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의 ‘아크릴아마이드’ 얼마나 안전할까?
직장인 박모(40)씨는 커피 애호가다. 취미로 직접 생두를 볶아 커피를 내려 마신다. 어느 날 박 씨는 볶는 과정에서 커피콩을 과하게 태운 것을 발견했다. 그는 이 태운 커피콩으로 내린 커피를 마셔도 되는지 고민에 빠졌다. 인터넷에서 정보를 찾아보니 탄 음식에는 발암추정물질이 포함될 수 있어 섭취를 피하는 것이 좋다는 내용을 발견했다. 커피의 경우 볶는 과정에서 일정 정도의 탄 향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라며 태운 커피도 크게 문제되지 않는다는 의견도 있었다.
커피를 좋아하는 사람들 중에는 생두를 직접 볶아 내려 마시는 이들도 있다. 이 과정에서 커피콩이 타는 일이 종종 발생한다. 탄 음식은 발암물질 때문에 섭취하지 않는 것이 좋다고 알려져 있다. 태운 커피콩으로 내린 커피도 마셔도 괜찮을까.
우리가 마시는 커피는 모두 로스팅 과정을 거친다. 로스팅은 생두를 고온에서 볶아 색, 향, 맛을 끌어내는 과정이다. 이때 발생하는 ‘마이야르 반응’은 커피의 풍미를 결정짓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마이야르 반응은 식품을 120도 이상 가열할 때 탄수화물(당)과 단백질 구성 성분인 아미노산이 결합하면서 일어난다. 이 과정에서 커피콩은 갈색으로 변하며 다양한 향미 성분이 생성된다. 동시에 ‘아크릴아마이드(acrylamide)’라는 화학 물질이 발생한다.
아크릴아마이드는 고온 조리 과정에서 자연적으로 발생하는 물질이다. 국제암연구소(IARC)는 이를 ‘발암 추정 물질(Group 2A)’로 분류했다. 이는 인간에게 발암 가능성이 있는 물질로 평가된다는 뜻이다.
27일 업계에 따르면 커피 1kg당 아크릴아마이드 함량은 0~818㎍으로, 국제 권고치인 1000㎍ 이하였다. 여전히 상대적으로 높은 수치다.
아크릴아마이드는 커피뿐 아니라 감자튀김, 빵 등 탄수화물 함량이 높은 식품을 120도 이상의 온도로 조리할 때도 생성된다.
전문가들은 커피 로스팅 과정에서 발생하는 아크릴아마이드 양이 인체에 유해할 정도로 많지 않다고 주장한다.
업계 한 관계자는 “커피 속 발암 가능 물질이 소비자 건강에 영향을 줄 수준이라면 반드시 이를 알리고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아크릴아마이드의 위험성을 경고하는 목소리도 있다. 실제로 미국 캘리포니아 법원은 90여 개의 커피 전문점에 커피의 아크릴아마이드 함유에 따른 발암 위험성을 알리는 경고문 부착을 명령하기도 했다.
커피를 포함한 고온 조리 식품에는 아크릴아마이드가 포함될 가능성이 있다. 현재까지 커피 섭취를 통해 인체에 심각한 영향을 미친다는 명확한 증거는 부족하다.
일상적인 식습관에서 탄 음식 섭취를 줄이고 조리 방식을 개선하면 아크릴아마이드 노출을 줄일 수 있다.
아크릴아마이드 노출을 최소화하려면 다음의 조리·보관 방법을 참고해보자.
▲보관: 감자와 같은 탄수화물 식품은 8도 이상 음지에서 보관한다. 냉장고에 장기간 보관하면 조리 시 아크릴아마이드가 더 많이 생성될 수 있다.
▲조리 온도 관리: 식품 조리 온도를 120도 이하로 낮추고, 고온에서 장시간 가열하지 않는다. 구이와 튀김 대신 찌거나 삶는 방법이 좋다.
▲감자 조리법: 생감자를 튀기기 전 물과 식초를 1:1로 섞은 용액에 15분간 담그면 아크릴아마이드 생성을 줄일 수 있다.
▲조리 시 색 변화 관리: 감자, 빵, 시리얼 등은 조리 시 갈색으로 변하지 않도록 주의하고, 이미 갈색으로 변한 부분은 제거 후 섭취한다.
▲설탕·향신료 사용법: 조리 시 설탕을 적게 사용하고, 고기를 굽는 경우 후추는 고기를 구운 뒤 뿌리는 것이 좋다.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