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명 후보 중 마은혁만 불임명 발단
법조계 “9명 구성이 헌법 취지 부합”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이 결국 헌법재판관 완전체의 마지막 퍼즐을 맞추게 될까. 헌법재판소가 대통령 권한대행의 ‘임명 부작위’가 위헌이라고 판단한다면 한 달 넘게 미뤄진 마은혁 재판관 후보자 임명이 이뤄질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31일 법조계에 따르면 헌재는 2월3일 오후 2시 국회가 최 대행을 상대로 낸 권한쟁의심판 사건, 김정환 변호사(법무법인 도담)가 최 대행과 한덕수 국무총리를 상대로 제기한 ‘재판관 임명권 불행사 부작위 위헌확인’ 사건의 선고기일을 진행한다. 피청구인이나 청구 이유는 다소 상이하지만 두 사건 모두 ‘12·3 비상계엄’ 사태 이후 대통령 권한대행이 국회가 선출한 헌법재판관을 임명하지 않은 ‘부작위’를 문제 삼고 있다.
이들 사건은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이 지난해 12월31일 국회에서 선출된 헌법재판관 3명 중 2명(정계선·조한창)만 임명한 게 발단이 됐다. 최 권한대행은 여야 합의가 확인돼야 나머지 1명(마은혁)도 임명할 수 있다고 했다. 이에 우원식 국회의장은 3일 “국회의 재판관 선출 권한과 이를 통한 헌법재판소 구성 권한, 탄핵심판 등에서 공정하게 심판받을 권한이 침해됐다”며 권한쟁의심판을 제기했다. 권한쟁의심판은 국가기관 간 책임이나 권한 다툼이 있을 때 헌재가 심판하는 절차다.
국회의 권한쟁의 청구에 앞서 김정환 변호사는 12월28일 재판관 임명권을 행사하지 않아 공정한 헌법재판을 받을 권리를 침해했다며 헌법소원을 냈다. 김 변호사는 비상계엄 선포 엿새 뒤인 12월9일 계엄군의 포고령에 대해 위헌확인 헌법소원을 제출한 바 있다. 사건의 당사자인 김 변호사는 대통령 권한대행이 “특정 정치적 목적을 가지고 헌법을 자의적으로 해석해 헌법재판 기능을 마비시켰다”며 이번 헌법소원을 청구했다.
법조계에서는 헌재가 이번 청구를 받아들일 가능성이 크다는 예측이 우세하다. △재판관 후보자가 국회 추천 몫이었다는 점이나 △과거 박근혜 대통령 탄핵 국면에서도 권한대행이 재판관을 임명한 전례가 있다는 점 △헌법이 예정한 재판관 9명 체제에서 내린 심리와 결정이 정당성을 확보할 수 있다는 점 등을 고려할 때 대통령 권한대행이 임명을 미룰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헌법연구관 출신 노희범 변호사는 “국회 선출 몫인 재판관에 대한 대통령의 임명권은 형식적이고 실질적인 임명권은 국회에 있다는 것이 헌법학자들의 통설적 견해이고 지금까지 대통령이 국회 선출 재판관에 대해 임명권을 거부한 적이 없다”며 “마 후보자를 임명하지 않은 행위가 국회의 재판관 선출 권한을 침해했다고 볼 가능성이 매우 크다”고 전망했다. 다른 헌법학자도 “재판관 9명이 심리와 결정을 내리라는 것이 헌법이 예정한 바”라며 “임명을 거부하거나 보류한 것에 대해 헌재가 국회의 권한을 침해했다고 판단할 것”이라고 했다.
헌재가 대통령 권한대행의 ‘재판관 불임명’이 헌법에 어긋난다고 판단할 경우 최 대행이 이를 따르지 않을 명분은 없다. 노 변호사는 “헌재가 (인용 결정을 내린다면) 최 대행이 위헌적인 행위를 한 것이라고 인정한 것이 된다”며 “헌재가 유권적이고 최종적으로 내린 결정은 모든 국가기관을 기속하게 돼 있다”고 강조했다. 헌재가 국회의 손을 들어줄 경우 최 대행이 재판관 임명에 대한 정치적 부담을 덜 수 있다는 해석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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