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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모지 선 푸른 눈의 태극전사… 압바꾸모바 바이애슬론 첫 金 [2025 하얼빈 동계 아시안게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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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5-02-11 20:29:11 수정 : 2025-02-11 21:59: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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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계AG 女7.5㎞ 스프린트 제패

러시아서 경쟁 피해 2016년 한국 귀화
처우 이유로 떠났지만 둥지 못 찾고 ‘유턴’
담금질 끝 9년 만에 조국에 첫 메달 안겨
22분 45초 4 기록… 대회 12번째 금메달

크로스컨트리 스키와 사격을 결합한 겨울스포츠 바이애슬론에서 눈에 띄는 한국 선수는 찾아보기 어려웠다. 사격 실력은 기본이고 크로스컨트리에서도 출중한 기량을 갖춰야 바이애슬론에서 경쟁력을 가질 수 있는 데다가 한국에서 대표적인 비인기 종목인 탓이다.

 

대한바이애슬론연맹은 특별귀화로 이 종목에서 경쟁력을 찾아갔다. 국제대회 성적을 높이고 기존 선수들의 기량 향상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판단이었다. 안나 프롤리나와 알렉산더 스타로두베츠, 티모페이 랍신 등 러시아 출신 선수들이 특별귀화로 태극마크를 달았다. 귀화 선수 중 러시아 청소년 대표팀까지 지냈던 예카테리나 압바꾸모바(35·전남체육회)는 기대가 더 컸다.

 

러시아 출신 귀화 선수 예카테리나 아바쿠모바가 11일(현지 시간) 중국 헤이룽장성 야부리 스키리조트에서 열린 2025 하얼빈 동계아시안게임 바이애슬론 여자 7.5㎞ 스프린트 경기를 펼치고 있다. 신화뉴시스

압바꾸모바가 2025 하얼빈 동계아시안게임에서 그 기대에 화답했다. 압바꾸모바는 11일 중국 야부리 스키리조트에서 열린 대회 여자 7.5㎞ 스프린트 경기에서 22분45초4로 우승하며 이번 대회 한국에 12번째 금메달을 선사했다. 바이애슬론 사상 한국의 아시안게임 첫 금메달이라는 새 역사를 쓴 것이기도 하다. 2003 아오모리 동계아시안게임 남자 계주에서 은메달이 이전 한국의 바이애슬론 최고 성적이었다.

 

경기 초반 2.4㎞까지 선두로 치고 나간 압바꾸모바는 이후 탕자린(중국)에게 선두를 내준 뒤 치열한 경쟁을 이어갔다. 2∼4위권에서 달리던 압바꾸모바는 6.0㎞를 통과할 때도 중국 탕자린에게 2초가량 밀린 2위였으나 막판에 역전 우승을 일궈냈다. 압바꾸모바에게 2.4초 차로 뒤진 멍팡치(중국·22분47초8)가 은메달을 가져갔고, 탕자린은 3위 기록인 23분01초0으로 경기를 마쳤다. 이날 함께 출전한 귀화 선수 아베 마리야(포천시청)는 10위(24분12초1), 고은정(전북체육회)과 정주미는 각각 11위(24분22초)와 14위(25분21초5)로 대회를 마무리했다.

 

한국에 금메달을 안겨주기까지 압바꾸모바는 우여곡절이 적지 않았다. 2014년 그라나다 동계유니버시아드 은메달, 2015년 하계세계선수권대회 혼성계주 금메달 등 두각을 나타낸 그는 러시아 내 경쟁이 심하자 2018 평창 동계올림픽 도전을 위해 한국 국적을 선택했다. 2016년 귀화 절차를 마무리한 압바꾸모바는 2016~2017 바이애슬론 월드컵에서 한국을 20위에 올려놓으며 2018 평창 동계올림픽 출전권 4장을 가져왔고, 평창 대회 여자 15㎞ 16위로 한국 최고 성적을 냈다.

러시아 출신 귀화 선수 예카테리나 압바꾸모바가 11일 중국 야부리 스키리조트에서 열린 2025 하얼빈 아시안게임 바이애슬론 여자 7.5㎞ 스프린트 경기에서 역주하고 있다. 하얼빈=신화뉴시스

하지만 압바꾸모바는 한국에서 욕설과 수당 미지급 등 부당한 처우까지 받았다는 탄원서를 문화체육관광부에 제출하며 한국을 떠났다. 이를 두고 올림픽 출전이라는 ‘과실만 따먹었다’는 비판이 나오기도 했다.

 

이후 압바꾸모바는 스페인과 접촉했다. 하지만 국제바이애슬론연맹(IBU)은 러시아 선수들의 잦은 국적 변경을 문제 삼아 대회 출전을 3년간 막겠다고 엄포를 놨다. 결국 그는 2020년 한국으로 돌아올 수밖에 없었다. 복귀한 압바꾸모바 기량은 예전 같지 않았다.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에 나섰지만 73위에 그쳤다. 압바꾸모바가 다시 떠나도 이상하지 않다는 평가가 나왔다.

 

이런 상황에서 압바꾸모바는 한국에서 뿌리를 내렸다. 그리고 이를 악문 채 이번 하얼빈 대회를 준비했다. 그래도 이전만큼 압바꾸모바에 거는 기대는 크지 않았다. 하지만 압바꾸모바는 한국 국적 취득 9년 만에 아시안게임 금메달을 안겼다. 박철성 연맹 사무처장은 “압바꾸모바가 적응에 힘들어했지만 지금은 한국을 정말 좋아한다”며 “그동안 함께 보낸 어려웠던 모든 시간을 이번 금메달로 씻어낸 기분”이라고 웃었다.


정필재 기자 rush@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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