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새로운 플래그십 폰 ‘갤럭시 S25 시리즈’를 공개한 이번 갤럭시 언팩 행사는 여러 흥미로운 지점이 있었다.
우선 삼성전자에 드리운 ‘비전의 부재’ 그림자를 어느 정도 털어냈다는 것이다.
비전은 지난 몇 년간 삼성전자를 지배한 핵심 키워드다. 업계를 넘어 일반 대중마저도 ‘1등 기업’ 삼성이 미래를 위해 구체적으로 무엇을 준비 중인지 알고 싶어 했다.
비전은 두 가지 방식으로 드러난다. 기업이 앞으로 무엇을 할지 직접 발표하거나, 내놓은 결과물을 통해 무엇을 준비해왔는지 유추하면서다. 이번 언팩은 후자에 해당한다.
삼성전자는 이미 지난해 세계 최초의 AI폰인 S24 시리즈를 출시했다. 그럼에도 이번 언팩을 관통하는 캐치프레이즈는 ‘진정한 AI폰의 시작’이다. 모바일 AI 사용자들의 가장 큰 언맷니즈(잠재욕구)였던 △쉽고 △실생활에 도움이 되고 △안전한 AI를 선보이는 건 이번이 처음이라는 뜻이다. 물론 S24 시리즈도 업데이트를 통해 S25에 탑재된 AI 기능을 활용하게 될 전망이다.
삼성전자는 진화한 갤럭시 AI에 대해 “최소 3년 전부터 몰두한 개발의 결과물”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첫 AI폰을 출시하기 전부터도 사용자 중심의 모바일 AI 연구가 진행됐다는 뜻이다. 삼성이 일찍이 AI폰 시장의 개화를 예측하고 패스트 팔로어가 아닌 퍼스트 무버를 추구해왔다는 것을 이번 S25 시리즈로 증명한 것이다.
재밌는 것은 현장 반응이다. 언팩 발표 당시 관객석에서 가장 큰 환호성이 나온 지점은 하드웨어 성능 소개였다. 모바일 기기의 두뇌인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와 카메라 기능, 언팩 전 S25 슬림으로 불렸던 초박형 모델 ‘S25 엣지’의 티저 영상이 공개됐을 때 장내엔 박수갈채가 쏟아졌지만 AI 기능을 선보일 땐 비교적 조용했다. 삼성이 힘을 준 부분은 ‘진정한 AI폰’이지만 정작 대중의 관심은 하드웨어에 쏠린 것이다.
기존 스마트폰 시장에서 하드웨어 성능 비교가 더 익숙해서였을까, 아니면 아직 시장이 고도화된 AI 기능을 주요 셀링포인트로 여기지 않아서였을까. 언팩 직후 개인적으로 만난 미국, 일본의 외신 기자들은 하나같이 “S25 사양보다 AI가 훨씬 인상 깊었다”고 말해 궁금증은 더욱 커졌다. 시장에서 이른 시일 내에 정반합(正反合)에 이를 궁금증으로 보이지만, 삼성에겐 향후 S25 판매 추이를 면밀히 분석해 차기 AI폰을 출시하기 전까진 반드시 풀어내야 할 숙제다.
현장 반응과 속마음의 괴리가 생긴 데 대해 짐작 가는 이유가 있다.
이번 언팩 행사는 ‘강연’에 가까웠다는 평가가 나온다. 연사들은 멀티모달, AI 에이전트가 더해진 갤럭시 AI로 무엇을 할 수 있는지 나열하고 소개하는 데 치중했다. 모바일 AI가 왜 중요한지, 내 삶을 어떻게 바꿔놓을지에 대한 인사이트는 부족했다. 적절한 유머, 화려한 무대 효과 등 내용을 더 효과적으로 전달하기 위한 수단도 눈에 띄지 않았다.
언팩은 삼성이 전 세계를 상대로 선보이는 ‘정보기술(IT) 쇼’여야 한다. 쇼의 성공 조건 세 가지인 △차별화된 콘텐츠 △관객과의 상호작용 △연출을 다시금 생각해볼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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