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캐나다, 멕시코, 중국 대상 관세 부과를 강행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가운데 한국도 트럼프 ‘관세 전쟁’의 영향권에 들어왔다는 우려가 가시화하고 있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이 수개월 안에 한국의 최대 수출품인 반도체와 철강, 알루미늄 등 여러 제품에 관세를 매기려는 의지를 피력함에 따라 국내 업계도 바짝 긴장하는 분위기다.
◆한국도 사정권…멕시코·캐나다 생산기지 둔 기업들 ‘비상’
1일 업계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1월 31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행정명령에 서명한 뒤 진행한 언론과의 문답에서 ‘캐나다 등이 오늘 밤 내일 관세 부과를 막기(forestall) 위해 할 수 있는 것이 있느냐’는 질문에 “노(No). 지금은 없다”고 답했다.
그는 ‘관세 부과 예고가 협상용 수단이 아니냐’는 후속 질문에 “아니다. 그렇지않다”고 강조했다.
멕시코와 캐나다는 북미를 겨냥한 국내 기업의 주요 생산 기지다. 관세가 현실화하면 투자 전략 수정이 불가피하다.
삼성전자는 멕시코 케레타로와 티후아나에서 가전 공장과 TV 공장을 각각 운영 중이다. LG전자도 레이노사(TV), 몬테레이(냉장고), 라모스(전장) 등에 생산 기지를 운영한다.
몬테레이에 기아 공장을 둔 현대차그룹도 공급망 조정으로 피해를 최소화하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기아 멕시코 공장에서는 작년 1∼11월 K3 17만5000대, K4 6만4000대, 투싼 1만4000대 등 총 25만3000대가 생산돼 판매됐다.
김승준 기아 재경본부장은 “단기적으로는 추가 부담이 생기겠지만 장기적으로 가격 인상이나 생산지 조정 등을 통한 대비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캐나다는 북미 최대 핵심 광물 생산지다. 이 지역에 진출한 LG에너지솔루션, 포스코퓨처엠, 에코프로비엠 같은 전기차·배터리 기업이 영향권에 들었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 이차전지 업계의 우려가 큰 것은 사실”이라며 “다양한 시나리오로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본격 무역정책 시작도 안 해…4월까지 중요시기”
정부 통상 당국은 동맹국까지 겨냥한 무차별 통상 압박이 아직 채 본격화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미국 신정부의 정책 동향을 예의주시 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직후 상무부 등 관계 부처에 오는 4월 1일까지 불공정 무역과 무역 불균형 해소를 위한 종합적 방안을 검토해 마련하라고 지시한 바 있다.
이에 정부는 이른바 ‘보편 관세’ 문제를 포함한 트럼프 신정부 차원의 새 무역 정책의 틀이 이때 종합적으로 제시될 것으로 보고 한국의 부담 요인을 최소화하는 데 정책 초점을 맞춰나갈 계획이다.
정부 관계자는 “최근까지 트럼프 대통령과 상무장관 후보자 등의 언급을 보면 1기 행정부 당시 업적을 강조하는 맥락에서 세탁기 등을 언급한 것을 빼고 나면 한국에 관한 실질적 언급은 없었다”며 “4월 1일까지 이뤄질 정책 리뷰 기간 (한국이 받을) 타격을 최소화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통상 당국은 하워드 러트닉 상무부 장관 후보자가 청문회 인준을 거쳐 내달 중 취임하는 등 트럼프 2기 통상 정책 라인이 진용을 갖추는 대로 여러 고위급 소통 채널을 가동해 트럼프 2기 한미 산업·통상 협력 구체화 방안을 협의해 나갈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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