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전체 범죄피의자 중 정신적장애피의자는 1.1%
전문가들, 정신장애인 낙인 찍기 우려
대전의 한 초등학교에서 김하늘(8)양이 교사에 의해 무참히 살해당한 사건과 관련해 정신장애인 범죄가 부각되고 있다. 가해 교사가 우울증 치료를 받았던 사실이 알려져서다. 다만 실제 통계를 보면 정신장애인의 범죄율은 비정신장애인들보다 크게 낮은 수준으로 나타난다. 전문가들은 정신장애인들을 잠재적 범죄자로 낙인 찍는 사회 분위기에 우려를 표했다.
12일 경찰청 ‘2023 경찰통계연보’에 따르면 2023년 전체 범죄피의자 125만885명 중 정신적장애피의자는 1만3915명으로 비율은 1.1%였다. 범죄피의자 100명 중 1명꼴이다. 이전 연도를 살펴봐도 2005년부터 2022년까지 매년 비율이 0.3∼0.8% 수준을 보였다. 강력범죄의 경우 전체 피의자 2만4942명 중 857명(3.4%)으로 비율이 다소 높아졌지만, 전체 피의자 수와 비교하면 적은 수치다. 2017년 대검찰청 발표에서도 정신질환자 범죄율(0.136%)이 전체 인구 범죄율(3.93%)보다 훨씬 낮게 나타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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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사회적 인식은 실제 수치와는 괴리가 크다. 이번 사건과 같은 사례가 발생할 때마다 피의자들의 우울증이나 조현병 등 정신질환 병력이 주목받으며 과도한 두려움이 조장된 탓으로 분석된다. 실제로 박지선 숙명여대 교수(사회심리학)의 2016년 논문 ‘공식 통계와 비교해본 정신질환 범죄자에 대한 인식’에 따르면 사람들이 전체 범죄의 약 4분의 1 이상은 정신질환자에 의해서 저질러진다고 추정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전문가들도 이 같은 현상에 우려를 표했다.
나종호 미국 예일대 의과대학 정신의학과 조교수는 11일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엑스(X·옛 트위터)에 이번 사건과 관련해 “죄는 죄인에게 있지, 우울증은 죄가 없다”고 밝혔다.
2023년 tvN 예능 프로그램 ‘유 퀴즈 온 더 블럭’에도 출연했던 나 교수는 “아무것도 밝혀지지 않은 상황에서 언론이 우울증 휴직 전력을 앞다퉈 언급하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와 같은 보도는 우울증에 대한 낙인을 강화시켜 도움을 꼭 받아야 할 사람들이 치료를 받지 못하게 만들고 한국의 정신건강 위기를 더욱 악화시킬 것”이라며 한국의 우울증 치료율이 10%에 불과하다는 점을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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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창원 범죄과학연구소장도 이날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우울증은 정신과에서는 ‘마음의 감기’라고 이야기한다. 수없이 많은 분이 겪을 수 있는 질환”이라며 “이번 사건 때문에 혹여나 우울증을 앓고 계신 분들이 불이익을 받는다면 정말 잘못된 접근”이라고 강조했다.
표 소장은 “우울증 환자들 대부분은 본인들이 힘들다. 부정적인 생각, 슬픔, 그리고 무력감 등에 시달리다가 그게 너무 힘들면 자살 같은 선택을 하는 경우가 나온다“며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는 병이 아니라 개인의 성격과 판단이다. 가해 교사는 공격성과 폭력성을 여러 차례 드러냈는데, 병이나 흥분에 휩싸여 감정적으로 행동한 게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다만 정신장애 범죄자들의 재범률이 높은 점은 짚고 넘어가야 할 문제로 지적된다. 대검찰청 범죄분석통계에 따르면 2023년 전체 정신장애 범죄자 1만3994명 중 전과가 있는 범죄자는 8596명으로 61.4%의 비율을 보였다. 이는 전체 범죄자의 전과 비율 44.6%(136만807명 중 60만6895명)보다 17%포인트가량 높은 수치다. 특히 살인, 강도 등 흉악 강력범죄의 경우에도 정신장애 범죄자의 전과율이 53.7%에 달해 전체 범죄자 전과율(35.8%)과 차이가 컸다.
이웅혁 건국대 교수(경찰학과)는 ”정신질환 범죄자들에 대한 관리가 꼼꼼하게 이뤄져야 한다”며 “현재는 이들을 제대로 치료할 수 있는 인프라가 상당히 취약하다 보니 재범률이 높을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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