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검색

[기고] 휴대전화 없는 교실과 교육정상화

관련이슈 기고 , 오피니언 최신

입력 : 2025-06-02 23:28:33 수정 : 2025-06-02 23:28:33

인쇄 메일 url 공유 - +

코로나19 시대를 지나면서 우리의 교육은 엄청난 변화를 겪었다. 특히 원격 수업과 비대면 수업에 교육 현장을 지키신 선생님들의 노력과 열정은 학습 의지와 열의가 사라지는 학생들을 모니터 앞으로 이끌어 냈고, 그 결과 어느 나라보다도 빠른 대면 교육으로의 귀환을 이루어 냈다.

하지만 역설적으로 학생들을 휴대전화가 없이는 그 어떤 교육적인 활동을 가능하지 못하게 만들어 가는 모습은 학생들에게 ‘중독’ 그 이상이었다. 교육 공학적 발전은 ‘에듀테크’라는 이름으로 ‘심각한 몰입’을 만들어 냈고 학생들뿐만 아니라 선생님들도 인공지능(AI)이라는 편리함에서 벗어나기가 쉽지 않았다.

최상권 충훈고등학교 교사·전 경기도교육청 장학사

이제 우리에게 다시금 교육의 정상화를 고민해야 할 시간이 다가왔다.

작년에 우리나라에 큰 이슈를 던졌던 미국의 도덕 심리학자인 조너선 하이트가 집필한 ‘불안세대(The Anxious Generation)’는 1년이 지난 지금도 충분한 울림이 있다. 최근 학교 밖에서 시작된 ‘휴대전화 없는 학교’(가칭 ‘중학교까지 기다려요’) 운동은 우리 교육을 다시금 정상화할 수 있는 중요한 전환점이 될 것이다. AI 열풍이 부는 오늘날의 현실에서 학생들이 스마트폰과 거리 두기를 해야 하느냐고 되물을 수 있다. 하지만 이는 우리 학교 교육에 필요한 정책이다. 조너선 하이트는 디지털 세계에서 살아가는 청소년은 스마트폰으로 인해 정신적, 신체적으로 병이 들고 내면적인 모습을 상실하고 있다고 소개하였다.

미국, 영국, 프랑스, 핀란드 등 대부분 선진국은 청소년의 전인적 성장을 위해 이미 ‘휴대전화 없는 학교’를 도입했지만, 한국에서는 청소년의 휴대전화 사용에 대한 원칙이 아직 정립되어 있지 않다. 이미 해외(프랑스, 미국, 네덜란드, 중국, 일본)에서 휴대전화 사용을 금지 또는 제한하고 있으며, 특히 미국에서는 청소년의 스마트폰 소지에 대한 우려가 커져서 학교 중심으로 다양한 대책이 시행되고 있다. 그 대표적 사례가 ‘중학교까지 기다려요’라는 학부모 캠페인 운동이다.

해외에 비하면 우리나라의 대응은 한참 늦었지만, 최근 국가인권위원회는 중·고등학교 학생의 휴대전화 수거와 사용 제한이 인권 침해가 아니라는 결정을 내렸고, 지난 4월 28일 이에 대한 최종 결정문을 배포했다. 국가인권위원회의 결정에는 2023년 7월 유네스코가 발표한 보고서 ‘2023 글로벌 교육 모니터’의 내용인 “혼란과 학습 부진, 사이버 괴롭힘을 막기 위해 학교에서 스마트폰 사용을 제한해야 한다”는 권고가 근거로 제시되었다.

국가인권위원회의 최종 결정문이 배포된 현재 상황에서 교육부는 휴대전화 사용 문제를 학교장의 책임으로 넘기는 임시방편으로 처리해서는 안 된다. 최근 경기도에서는 청소년 휴대전화 폐단에 대응하기 위해 미국과 영국 등의 ‘중학교까지 기다려요’ 캠페인 운동에 착안하여 한국형 ‘휴대전화 없는 학교-중학교까지 기다려요’ 운동을 전개하고 있다.

교육부와 각 시도교육청도 ‘휴대전화 없는 학교-중학교까지 기다려요’ 운동에 발 벗고 나서야만 한다. 다양한 통로를 통해서 공론화 과정을 만들어 교원단체, 학부모단체, 시민단체도 적극적으로 참여하도록 해야 하며 정책연구, 설문조사, 도의회와 협조, 타시도 교육청과 연계, 국회 및 국가교육위원회와의 연계도 고려해야 한다. 이제 휴대전화를 닫고 책을 펴자. 그 안에 우리가 가야 할 새로운 교육의 미래가 있음을 기억하자.

 

최상권 충훈고등학교 교사·전 경기도교육청 장학사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피니언

포토

[포토] 유스피어 다온 '완벽한 비율'
  • [포토] 유스피어 다온 '완벽한 비율'
  • 조이현 '인형 미모 뽐내'
  • 키키 지유 '매력적인 손하트'
  • 아이브 레이 '깜찍한 볼하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