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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아노(Guano)란 ‘새똥’이라는 뜻의 페루 말이다. 산업혁명 당시 구아노를 비료로 사용하면 농업 생산량이 획기적으로 늘어난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구아노 퇴적물로만 이뤄진 섬을 잔뜩 보유한 볼리비아와 페루, 칠레는 새똥을 팔아 거금을 벌어들이기 시작했다. 하지만 새똥 확보 과정에서 비롯된 이기심 탓에 나라 간 다툼이 빚어졌고, 급기야 피비린내 나는 전쟁(1879∼1883)까지 벌였다. 자원 확보를 위한 최초의 전쟁으로 꼽힌다.
볼리비아의 우유니 소금 호수. 지평선 위의 모든 것을 반사해 어디가 하늘이고, 어디가 땅인지 모를 풍경을 보여주는 곳이다. 호수 아래에 ‘하얀 금’으로 불리는 막대한 양의 리튬이 매장된 사실이 알려지면서 더욱 유명해졌다. 볼리비아 우유니 호수, 아르헨티나의 옴브레 무에르토 호수, 칠레의 아타카마 호수 일대는 ‘리튬 트라이앵글’로 불린다. 리튬 매장량 전세계 1, 2, 3위를 다툰다. 친환경 배터리 수요가 늘면서 미·중 광물 전쟁의 최전선으로 변모했다.
지난해 12월 영국 컨설팅업체 베리스크 메이플크로프트가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전 세계 72개국이 보호무역주의 물결 속에서 핵심 광물인 희토류 확보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코로나19 펜데믹 시대를 거치며 지정학적 위기에다 공급망 안정성에 대한 우려가 더해진 결과다. 베리스크는 유럽과 북미에서 전례 없는 국가 개입이 두드러지고 있다고 전했다. 세계 최대 희토류 보유국인 중국에 대한 견제 차원이다.
NBC 등 미국 매체들은 지난 15일 스콧 베센트 미국 재무부 장관이 12일 우크라이나에 대한 미국의 전쟁 지원 대가로 우크라이나산 희토류 소유권 50% 요구하는 ‘광물 협정 초안’을 전달했으나,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이 이를 거절했다고 보도했다. 국가 안전 보장과 관련한 ‘청구서’ 형태라지만, 세계 경찰국가를 자처해온 미국의 제안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로 ‘뻔뻔하기’ 그지없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그린란드 구매 ‘시즌 2’와 다름없다. 국부론의 저자 애덤 스미스는 “세상은 인간의 이기심 때문에 돌아간다”고 했다. 더불어 세상엔 공짜도 없다. 우리도 새삼 경각심을 가질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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