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교 60주년 무색… 진정성 논란
일본이 조선인 강제동원 현장인 일명 군함도(하시마 탄광)의 노역 강제성을 숨기는 등 여전히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등재에 따른 후속조치를 이행하지 않고 있다. 최근 파행을 빚은 사도광산 추도식에 이어 과거사 문제에 대한 진정성 논란이 계속되면서 국교 정상화 60주년을 맞는 한·일 관계에 우려가 제기된다.
2일 외교부에 따르면 지난달 31일(현지시간) 일본은 유네스코 세계유산센터에 2015년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된 메이지 산업혁명 유산 관련 후속조치 보고서를 제출했다. 메이지 산업혁명 유산은 일본 각지에 산재한 23개 근대산업시설로, 여기에 포함된 군함도 등 7곳에 당시 조선인이 강제동원돼 일했다. 타국에 대한 식민 역사가 연관된 시설인 만큼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하려면 관련국들과 대화하고 약속을 이행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조건이 붙었다.
이에 따라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는 2023년 9월 일본에 추가 조치에 대한 진전사항을 보고서로 제출할 것을 요청했고, 일본 측은 한국과 협의를 거쳐 조치한 내용을 보고서에 담았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일본은 한국의 요청 사항을 대부분 받아들이지 않았다.
군함도 등에서의 희생자들을 기리는 산업유산정보센터에 한국인 강제동원 피해자 증언을 전시하라는 한국의 요청은 전시물이 아닌 한국어판 증언 자료집을 서가에 비치하는 수준에 그쳤다. 강제노역의 전체 역사에 대한 설명을 포함해달라는 요청 역시 해설사 역량 강화 훈련, 도쿄 센터 개관일 확대, 광산노동자 봉급·복지 비교연구 지원 등 조치로 대신했다. 한·일 강제병합의 합법성을 주장하는 취지의 전시물을 즉각 철거해달라는 요청도 반영되지 않았다.
일본 측과 치열한 협상을 거쳐 산업시설의 세계문화유산 등재에 두 차례 동의했던 우리로서는 거듭 뒤통수를 맞은 모양새가 되면서 외교적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게 됐다. 일본이 약속을 성실히 이행하지 않는 부분은 국제적 평판 등에 영향을 미칠 순 있지만 직접적인 제재가 이뤄지는 구조는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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