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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정갈등’ 1년, 텅 빈 강의실… 치킨게임 언제까지 [미드나잇 이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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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5-02-05 21:58:00 수정 : 2025-02-05 23:2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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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강해도 돌아오지 않는 의대생들
24·25학번 1학년인 ‘더블링’ 우려
‘빅5’ 병원 인턴 지원자도 한 자릿수
정부, 이달 중 의대정원 등 대책 마련
당정·의료계 실질 논의 물꼬 틀까

# 지난해 졸업을 1년 남겨두고 휴학한 연세대 의대생 이모씨는 이번 학기에도 휴학을 유지하기로 했다. 이씨는 “동기들과 선후배 등 95% 이상이 휴학을 지속하기로 했다”며 “길어지면 군대에 갈 생각”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의대생 김모씨는 “학교 학칙상 2년 연속 휴학을 허용하고 있지 않지만, 지난해와 상황이 크게 바뀌지 않아 학교에 돌아갈 명분이 없다”면서 “사태가 해결되기 전까지 각자 여행을 하거나 공부하거나 할 일을 하며 생활하고 있다”고 전했다.

지난 7일 대구의 한 의과대학 강의실이 텅 비어 있다. 뉴시스

‘의대 정원 확대’를 둘러싼 정부와 의료계의 갈등이 1년 가까이 이어지는 가운데, 학교를 떠난 의대생들이 돌아오지 않고 있다. 전국 의대생들이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휴학 투쟁에 나서기로 하면서 입학을 앞둔 신입생들도 휴학에 동참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정부와 의료계는 2월 협의 완료를 강조하고 있지만, 이견을 좁히는 데 난항을 겪으면서 장기적인 의료 인력 수급에 차질이 생길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새 학기에도 돌아오지 않는 의대생들…전체의 95%가 휴학

 

최근 두 달간 의대 휴학생 규모는 오히려 60% 가까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5일 국회 교육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진선미 의원이 교육부로부터 제출받은 ‘의과대학 학생 현황’에 따르면, 지난달 9일 기준 전국 39개 의대(예과 2년·본과 4년) 휴학생은 전체 재적생 1만9373명의 95%에 해당하는 1만8343명으로 집계됐다. 

서울시내 한 의과대학 복도에 의사 가운이 걸려있다. 뉴시스

지난해 11월 교육부가 집계한 의대 휴학생 1만1584명보다 63% 늘어난 수치다. 휴학생 중 ‘군 휴학’은 1419명으로 지난해 9월(1059명)보다 75% 증가했다. 

 

재적생에서 휴학생을 제외한 재학생은 1030명이었다. 이 중 실제 온·오프라인 강의에 출석한 학생은 723명에 불과했다. 307명은 휴학하지 않았지만 사실상 ‘수업 거부’를 한 셈이다.

 

휴학생 숫자가 늘어난 데 반해, 지난달부터 시작된 복학 신청 건수는 미미한 상황이다.

 

국립대 의대 가운데 진 의원실이 복학 신청 규모를 파악한 경북대, 부산대, 전남대를 모두 합해도 복학을 신청한 학생은 18명에 불과하다. 특히 부산대는 2024학번 중 복학을 신청한 학생이 아무도 없었다. 경북대는 1명, 전남대는 3명이었다.

 

정원 확대 등 의료 개혁에 반발해 의대생들이 휴학에 돌입한 것은 지난해 2월부터다. 개강과 동시에 휴학에 들어서며 재학생들은 1년이 고스란히 밀렸다. 3월 복귀가 현실화되더라도 2024학번과 2025학번이 함께 1학년 수업을 듣는 ‘더블링’ 사태가 초래될 수 있다. 

 

1년간 휴학에 돌입했던 의대생들이 돌아올 경우 지난해 재학생 3000명과 올해 신입생 4500여명을 더해 약 7500여명의 학생이 수업을 듣게 된다. 올해도 휴학이 이어질 경우 2026년에는 1만명이 넘는 학생이 1학년 수업을 듣게 되는 경우가 발생할 수 있는 것이다.

 

서울 시내의 한 대학병원에서 의료진들이 이동하고 있다. 뉴시스

 

“돌아갈 명분 부족”… ‘빅5’ 병원 인턴 지원자도 한 자릿수

 

의대생들이 돌아오지 않는 이유는 사실상 이들이 휴학하던 때와 상황이 변한 게 크게 없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의대생들은 당시 △의대 증원 계획 및 필수의료 정책 패키지 전면 백지화 △의정 동수의 의정합의체 구성 △합리적 수가 체제 마련 △의대생 상대 공권력 남용 철회 및 휴학 권리 보장 등을 요구한 바 있다.

 

이날 의사·의대생 온라인 익명 플랫폼인 ‘메디스태프’에는 “휴학계 제출 방식으로 2025학년도 투쟁을 진행한다”는 대한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학생협회(의대협) 공지가 올라왔다. 

서울 시내 한 의과대학의 모습. 연합뉴스

전국 40개 의대가 소속된 의대생 대표 단체인 의대협은 전체학생대표자총회 명의의 글에서 “지난 6주 동안 40개 의대가 처한 상황을 고려해 2025학년도 투쟁 실현 방안에 대한 논의를 진행했고, 지난 4일 임시 총회에서 휴학 등을 의결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휴학계 제출이 불가능한 단위나 학년은 이에 준하는 행동으로 참여한다”고 덧붙였다.

 

대한의사협회(의협)와 전공의들이 여전히 정부에 반기를 들고 있는 것도 의대생들의 복학을 제약하는 요인이다. 

 

전국 221개 수련병원이 지난해 사직한 인턴 임용 포기자 2967명을 대상으로 전날까지 수련을 재개할 상반기 인턴 모집을 실시했지만, 지원자는 극소수에 그쳤다.

 

삼성서울병원, 서울대병원, 서울성모병원, 서울아산병원, 세브란스병원 등 서울의 주요 상급종합병원인 이른바 ‘빅5’ 병원도 대부분 지원자가 한 자릿수에 불과한 것으로 전해졌다.

 

가톨릭대 서울성모병원을 사직한 한 전공의는 세계일보에 “문제없이 다녔다면 올해 레지던트 3년 차가 될 예정이었다”며 “정부가 의료개혁 대책을 발표한 후 그 여파에 대해 책임지려고 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으면서 지금과 같은 의료 환경에서 일하기 싫어 자발적으로 사직했다”고 말했다.

 

서울시내의 한 의과대학. 뉴시스

 

정부, 이달 중 종합대책 마련… 실질 논의 물꼬 틀까

 

정부는 이달 중 2026학년도 의대 정원과 2025학년도 의대 교육 관련 대책을 종합해 발표할 계획이다. 

 

구연희 교육부 대변인은 지난 3일 정례브리핑에서 “휴학한 의대생들의 복귀 방안 발표를 2월 중으로 마련할 예정”이라며 “각 의대별로 맞춤형 대책을 세우고 있다”고 밝혔다.

 

교육부는 통상 1년 단위로 진행되는 의대 수업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3월 전 의대 관련 논란을 최소화하고 싶다는 의지를 피력하고 있다.

 

의료계 안팎에선 오는 14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가 개최하는 ‘의료인력 수급추계기구 법제화를 위한 공청회’를 의정 갈등 협상의 본격적인 시작으로 보고 있다. 대한의사협회가 당정과 공식 접견을 시작하는 자리이기 때문이다. 

 

다만, 교육부 방침대로 2월 말까지 내년도 정원을 확정하려면 의정 양측에 물리적인 시간이 충분하지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 의료계 관계자는 세계일보와의 통화에서 “정부가 2월 중 의대생 복귀를 위한 방안을 발표하겠다고 했지만, 만족스러운 합의안이나 대안이 나올지 의문”이라며 “정원이 최대 4배까지 늘어난 비상식적인 상황에서 내년에는 학생을 뽑지 않고 숫자를 동결한 뒤 추후 증원에 대해 의료계와 합의하겠다고 해야 학생들이 돌아올 유인책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다른 의료계 관계자는 “국민들이 납득할 만한 협상안을 제시해야 했지만, 기성 의사들이 뜻을 모으지 못했고 젊은 의사들이 현장을 떠나면서 여론을 우리 편으로 이끌지 못했다”며 “이제는 의료 현장과 학교 상황을 냉정하게 바라보고 정부와 의협이 서로 양보할 수 있는 부분을 조율해 실질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윤진 기자 soup@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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