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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 자동차 가격경쟁력 ‘뚝’… 부품 협력사도 도미노 직격탄 [트럼프發 관세전쟁]

입력 : 2025-02-11 18:54:01 수정 : 2025-02-11 23:1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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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출 효자 기업들 ‘초긴장’

車·반도체, 대미수출 35%이상 차지
원자재 이어 완성차에 관세 부과 땐
차값 상승 불가피… 수요 둔화 우려
현지 생산 확대 땐 국내 산업 공동화

반도체값 오르면 美 빅테크도 타격
“당장 고관세 부과할 가능성 제한적”
의약품도 사정권… 관세율 예의 주시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우리나라의 대미 1, 2위 수출 품목인 자동차와 반도체, 수출 증가 전망이 큰 의약품 등에 대한 관세도 검토하겠다고 예고하면서 관련 업계의 긴장감도 커지고 있다. 업계에선 관세로 인한 타격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면서도, 기업들이 현지 공장 건설 등 대비책을 마련해온 만큼 그 영향이 제한적일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철강·알루미늄 25% 관세 부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왼쪽)이 10일(현지시간) 백악관 집무실에서 하워드 러트닉 상무장관 후보자가 지켜보는 가운데 미국에 수입되는 철강·알루미늄 제품에 예외나 면제 없이 25% 관세를 부과한다는 내용의 포고문에 서명한 뒤 이를 들어보이고 있다. 워싱턴=AP연합뉴스

트럼프 대통령이 10일(현지시간) 관세 부과 검토 대상으로 언급한 반도체, 자동차, 의약품은 모두 관세 없이 미국에 수출되고 있는 품목이다. 반도체는 1997년 세계무역기구(WTO)의 정보기술협정(ITA)에 따라 WTO 회원국 간에 무관세를 적용하고 있고, 자동차와 의약품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이후 관세 없이 미국에 수출 중이다. 특히 자동차와 반도체는 전체 대미 수출의 35% 이상을 차지하는 효자 품목이다. 자동차는 지난해 미국에 347억4400만달러(27.2%), 반도체는 106억8000만달러(8.4%)를 수출했고, 대미 무역수지는 각각 325억6400만달러, 74억2900만달러에 달한다.

 

국내 자동차 업계는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이후 도입되는 멕시코·캐나다산 제품 25% 관세, 미국 수입 철강·알루미늄 관세와 함께 자동차 분야 직접 관세까지 더해질 경우 원가에 미칠 영향이 커서다.

 

무엇보다 자동차 핵심 원자재인 철강·알루미늄에 이어 완성차에도 관세가 부과되면 미국 시장에서 판매되는 한국 자동차의 가격 상승은 불가피하다. 미국 시장에 완성차를 수출 중인 현대차·기아, GM 한국사무소 등이 직접 영향을 받게 된다. 현대차·기아의 지난해 미국 판매량은 약 170만대로, 이 중 절반가량을 한국에서 만들어 수출하고 있다.

 

다만 지난해 말부터 시범 생산을 시작한 ‘현대차그룹 메타플랜트아메리카’(HMGMA)가 본격적으로 가동되면 상황은 나아질 전망이다. 현대차그룹은 HMGMA, 현대차 앨라배마공장, 기아 조지아공장을 더해 연간 1000만대 생산 체제를 갖추며 현지 생산 비중을 늘릴 계획이다.

완성차 관세 부과는 전체 공장 생산량 조절과도 연계돼 국내에 뿌리를 내리고 있는 부품 협력사들도 손실을 피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업계 관계자는 “타 FTA 체결국의 관세 협상 추이를 면밀히 모니터링해 한국 자동차 산업만 피해가 커지지 않도록 정부와 함께 협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반도체 업계는 당장 트럼프 대통령이 고율의 관세를 부과할 가능성은 제한적이라는 주장이 나온다. 메모리 수요가 가장 큰 미국 시장에서 공급 단가가 올라가면 미국 내 글로벌 빅테크의 수익성이 급격하게 떨어질 수밖에 없어서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의 글로벌 메모리 점유율은 D램 76%, 낸드 56% 등에 달하고 미국이 중국 메모리를 철저하게 배제하는 만큼 양사 외에 대체재를 찾기 쉽지 않은 상황이다.

 

미국 반도체 산업 특성상 관세로 인한 가격 인상의 영향이 덜하다는 분석도 나온다. 한국 반도체는 중간재이므로 대부분이 대만, 중국, 베트남 등으로 다시 수출돼 인공지능(AI) 반도체, 스마트폰, 노트북 등을 만드는 데 쓰인다. 이는 트럼프 관세 폭탄의 영향에서 일정 부분 벗어나 있다는 뜻이다.

수출 대기 중인 자동차. 인천항만공사 제공

또 미국으로 직접 수출하는 메모리는 상당수가 AI 데이터센터 등에 들어가는 고부가가치 제품인데, 고부가가치 제품의 성패는 가격보단 빅테크의 AI 투자 의지에 달렸다는 분석도 있다. 관세가 부과되면 공장 대부분이 해외에 있는 미국의 메모리 업체 마이크론도 피해를 볼 것이라는 분석도 이 같은 주장에 힘을 싣는다.

 

다만 글로벌 모바일·PC 수요 부진으로 메모리 업황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 관세 부과 등 악재가 더해지면 시장 자체가 위축돼 한국 기업 실적에 악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는 분석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아직 불확실한 것이 많아서 일단 상황을 지켜보는 중”이라면서도 “트럼프 대통령이 반도체 관세를 빌미로 한국 기업들의 더 적극적인 대미 투자를 유도하고 있다는 해석도 있다”고 말했다. 국내 제약·바이오 업계도 긴장하는 모습이다. 현재 바이오시밀러와 위탁생산(CMO) 제품 등은 FTA에 따라 미국에서 관세가 면제된 상태인데, 관세 적용이 현실화하면 가격 경쟁력 약화 등이 나타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미국이 자국 업계의 부담을 높이는 관세 정책을 강행할지는 미지수다.

 

한국바이오협회 바이오경제연구센터에 따르면 미국 병원과 제네릭 제약회사 등 제약업계는 트럼프 행정부에 의약품 관세 제외를 요구하고 있다. 무역 장벽이 미국 내 의약품 부족과 가격 상승을 초래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센터는 최근 보고서에서 “미국 내 병원 및 제약업계의 우려에도 세계 1위 의약품 시장인 미국이 실제 의약품에 대한 관세를 부과할지, 부과한다면 어느 정도 할지 등에 대해 우리를 포함한 모든 나라가 지켜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동수·백소용·이강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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