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적 부담, 여전히 중요한 과제로 남아
김현우(35·가명) 씨와 박지민(33·가명·여) 씨는 지난해 10월 결혼식을 올렸다. 김 씨는 “코로나19 팬데믹 동안 결혼식을 미루다 지난해 사회적 거리두기 해제와 함께 결혼을 결정했다”며 “결혼식을 준비하면서 주변에서도 비슷한 시기에 결혼을 계획하거나 이미 진행한 커플이 많았다”고 말했다. 한 결혼정보회사 관계자는 “지난해 결혼식을 올린 많은 커플들이 팬데믹 기간 동안 결혼을 미루거나 소규모로 진행했던 사람들이었다”며 “사회적 분위기 회복과 함께 혼인 건수가 다시 증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혼인 건수는 2년 연속 상승세를 보이며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회복세를 이어가고 있다. 재작년에 반등에 성공한 데 이어 지난해에는 4년 만에 연간 혼인 건수 20만 건을 넘길 가능성이 높아졌다.
27일 통계청의 인구동향 자료에 따르면 작년 11월 혼인 건수는 1만 8581건으로 전년 동월 대비 11.3%(1887건) 증가했다. 이는 11월 기준으로 2015년 이후 최대 증가 폭이며, 증가율은 2010년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지난해 4월부터 8개월 연속 증가세를 유지했으며, 7월부터는 5개월 연속 두 자릿수 증가율을 기록했다. 인구 1000명당 혼인 건수를 나타내는 조혼인율도 2023년 11월 3.8건에서 2024년 11월 4.4건으로 상승했다.
시도별로 살펴보면 대전이 87.6%로 가장 높은 증가율을 기록했다. 서울(16.8%), 인천(14.4%), 경남(12.0%)과 경기(12.0%)가 뒤를 이었다. 대구(-0.4%)와 경북(-0.8%)은 소폭 감소했고, 제주는 전년 동월과 변동이 없었다.
작년 1월부터 11월까지 누적 혼인 건수는 19만 9903건으로 전년 동기 대비 13.5% 증가했다. 이는 2020년 이후 처음으로 연간 혼인 건수 20만 건을 넘어설 가능성을 시사한다. 코로나19 팬데믹 기간인 2021~2023년 동안 혼인 건수는 지속적으로 감소하며 20만 건을 밑돌았으나, 지난해부터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혼인에 대한 긍정적인 인식도 점차 확산되고 있다. 통계청이 발표한 ‘2024년 사회조사 결과’에 따르면, “결혼은 해야 한다”고 응답한 국민 비율은 52.5%로, 최근 8년 중 최고치를 기록했다.
결혼식 비용 상승은 예비부부들에게 큰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물가 상승이 반영된 결과라지만, 결혼 비용이 해마다 가파르게 오르며 경제적 압박을 호소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국내 신혼부부의 평균 결혼 비용은 2억 원을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하나은행 하나금융연구소가 발간한 ‘대한민국 금융소비자 보고서 2025’에 따르면, 최근 3년 내 결혼한 신혼부부와 결혼 예정자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평균 결혼 비용은 2억 1227만 원으로 집계됐다.
이미 결혼한 신혼부부의 경우 평균 2억 635만 원을 지출했으며, 결혼 예정자는 2억 2541만 원을 예상했다. 이는 매년 약 1000만 원씩 비용이 상승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결혼 비용의 세부 항목을 보면 1억 원 미만을 지출한 경우가 37%인 반면, 3억 원 이상을 지출한 경우도 31%로 적지 않았다. 수도권 거주자는 광역시 거주자에 비해 평균적으로 25% 더 많은 결혼 자금을 필요로 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결혼 준비 과정에서 비용의 81%를 자력으로 충당할 계획이라고 답했지만, 실제로는 신혼부부의 76%만이 자력으로 비용을 마련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 중 60%는 대출을 활용했으며, 대출로 비용의 절반 이상을 충당한 비율도 40%에 달했다.
결혼식 비용 상승과 더불어 축의금 부담도 커지고 있다. 카카오페이가 지난해 연말 발표한 ‘축의금 송금 봉투 데이터 분석’에 따르면 2023년 9월 기준 평균 축의금은 9만 원으로, 2021년(7만 3,000원) 대비 23% 증가했다.
연도별 추이를 보면 2021년 7만 3000원에서 2022년 8만 원, 2023년 8만 3000원으로 매년 꾸준히 상승하고 있다. 최근 물가 상승률이 반영되며 축의금 금액도 급격히 오르는 추세다.
연령대별로는 20대가 평균 6만 원, 30~40대는 10만 원, 50~60대는 12만 원을 내는 것으로 나타나 세대별 차이를 보였다.
결혼 비용 상승은 결혼을 망설이는 주요 요인 중 하나로 작용하고 있다. 미혼 응답자 중 결혼 의향이 없는 비율은 33%로, 의향이 있는 비율(27%)을 웃돌았다. 결혼을 하지 않는 이유로는 ‘개인적 가치관’보다 ‘경제적 여건’이 더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조사됐다.
전문가들은 “결혼이 회복세를 보이고는 있지만, 경제적 부담은 여전히 중요한 과제로 남아 있다”고 말한다. 이에 대한 대책 마련이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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