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마스 “주민 귀환·구호품 지연 등
이, 휴전 합의 조건 제대로 안 지켜”
네타냐후 “심각한 합의 위반” 반발
이軍에 최고 수준 경계태세 지시
트럼프, 하마스에 석방 압박 나서
“15일까지 안 지켜지면 휴전 취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취임을 앞두고 전격 성사된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의 휴전이 불과 20여일 만에 흔들리고 있다. 팔레스타인 이슬람 무장정파 하마스가 협정 위반을 주장하며 휴전 조건인 인질 석방을 중단하겠다고 전격 선언한 가운데 이스라엘까지 강경 기조로 대응하고 나선 데 따른 것이다.
10일(현지시간) 미국 CNN방송 등에 따르면 하마스 군사조직 알카삼여단의 아부 오베이다 대변인은 이날 텔레그램 성명에서 “토요일(15일)에 풀어줄 예정이었던 시온주의자(이스라엘인) 인질 인도가 별도의 통지가 있을 때까지 연기된다”고 밝혔다. 오베이다 대변인은 “지난 3주간 적(이스라엘)이 휴전협정의 합의 조건을 지키지 않는 것을 지켜봤다”며 “그들은 가자 북부 주민의 귀환을 늦추고 총을 쐈으며, 가자지구 여러 지역에서 구호품 지급도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스라엘에 휴전협정 합의를 충실히 수행하지 않은 데 대한 대응이라는 것이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성명을 내고 “이스라엘은 (휴전) 합의를 존중하며 이를 위반하는 어떤 행위라도 심각하게 받아들인다는 점을 모든 인질 가족들에게 알렸다”고 밝혔다. 카츠 이스라엘 국방장관도 “하마스가 인질 석방을 중단하겠다고 발표한 것은 휴전 및 인질 석방 합의를 완전히 위반한 것”이라고 맹비난했다. 카츠 장관은 “가자지구에서 일어날 수 있는 모든 시나리오에 대비해 최고 수준의 경계 태세를 갖출 것을 군에 지시했다”면서 강경대응을 선언했다.
이스라엘과 하마스는 트럼프 대통령 취임식 하루 전인 지난달 19일 6주(42일)간 일시적으로 교전을 멈추는 단계적 휴전에 돌입했고 이 일환으로 5차례 이스라엘인 인질과 팔레스타인인 포로 교환이 이루어졌다. 그러나 휴전이 지속되는 중에도 양측이 지속적으로 ‘합의 위반’을 주장해 협정이 깨질 수 있다는 불안감이 지속됐다. 심지어 이스라엘군은 하마스가 민간인 여성 인질을 먼저 풀어주겠다는 약속을 어겼다며 한동안 가자지구를 남북으로 가로지르는 통로 ‘넷자림 회랑’을 막아섰다가 전날 철수하기도 했다. 삐걱거리며 힘겹게 유지되던 휴전 협정이 이날 하마스의 선언으로 중대 기로에 봉착했다.
이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은 하마스가 예정된 15일까지 이스라엘 인질 전원을 석방하지 않으면 휴전이 취소될 것이라고 압박에 나섰다. 그는 이날 하마스가 발표한 인질 석방 연기 방침에 대한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면서 “내 의견을 말하는 것이다. 결정권을 가진 이스라엘이 다른 결정을 내릴 수도 있다”면서도 만약 석방이 이뤄지지 않는다면 “온갖 지옥이 쏟아져 나올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최근 트럼프 대통령이 내놓은 가자지구 주민을 주변국으로 이주시키는 구상에 대한 하마스와 아랍권의 반발이 커지고 있는 상황이라 미국이 압박에 나섰음에도 우려는 더욱 확산 중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방송된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자신의 가자지구 개발 구상을 “미래를 위한 부동산 개발”로 묘사하며 이들이 다시 가자지구로 돌아오지 못할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200만명 이상의 가자지구 주민들을 이집트, 요르단 등 주변 국가에 재정착시킨 뒤 그곳에서 영구적으로 살도록 하겠다는 취지로 읽히는 발언으로 가자지구 주민들을 강하게 자극할 수 있는 내용이다. 휴전을 중재했던 주변국인 요르단과 이집트 등도 난민 유입 등에 대한 부작용 우려로 강하게 반발하고 있어 전쟁 재개 가능성이 한층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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