 향상되고 혈당 수치와 콜레스테롤 수치도 정상 범위로 돌아왔다”고 전했다.
매주 150분간 신체 활동을 하는 노인은 사망 위험이 31% 감소하고, 관상동맥 질환과 당뇨병 등 30가지 이상의 만성질환 위험이 줄어든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캐나다 온타리오 웨스턴대 제인 손턴 교수팀은 27일 의학 전문지 캐나다 의학 협회 저널(CMAJ)에 발표한 메타 분석 연구에서, 신체 활동이 노년기 건강과 수명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강조했다. 연구팀은 신체 활동이 노인들의 삶의 질을 높이고, 잠재적으로 수명을 연장할 수 있는 핵심 요인이라고 덧붙였다.
연구에 따르면 고령화 속도가 빨라지고 있으며, 65세 이상 인구는 전체의 20%, 85세 이상 인구는 20년 내 세 배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성인의 80% 이상은 세계보건기구(WHO)에서 권장하는 신체 활동 기준(매주 150~300분의 중등도고강도 신체 활동)을 충족하지 못하고 있다.
연구팀은 다양한 의학 데이터베이스를 활용해 신체 활동이 사망 위험, 질병 예방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했다.
2023년 메타 분석에서는 매주 150분의 중등도 신체 활동은 사망 위험을 31% 감소시키며, 30가지 이상의 만성질환 위험을 줄이는 데 효과적이었다. 2022년 연구에선 주당 60분간 근력운동은 사망 위험을 27% 줄였고, 30~60분의 근력운동만으로도 1020%의 사망 위험 감소 효과가 있었다.
2016년 연구에선 노년층 운동 프로그램이 낙상 위험을 21% 줄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2021년 연구는 주 5회, 32주 이상 운동을 지속하면 낙상 위험이 크게 감소했다. 2023년 메타 분석에서는 경도 인지 장애 노인에게 유산소 운동이 가장 효과적으로 인지 기능을 개선하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근력운동과 신경 운동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손턴 교수는 "노년기 활발한 신체 활동은 인지와 정신 건강, 삶의 질 향상과 관련이 있다"며 "낙상 위험이 높거나 허약한 노인에게도 신체 활동은 기능적 독립성을 유지하거나 개선할 수 있는 가장 중요한 방법 중 하나"라고 말했다.
치매 진단 후 신체활동을 유지하거나 새롭게 시작하면 생존율이 높아진다는 국내 연구 결과도 발표됐다.
한양대병원과 국내외 공동연구팀은 치매 환자의 신체활동 변화와 사망률의 연관성을 분석한 연구 결과를 국제 의학 저널 BMJ(British Journal of Sports Medicine) 2024년 11월호에 게재했다.
연구팀은 국민건강보험공단의 건강검진 데이터를 기반으로 2010~2016년 사이 치매 진단을 받은 6만 252명의 신체활동 변화를 분석했다. 평균 3년 7개월 동안의 추적 조사 결과, 치매 진단 후에도 신체활동(PA)을 지속하거나 시작한 환자들은 그렇지 않은 환자들보다 사망률이 낮았다.
정기적으로 신체활동을 유지한 그룹은 사망률이 가장 낮게 나타났다. 신체활동의 강도에 관계없이 사망률 감소 효과가 확인됐다.
사망 위험은 가벼운 활동 30%, 중간 강도 활동 26%, 격렬한 활동 30%씩 감소했다. 치매 진단 후 신체활동을 시작한 경우에도 최소 20%의 사망 위험 감소 효과가 있었다.
연구팀은 “신체활동을 촉진하는 라이프스타일 변화가 치매 환자의 생존율을 높이는 데 큰 도움을 줄 수 있다”며 “치매 진단 이후에도 꾸준한 신체활동은 환자 건강 증진과 삶의 질 개선에 필수적”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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