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업체 맹추격 위협받는 K조선업
새 먹거리 찾아 ‘득’ 시각이 우세
‘건조비용 美보다 저렴’ 조건 달아
돈 되는 최첨단 레이더 등 빠지면
값싼 배만 맡는 하청 전락 가능성
설계 영업비밀 美에 침해 우려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해 당선 직후 한국 조선업계와의 협력을 강조한 바를 뒷받침하는 법안이 미국 의회에 제출되면서 기대와 우려가 교차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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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일(현지시간) 미 의회에 따르면 마이크 리(공화·유타)와 존 커티스(공화·유타) 상원의원은 지난 5일 미 해군과 해안경비대의 준비태세를 강화하기 위한 ‘해군 준비태세 보장법’과 ‘해안경비대 준비태세 보장법’을 발의했다. 두 법안의 내용은 같고 주체만 해군과 해안경비대로 나뉘는데, 현재 미국 법상 불가능한 외국서의 군함 건조를 특정 동맹국에 한해서 허용하자는 내용이 골자다.
우려되는 대목은 이들 법안에 담긴 제약 조건이다. 외국 조선소에서 건조하는 비용이 미국 조선소보다 낮아야 한다는 것과 중국 기업이나 중국에 본사를 둔 다국적 기업이 외국 조선소를 소유·운영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해군 장관이 확인해야 한다는 내용이다.
이 중에서 중국과 관련된 내용은 한국 조선사와 연관이 없지만, 건조 비용이 문제가 될 수 있다.
미국과 상호방위조약을 체결한 인도태평양 국가 중 첨단 해군 함정을 미국보다 저렴하게 건조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춘 곳은 한국과 일본뿐이라고 알려졌지만, 이는 최첨단 레이더 등의 핵심 설비 가격까지 포함하면 달라질 수 있다. 특히 미국이 발주 때 안보상 이유를 들며 자국 함정에 자국산 레이더나 미사일 발사대 등을 필수적으로 넣도록 요구할 경우 전체 함정 건조 비용이 상승하고, 사실상 우리 조선사는 값싼 설비만을 제작하는 하청업체로 전락할 가능성도 거론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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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계의 한 관계자는 “미국이 자국산 핵심 설비를 끼워 넣은 것도 문제이지만, 보안상의 이유 등으로 이들 설비에 대한 접근을 막고 반대로 우리 설계를 들여다볼 경우 한국 조선사의 중대한 영업비밀 침해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는 “액화천연가스(LNG) 벙커링선 수주 등 연초부터 다양한 나라로부터 상선 수주로 쉴 새 없이 조선소가 돌아가고 있는 가운데 미국의 눈치로 저가의 군함 건조를 하는 사태가 발생할 수 있다”며 “레이더 등 군사 핵심 기술을 빠진 단순히 배만 만드는 하청 업무만 맡을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우리 경쟁국이 일본이란 점도 신경 쓰이는 부분이다. 미국은 한국과 일본에 모두 상호방위조약을 맺고 있지만 한국에는 해군 함대 모항이 없다. 반면 일본은 가나가와현 요코스카에 태평양 연안을 방어하는 미 해군 7함대가 주둔 중이다.
한국 조선사가 미국 해군과 물리적·심정적으로 더 가까운 일본에 비해 낮은 단가를 제시하지 않을 경우 미국으로선 한국보단 일본 조선사에 신규 건조를 발주할 가능성이 더 큰 것이다. 또 이 경우 수주를 위한 한국 측의 출혈·저가 수주 가능성이 커진다.
다만 이는 극단적인 경우로 받아들여지며, 미국의 함정 건조 시장 개방이 한국 조선업에 득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더 많아 보인다. 지난해부터 한국 조선3사는 상선을 중심으로 한 수주 호황으로 ‘슈퍼사이클’을 맞았지만 중국이 맹추격하는 양상이다. 이런 때 미군 함정 수주에 성공한다면 세계 최대 규모인 ‘미군 방산’이라는 새로운 시장을 개척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한국은 지난해부터 이 분야를 새로운 먹거리로 보고 사업을 추진 중이다. 한화오션이 선두에 있다. 한화오션은 지난해 미 해군 함정에 대한 보수·수리·정비(MRO) 사업을 2건 수주했다. 이 회사는 올해 5~6척의 추가 수주를 목표로 하고 있다. 미 해군의 MRO 사업은 연간 20조원 규모로 추정된다.
HD현대중공업도 올해 시범사업 형태로 최대 3척의 MRO 수주 목표를 세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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