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은 12·3 비상계엄 사태와 정국 혼란과 관련, “유엔사무총장으로서 10년간 활동하며 국민이 분열되고 사회 갈등이 심한 국가들이 어떻게 실패하는지 생생히 봤다”며 “실패의 중심에 정치 지도자들의 아전인수, 아시타비(我是他非·나는 옳고 너는 틀렸다)의 독선이 놓여 있다”고 지적했다.
반 전 총장은 세계일보 창간 36주년 기념일에 즈음해 지난달 23일 가진 인터뷰에서 “그것(독선)이 정치와 정당의 양극화를 초래하고, 민주주의가 지향하는 다양성·포용성·대화와 타협의 정신을 심대하게 훼손시키며, 분열과 갈등의 악순환을 불러온다”고 강조했다. 거대 야당의 탄핵 남발 및 입법 폭주와 이를 명분으로 삼은 윤석열 대통령의 계엄 선포를 모두 싸잡아 비판한 것으로 풀이된다.
반 전 총장은 “지금 우리 정치권이 후진국이나 개도국에서나 볼 수 있는 이러한 실패의 악순환 고리에 매달려 통합과 화합을 해치고, 국익과 민생에 역행하고 있는 데 대해 참담한 심정이고 분노를 금할 수 없다”고 했다. 정치권 일각의 개헌 요구와 관련해서는 “개인적으로 지금 개헌을 심각하게 고민해야 할 때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김태훈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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