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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욕하고 때리고… 난폭한 잠꼬대 파킨슨병 위험신호” [건강+]

입력 : 2025-02-16 21:00:00 수정 : 2025-02-16 19:5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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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자 13년 만에 2배로 증가

치매와 함께 대표적 퇴행성 뇌 질환
몸 움직임 둔화·경직·떨림 나타나
환자 50∼80%는 치매 증상 경험도
10∼20년 전부터 보내는 신호 중요
렘수면행동장애 있다면 검사받아야

완치 어려워 발병 이후 관리가 핵심
약물 의존 안 되고 운동치료 병행을

12만5526명.

2023년 한 해 파킨슨병으로 병원을 방문한 환자 수다. 2010년 6만1565명이던 환자 수가 13년 만에 2배로 늘어난 것이다. 그렇게 ‘희소질환’이던 파킨슨병은 ‘중증 난치질환’으로 자리를 옮겨갔다.

유달라 경희대병원 신경과 교수는 “파킨슨병은 100명이면 100가지 증상이 나타날 만큼 다양하다. 30년 이상을 이상 없이 잘 지내는 경우도 있는 반면 몇 년 만에 순식간에 독립생활이 불가능한 치매 증상이 나타나는 경우도 있다”며 “막연히 불안해하기보다는 약물과 생활습관 교정으로 잘 관리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경희대병원 제공

파킨슨병 증가 배경에는 고령사회가 있다.

유달라 경희대병원 신경과 교수는 지난 12일 세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파킨슨병은 치매와 함께 대표적인 퇴행성 뇌질환인데, 국내 노인 인구가 늘고 전체 수명도 이전보다 길어지면서 환자 수가 증가했다”며 “전 세계적인 추세”라고 설명했다.

파킨슨병은 몸의 움직임을 정교하게 조절하는 뇌세포에 변화가 생겨 신경전달물질인 도파민을 제대로 합성·분비하지 못해 발생하는 질환이다. 이로 인해 떨림이나 경직, 서동증(몸의 움직임이 느려짐) 등의 증상이 나타난다. 소위 ‘운동증상’이다. 가만히 있을 때 손을 떠는 등 환자 의지대로 몸이 움직이지 않아 노년기 ‘삶의 질’이 급격히 떨어진다.

우리 몸은 이런 운동증상이 나오기 10∼20년 전부터 위험신호를 보낸다. 잠꼬대나 후각저하, 변비, 우울증 등 ‘비운동증상’이다. 특히 잠꼬대(렘수면행동장애)는 가장 중요한 신호다.

“웅얼거리고 대화하듯이 말하는 일반적 잠꼬대는 누구나 하죠. 그러나 파킨슨의 전구증상(발병 전 증상)으로 나타나는 잠꼬대는 수면 중 욕하고 공격적으로 소리 지르고, 실제 때리려는 것처럼 움직입니다. 팔이나 다리를 휘두르다 침대에서 굴러떨어지는 경우도 빈번합니다.”

렘수면행동장애 환자 중 연간 6.5%가 파킨슨으로 이어진다. 다만 렘수면행동장애로 파킨슨병 가능성을 확인해도 예방약은 따로 없다. 파킨슨병 치료에 사용되는 도파민 보충제는 근본적 치료가 아닌, 떨림이나 경직 등 운동증상으로 일상생활에 지장이 초래되는 것을 막는 ‘증상 관리’만 해줄 뿐 예방효과가 없다. 그런데도 전구증상을 신경써야 하는 건 추적 관찰로 파킨슨병이 발현됐을 때 빠르게 증상 관리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파킨슨병을 너무 늦게 발견해 인지영역까지 진행할 경우 치매 증상이 나타나 독립성이 상실되고 노후 생활이 어렵게 됩니다. 코로나19처럼 한 번에 진단할 수 있는 바이오마커가 없다 보니 진단까지 시간이 지연되는 사례가 많습니다. 관절 통증으로 정형외과를 가거나 우울증으로 정신건강의학과를 갔다가 전원되기도 합니다.”

파킨슨병이 인지영역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뇌 부위(두정엽·후두엽)까지 진행하면 치매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파킨슨병이 나타나고 짧게는 수년, 길게는 수십년에 걸쳐 치매 증상을 경험할 수 있다. 연구에 따르면 파킨슨병 환자의 50∼80%가 치매 증상을 경험한다. 학계에서는 알파-시누클레인(파킨슨), 타우·베타-아밀로이드(치매) 등 단백질이 뇌에 축적되면서 서로 안 좋은 효과를 내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질병 발생 원인은 불명확하다. 유전적 요인도 있지만 이는 전체 환자 수의 10%에 못 미친다.

“60∼70대에 발병하는 파킨슨이 20대에 발병하는 것이 유전성 파킨슨병에 해당합니다. 파킨슨병을 유발하는 단일 유전자로 인한 것이죠. 다만 이것이 자녀에도 대물림되는 ‘유전병’은 아닙니다.”

환경적 요인으로는 농약이나 미세먼지 등이 파킨슨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연구된 바 있다. 도파민 신경세포를 다시 살려내거나 지연시키는 치료법은 아직 없다. 파킨슨병은 완치할 수 없어 발병 이후 관리가 중요하다는 의미다. 약물에만 의존해서도 안 된다. 파킨슨병 자체가 제자리에 머물러 있는 병이 아닌 데다 약물에 반응해 도파민 세포의 소멸이 진행되면서 약물 효과 자체가 감소할 수 있다.

유 교수는 “약물 복용 이후 효과가 매우 좋은 시기가 있다”며 “약물로 모든 것을 해결하려 하면 안 되고, 이 시기에 운동 치료와 병행해서 독립적인 생활을 유지할 수 있는 기간을 늘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근 연구에서 운동은 뇌에 변화를 일으킬 수 있는 것으로 나온다. 의학적으로 권유되는 운동강도는 땀이 날 만큼의 중강도 이상이다. 이를 일주일에 3번 이상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유 교수는 다만 파킨슨병은 60∼70대 이후 발병이 많고, 떨림 등이 있기 때문에 강도에 집착하기보다는 약물 복용에 따른 자신의 상태에 맞추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예방법은 뇌 건강을 위한 생활습관과 동일하다. 규칙적인 운동과 금연, 금주, 체중 조절, 수면의 질 향상, 책 읽기 등 뇌에 자극이 되는 활동 등이다.

“파킨슨병 환자가 도파민 보충제 복용 시 약효가 떨어질 때는 운동증상 해소가 안 되다가 약효가 과해질 때는 이상운동증으로 춤추는 듯한 불필요한 운동증상이 나타나기도 합니다. 이런 경험이 있거나 약물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으로 약물을 중단하는 사례가 있는데 대부분 몇 년 후 매우 악화한 상태로 진료실을 다시 찾습니다. 파킨슨병은 평생을 관리해야 한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정진수 기자 je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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