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설전에 우 의장 “정말 부끄럽다” 중재
국회 본회의장에서 진행된 경제 분야 대정부질문 중 고성과 막말이 오가는 설전이 벌어졌다. 한 여당 의원이 22대 국회 최고령인 더불어민주당 박지원 의원(82)을 향해 “치매”라고 하자 우원식 국회의장이 중재에 나섰다.

박 의원은 13일 국회에서 진행된 경제 분야 대정부질문에서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을 상대로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사태, 마은혁 헌법재판관 후보자 임명 보류 등에 대해 따져 물었다
박 의원은 먼저 과거 청와대에서 최 대행과 함께 근무한 적이 있다는 인연과 최 대행이 학창 시절 공부를 매우 잘해 이른 나이에 행정고시에 합격한 천재였다고 소개했다. 그는 “(최 대행이) 학교 다닐 때 그렇게 공부를 잘했다더라. (서울 용산구) 오산고 천재라고 했고 22살에 행정고시에 합격해 지금까지 잘 나가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최 대행에게 “학교 다닐 때 별명이 ‘짱구’ 아니냐”라고 물었고 최 대행은 “네, 맞다”라고 답했다. 박 의원은 “천재 짱구가 대한민국을 위해서 짱구 노릇을 해야지 내란 수괴 윤석열을 위해 짱구 노릇을 해서 되겠냐”고 말했고 최 대행은 “저는 국민과 민생의 안정을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답했다.

이 같은 발언에 국민의힘 의원들 사이에서 야유가 나왔고, 점차 언성이 높아지자 박 의원도 “저보다 저기서 질문을 더 한다. 계속 떠드세요”라고 응수했다. 우 의장이 “국민들이 다 보고 있는데 질문과 답변을 잘 듣는 게 국민에 대한 예의다. 조용히 하고 들으시라”고 1차 주의를 줬지만, 공방은 계속됐다.
박 의원은 또 최 대행이 마은혁 헌법재판관 후보자 임명을 보류한 것을 따져 물으며 “합법적 절차를 거친 3명의 헌법재판관 중에 마은혁 후보만 임명을 하지 않으니까 이런 혼란이 오지 않냐”라고 말했다. 계속해서 “최 대행은 대통령 권한대행이 아니라 거부권 권한대행이다. 윤석열의 못된 것만 배워서 계승하고 있다”고 하자 여당 의원석에서 고성과 야유가 들렸다. 박 의원은 최 대행에게 “헌재에서 (마 후보를 임명해야 한다고) 인용 결정이 되면 임명할 것이냐 아니냐”고 물었고 최 대행은 “아직 결정이 안 나와서 예단해서 말하기 어렵다”고 했다.

이에 박 의원이 “그게 천재들이 하는 답변이냐? 그게 짱구들이 하는 곤조(근성)냐? 그러면 안 된다”고 질타하자 국민의힘 측에서는 재차 고성 항의가 터져 나왔다. 이때 여당 의원석에서 “치매라니까요, 치매!”라는 말이 나왔고, 야당에선 “말 함부로 하지 마세요”, “치매라뇨?”, “퇴장시켜 주세요!” 등의 반발이 쏟아졌다. 이어 “듣기 싫으면 나가!”, “네가 나가!” 등의 고성이 또 오갔다.
급기야 우 의장은 “저도 국회의원 여러 차례 해봤는데 지금처럼 과한 적이 없다”며 “국회의원이면 국회의원답게 그래도 최소한의 상대방에 대한 존중을 가지고 얘기해야 한다”고 중재에 나섰다. 이어 “대선배에게 ‘치매’ 소리도 과하고 여기서 서로 주고받는 소리도 너무 과하다”며 “정말 부끄러운 일”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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