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교내에서 학생을 살해한 대전의 초등학교 교사가 범행 나흘 전에도 동료교사에게 폭력적인 행동을 보인 것이 알려진 가운데, 중증 정신질환자가 멀쩡히 교사로 근무한 것에 대한 의문이 커지고 있다.
10일 대전 초등생 살해 사건이 알려지자 교육 당국에 대한 성토의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누리꾼들은 “심각한 정신질환자는 가르치는 일에서 배제됐어야 하는 것 아니냐”, “무서워서 아이를 학교에 보내겠냐”, “교육청이 살인을 방조했다” 등 분통을 터뜨리고 있다.
특히 가해 교사 A씨가 우울증으로 휴직하고도 한 달도 안 돼 복직한 점, 사건 나흘 전에도 동료 교사의 팔을 꺾는 등 난동을 치웠다는 점이 알려지며 해당 학교와 교육청의 대응 및 교육부 방침에 대한 반발심을 키웠다.
지난 6일 학교에서 웅크리고 앉아 있던 A씨는 동료 교사가 다가와 ‘무슨일이냐’고 묻자 갑자기 동료 교사의 팔을 꺾는 등 공격적인 행동을 보였다. 다른 교사들에 의해 제압당한 A씨는 “내가 왜 불행해야 되냐”고 중얼거리기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앞서 A씨는 정신질환으로 인해 지난해 12월9일 6개월 휴직에 들어갔다가 20일 만인 12월29일 복직했다. 당초 6개월 휴직이 예정되어 있었으나 의사 소견서 등을 바탕으로 복직이 허용됐다. 이에 해당 소견서를 써준 의사에게도 책임이 있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11일 대전교육청에 따르면 사건 당일인 전날 서부교육청 초등담당 장학사가 학교에 방문해 조사를 진행한 뒤 A씨에 대한 분리조치를 학교 측에 권고했다. 하지만 교육청의 대응은 참극을 막지 못했다. 교육 당국이 권고 조치를 취하고 철수한 뒤 불과 몇 시간도 지나지 않아 A씨가 범행을 저지른 것이다.
A씨는 장학사 방문을 전후로 점심시간에 학교 인근의 상점에서 흉기를 구입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후 이날 오후 5시50분쯤 A씨는 고(故) 김하늘(8)양을 교내에서 흉기로 찔러 생명을 잃게 만들었다. A씨는 범행 직후 자해를 해 수술 받았다. A씨는 경찰에 “복직 후 교감이 수업에 못 들어가게 해 짜증이 났다”, “어떤 아이든 상관 없이 같이 죽으려 했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양의 아버지는 “우울증을 앓던 사람이 다시 교단에 선다는 게 말이 되느냐”며 “자신의 감정을 주체하지 못해 아이를 죽였다는 생각이 든다. 학교가 강한 책임감을 느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피의자의 우울증이나 정신과적 문제를 사건과 직접적으로 연관 짓는 것은 위험하다는 전문가들의 지적도 나오고 있다. 정신질환에 대한 사회적 낙인이 형성될 수 있기 때문. 다만 중증이거나 공격성을 띠는 정신질환자의 경우 관리가 필요하다는 데는 공감대가 만들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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