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검색

“647년만에 고향왔는데…” 부석사 불상의 ‘얄궂은 운명’…100일 후엔 日로 영원히 떠나

관련이슈 디지털기획

입력 : 2025-01-28 15:51:22 수정 : 2025-01-28 18:22:58

인쇄 메일 url 공유 - +

‘얄궂은 운명’이다. 왜구에 약탈당했던 고려시대 금동관세음보살좌상(불상)이 647년만에 고향인 충남 서산 부석사로 돌아왔다. 타향살이 끝에 귀향한 불상은 겨우 100일 고향의 품에 안긴다. 우여곡절 끝 제자리를 찾아왔으나 불상은 다시 일본으로 돌아가 여생을 보내게 된다. 이 불상에겐 무슨 일이 있었던걸까. 

 

◆왜구가 약탈한 불상 한국 절도범이 훔쳐 

 

이달 24일 오전 10시. 대전 유성구 국립문화유산연구원에서 불상을 서산 부석사로 옮기는 이운식(移運·보살상이나 불상을 옮기어 모심) 행사가 열렸다. 이운식에는 부석사 주지 원우스님과 일본 대마도 사찰 간논지(觀音寺)와 나가사키현청, 서산부석사금동관세음보살좌상제자리봉안위원회(부석사불상봉안위) 등이 참석했다.  

1378년 왜구에 약탈당한 충남 서산 부석사 고려 금동관세음보살좌상. 높이 50.5㎝. 간논지에 소유권 인도 후 24일 서산 부석사로 옮겨 100일간 일반에 공개한다. 5월 중 일본에 이송할 예정이다. 연합뉴스

이 불상은 고려시대인 1378년 9월 왜구에게 약탈당했다가 절도범이 훔쳐 국내로 들여왔으나 일본 소유권이 인정돼 일본으로 돌아가게 됐다. 

 

다나카 세스료 간논지 주지는 이날 이운식에서 “관세음보살의 대자대비한 마음이 있어서 오늘의 결과가 나왔다”며 “불상의 인도를 위해 힘써주신 한일 양국 정부와 의회, 대한불교조계종 등 많은 관계자께 거듭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이어 “오늘 모여주신 양국의 관계자분들이 한국과 일본의 신뢰를 확인하고 새로운 화합과 발전을 이룰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줬다”며 “더 좋은 인연과 관계로 이어졌으면 좋겠다”고 덧붙인 그는 한국어로 연신 “대단히 감사합니다”라고 했다. 

 

이 불상은 일본 반환에 앞서 약속된 절차에 따라 일본으로 떠나기 전 충남 서산 부석사로 귀향길에 올랐다. 647년 만이다. 

 

불상은 이달 25일부터 부처님오신날인 5월 5일까지 100일간 부석사에서 일반에 공개된다. 그간 소유권을 주장하며 법정 공방을 벌였던 부석사 측이 “반환 전 불상을 모시고 100일간 법회를 열게 해달라”고 요청한 것을 간논지 측이 수락하면서다.  

일본 대마도 간논지 다나카 세쓰료(田中節竜) 주지가 2022년 6월 대전고법서 열린 항소심 재판이 끝난 뒤 법원 건물 앞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강은선 기자

높이 50.5㎝, 무게 38.6㎏의부석사 불상 결연문(발원문·신이나 부처에게 소원을 비는 내용을 적은 글)에는 ‘1330년경 서주(서산의 고려시대 명칭)에 있는 사찰에 봉안하려고 이 불상을 제작했다’는 내용이 적혀 있다. 

 

부석사와 부석사봉안위 등에 따르면 1378년 왜구는 충남 천수만으로 들어와 부석사와 서산관아 등을 침탈했다. 이때 불상도 강탈 당한 것으로 추정된다. 150여년 후인 1526년 10월 대마도 간논지가 창건되면서 이 불상은 주존불로 봉안됐다.   

 

이같은 사실이 알려지면서 서산 부석사는 불상 반환에 나섰다. 1996년 부석사 주지 도광스님이 간논지를 찾아 불상 반환을 요청했고, 2004년에도 서산 부남회가 불상 교류를 논의했으나 무산됐다. 

 

제자리걸음을 걷던 불상 반환은 절도범이 훔쳐 국내로 밀반입하면서 고향인 한국에 오게됐다. 

 

2012년 10월 간논지 등 대마도 2곳의 사찰에서 불상 도난사건이 발생했다. 이듬해 1월 국내에서 불상 절도단이 경찰에 붙잡혔다.   

 

한국인 절도단은 부석사 불상을 포함해 대마도에서 훔친 2개 불상을 한국에서 유통하려다 검거됐다. 두 불상은 2013년 1월부터 항온·항습 기능을 갖춘 국립문화유산연구원 수장고에 보관됐다. 가이진신사(海神神社)에서 훔쳐온 동조여래입상은 2015년 7월 원 소장처로 돌아갔지만, 간논지 불상은 소유권 소송에 휘말리며 한국에 머무르게 됐다. 

 

◆소유권 두고 韓 부석사-日 간논지 10년 넘게 공방   

 

문화재청(현 국가유산청)는 유네스코 협약에 따라 불상을 일본에 돌려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1970년 제정된 유네스코 협약은 불법 약탈 문화재의 거래와 소유권의 이전을 금지하고 있다. 

 

부석사는 즉각 반발했다.

 

불법 약탈된만큼 불상을 원래 있던 곳에 돌려놔야 한다고 강조했다. 부석사는 2016년 불상에 대한 소유권을 주장하며 정부를 상대로 불상을 인도해 달라는 소송을 제기했다.  

 

1심 재판부는 약 1년간의 심리 끝에 2017년 “금동관음보살좌상이 부석사 소유라는 사실을 넉넉히 추정할 수 있고 정상적이지 않은 과정에서 반출되는 과정을 겪었지만 부석사 소유가 인정되는 만큼 보관 중인 대한민국은 원고에게 인도할 의무가 있다”며 부석사 측의 승소 판결을 내렸다.

 

하지만 정부 측은 이 판결에 불복, 항소를 제기했다. 

 

2023년 2월 대전고법은 항소심에서 “서주 부석사와 서산 부석사의 동일성·연속성이 유지됐다고 보기에 부족하다”면서 “간논지가 2012년 불상을 도난당하기 전까지 평온·공연하게 점유해온 점 등을 보면 민법상 취득시효(20년)이 완성됐다”고 소유권을 일본 간논지에 있다고 판결했다. 부석사는 대법원에 상고했으나 “불상이 제작·봉안된 고려시대 사찰 서주 부석사와 원고는 동일하나, 일본 민법에 따르면 대마도 간논지도 불상을 시효취득한 것으로 볼 수 있어 부석사는 불상의 소유권을 상실했다”며 일본 측 손을 들어줬다. 

 

이로써 10년여 공방을 벌인 소유권은 일본 간논지가 가져갔다. 이후 반환절차를 두고 줄다리기를 하던 양측은 올해 간논지 측이 부석사에 ‘100일 대여’에 합의하면서 불상은 고향에서 마지막 송별회를 열게 됐다. 태어난 곳에서 고작 48년을 살고 600년 넘게 타향살이한 불상은 영겁의 세월을 일본서 보낸다. 

 

◆수많은 문화재 강탈…환수는 7%도 안돼 

 

650여년 만에 귀향한 불상은 부석사 설법전에서 만날 수 있다. 고불식 후 특수강화유리로 제작된 진열장에 봉안된 불상은 5월 5일까지 매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5시까지 친견할 수 있다. 불상은 이후 5월 11일 전에 국립문화유산연구원으로 반환된 뒤 일본으로 떠나게 된다.

 

부석사 주지 원우스님은 고불문을 통해 “부석사에 봉안한 지 40년이 지난 어느 날 대마도 왜구들에 의해 관세음보살상은 약탈됐다. 머리에 쓰였던 보관은 어디론가 사라지고, 광배와 좌대는 버려지고, 32명의 발원도 내팽겨쳐졌다”라며 “100일 봉안 후 일본으로 돌아간 뒤에도 금동관세음보살상의 환지본처를 위해 더욱 매진할 것을 발원한다”라고 강조했다. 

 

정부 통계에 따르면 조선시대 말과 일제강점기에 약탈된 우리 문화재는 18만점에 이르는 것으로 집계되고 있다. 이중 8만여점이 일제강점기에 빼앗겼다. 확인하지 못한 문화재 약탈·반출까지 보면 실제로는 더 많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추정하고 있다. 

 

그러나 약탈된 문화재 가운데 6.5% 정도에 불과한 9751점만 국내로 돌아왔다.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돼있는 조선왕조실록과 의궤도 우리나라로 돌아오기까지 100년이 넘게 걸렸다. 환수된 문화재는 56%가 기증 형식이었다.  

 

부석사불상봉안위원장인 이상근 문화유산회복재단 이사장은 “올해가 한일 문화재 협정 60주년이다. 일본 내에 있는 우리 문화의 자연을 원상회복하는 데 일본도 반드시 호응할 것으로 예상한다”며 “불상이 부석사에 머무르는 100일이 문화재 반환 활성화를 논의하는 마중물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강은선 기자 groove@segye.com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피니언

포토

블랙핑크 지수 '여신이 따로 없네'
  • 블랙핑크 지수 '여신이 따로 없네'
  • 김혜수 '눈부신 미모'
  • 유인영 '섹시하게'
  • 박보영 '인간 비타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