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4분 중 상당시간 野 비판 채워
“국정 혼란 목적은 오직 李 방탄”
尹 계엄사태 놓고 ‘야당 탓’ 반복
계엄·탄핵·기소 뭉뚱그려 사과
“8개 사건, 12개 혐의, 5개 재판을 받고 있는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형이 확정되기 이전에 국정을 파국으로 몰아 조기 대선을 유도하고, 이를 통해 대통령직을 차지하려는 정치적 모반입니다.”
국민의힘 권성동 원내대표는 10일 국회 교섭단체 대표 연설에서 민주당을 45회, 이재명을 19회 언급하며 야당을 향한 공세에 총력을 기울였다. 그는 12·3 비상계엄에 대해 “21세기 대한민국에서 납득할 수 없는 조치”라면서도 사실상 ‘야당 탓’으로 돌리며 윤석열 대통령과 같은 논리를 펼쳤다.

권 원내대표는 약 44분간의 연설 중 상당 부분을 ‘민주당·이재명 때리기’에 할애했다. 그는 “29번의 연쇄 탄핵, 23번의 특검법 발의, 38번의 재의요구권 유도, 셀 수도 없는 갑질 청문회 강행, 삭감 예산안 단독 통과. 이 모두가 대한민국 건국 이후 단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처음 있는 일”이라며 “의회 독재의 기록이자 입법 폭력의 증거이며 헌정 파괴의 실록”이라고 비판했다.
조기 대선 가능성이 제기되는 상황에서 여당이 야권의 유력 주자인 이 대표에 대한 반감을 키우기 위해 공세 수위를 높였다는 해석이 나온다. 권 원내대표는 “국정 혼란의 목적은 오직 하나, 민주당의 아버지 이재명 대표의 방탄”이라며 “민생도 경제도 팽개치고 대표 한 사람 방탄을 위해 입법 권력을 휘두르는 개인숭배 세력, 탄핵·특검 말고는 아무것도 할 줄 모르는 불안 조장 세력, 정치를 끝없는 갈등과 대립으로 몰아가는 국민 분열 세력이 바로 민주당의 본모습”이라고 말했다.
권 원내대표가 본격적으로 비판을 이어가자 야당 의석에서 “말 똑바로 하라”, “여당 대표란 사람이 야당 비판만 하냐”며 고성이 터져 나오기도 했다. 반면 여당 의원들은 박수를 치며 권 원내대표의 발언에 호응했다.
또 권 원내대표는 이 대표가 전날 교섭단체 대표연설 등에서 강조한 ‘실용주의 성장론’에 대해서도 “조기 대선을 겨냥한 위장 전술”이라고 깎아내렸다. 그는 “정치적 유불리에 따라 바꾼 말들은 언제든 강성 지지층이 원하는 포퓰리즘으로 회귀할 것”이라며 “정책과 노선을 진정 수정할 의지가 있다면 노란봉투법과 국회증언감정법부터 폐기하고 여야가 합의한 민생법안들을 당장 통과시켜라. 그렇지 못하면 이 대표가 외친 실용주의는 정치적 가면극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이재문 기자
권 원내대표는 이날 “12·3 비상계엄 선포, 대통령 탄핵소추와 구속 기소까지 국가적으로 큰 위기를 겪고 있다”면서 “집권여당으로서 책임을 깊이 통감한다.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했다. 사과의 대상에 계엄뿐 아니라 윤 대통령 탄핵소추와 구속 기소를 모두 포함시킨 것이다. 또 “현 정부가 출범한 지 3년이 채 되지 않았다. 하지만 그동안 적지 않은 성과가 있었다”며 윤 대통령의 업적을 부각하는 모습도 보였다.
야권은 “한마디로 여당 포기 선언문”이라며 혹평했다. 민주당 윤종군 원내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내란 사태에 대한 진심 어린 반성이 없고 여당으로서 마땅히 가져야 할 민생과 경제 살리기에 대한 책임감이 없다”며 “상대에 대한 비난과 책임 떠넘기기로 일관했다”고 비판했다. 이어 “국정농단과 내란 사태로 인한 국정 혼란과 민주주의 후퇴, 민생 파탄이라는 본질을 흐리기 위한 궤변과 꼼수”라며 “한 줌도 안 되는 극우 내란 동조 세력의 지지를 오판해 끝내 반성과 사과 없이 ‘윤석열 지키기’에만 매달린다면 국민의 엄중한 심판을 면치 못할 것”이라고 날을 세웠다.
조국혁신당 김보협 수석대변인은 이날 논평을 통해 “권 원내대표의 연설은 40여분간 오로지 민주당 탓, 이재명 일당 탓, 문재인정부 탓뿐이었다”면서 “현재 대한민국 정부와 국정운영의 공동운명체인 여당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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