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저비용 고성능 인공지능(AI) ‘딥시크’ 충격이 전 세계를 강타한 가운데 국내 산업계에서 존재감을 키우고 있는 중국제품과 기술력에 대한 우려가 급속도로 커지고 있다. 그동안 중국산은 ‘싸고, 성능이 떨어진다’는 인식이 강했지만, 최근 로봇청소기 등의 분야를 중국산이 장악하면서 중국산에 대한 인식도 달라지고 있다. 특히 정부의 대대적 지원으로 기술력을 업그레이드한 중국 업체들이 반도체, 전기차, 배터리 등 첨단산업 분야에서 국내 기업들의 경쟁력을 위협하면서 불안감은 국내 전 산업계로 확산하고 있다.
◆中, 국내 로봇청소기 잠식…반도체·배터리 경쟁력 위협
2일 업계에 따르면 로봇청소기는 중국 업체가 국내 시장을 잠식한 대표적 분야다. 국내 로봇청소기 시장 점유율 1위를 차지한 중국 로보락은 ‘중국산은 저렴하다’는 그간의 인식과 달리 150만원 안팎의 고가 프리미엄 제품으로 국내 소비자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로보락은 지난해 말 삼성전자와 LG전자가 장악한 일체형 세탁건조기 신제품을 국내에 출시한 데 이어 올해 초 국내 2번째 플래그십 매장을 열었다.
샤오미도 최근 한국 법인을 설립했다. 스마트폰과 TV, 웨어러블, 보조배터리, 로봇청소기 등의 제품을 순차 출시할 예정이다.
삼성전자와 LG전자는 중국업체들의 진출이 ‘쓰나미급’ 충격을 가져올 것으로 전망하고 대응에 만전을 기하고 있다.
반도체와 배터리는 중국 업체들의 저가 물량 공세에 직격탄을 맞은 분야다.
창신메모리테크놀로지(CXMT)와 푸젠진화(JHICC) 등의 저가 물량 공세에 따른 공급 과잉이 맞물려 삼성전자의 주력인 범용(레거시) 메모리 가격이 가파르게 하락하고 있다.
공급망을 수직 계열화해 가격 경쟁력을 갖춘 중국업체들의 공습에 LG에너지솔루션, SK온, 삼성SDI 등 K-배터리업체도 고전 중이다. 배터리 3사는 CATL 등에 밀려 지난해 1∼11월 점유율이 19.8%를 기록하며 10%대로 하락하기도 했다.
◆전자상거래(이커머스) 영역도 긴장
중국의 한국 시장 침투는 유통업도 예외가 아니다. 유통은 국내 소비자와 직접 맞닿는 내수 산업이라는 점에서 국내 산업계에 미치는 파장이 크다. 실제 중국의 국내 유통망 진입 시도는 온오프라인 경계를 넘어 광범위하게 전개되고 있다. 가장 눈에 띄는 부분은 전자상거래(이커머스) 영역이다.
국내 이커머스 거래액은 2023년 기준 229조원으로 중국(3954조원), 미국(1522조원), 영국(246조원), 일본(253조원)에 이어 세계 5위다.
중국은 글로벌 이커머스 기업 알리바바그룹의 계열사인 알리익스프레스를 필두로 테무와 쉬인까지 가세해 빠른 속도로 국내 시장을 잠식해 들어오고 있다. 중국 현지에서 공수한 초저가 상품과 무료 배송을 내세워 국내 소비자들의 '가성비'(가격 대비 품질) 선호 심리를 파고드는 양상이다. 이들의 성장 속도는 이용자 증가세에서 확연히 드러난다.
앱·리테일 분석 서비스 와이즈앱·리테일·굿즈에 따르면 알리익스프레스의 월간 활성 이용자 수(MAU)는 지난해 12월 기준 899만명으로 국내 진출 초기인 2020년 8월(139만명) 대비 6.5배로 급증했다. 지난 2023년 월평균 이용자 수(486만명)와 비교해도 불과 1년 만에 두 배 가까이 증가한 것이다. 국내 대표적인 종합 이커머스 가운데 하나인 SK스퀘어 계열의 11번가(736만명)는 물론 신세계그룹 계열인 G마켓(지마켓·528만명)까지 제치고 쿠팡(3260만명)에 이어 국내 2위 자리를 꿰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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