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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39년 8월 20일 독일 총통인 히틀러는 소련 공산당 서기장인 스탈린에게 직접 서한을 보냈다. 폴란드 침공을 앞두고 소련과 불가침 협정을 맺기 위해서였다. 사흘 뒤 소련 모스크바에서 독·소 불가침 조약이 체결됐다. 양국은 서로 공격하지 않고 상대국을 공격하는 국가에 가담하지 않기로 했다. ‘평화 조약’으로 선전했지만, 이 조약으로 인근 약소국들의 운명이 결정됐다. 당시 공개되지 않은 ‘비밀 의정서’에는 양국이 폴란드를 분할 점령하고 발트 3국(에스토니아, 라트비아, 리투아니아)을 소련에 편입시킨다는 조항이 포함됐다. 조약 체결 이후 한 달도 되지 않아 독일과 소련은 폴란드를 침공해 나눠 가졌다. 강대국들이 전략적 이익을 위해 약소국이나 이해관계자를 희생시킨 대표적인 ‘더티 딜(dirty deal)’이었다.
더티 딜은 강대국 사이에서만 이뤄지는 건 아니다. 1986년 11월 3일 레바논의 주간지 ‘알 쉬라’ 특종보도로 세상에 드러난 ‘이란·콘트라 스캔들’이 그렇다. 레이건 미 행정부는 적대국이었던 이란에 무기를 판매하고 판매 대금 중 일부를 니카라과 좌파 정권에 맞서 싸우는 콘트라 우파 반군 지원에 썼다. 이는 미국의 대이란 무기수출 금지 정책과 콘트라 반군 지원 금지법을 정면으로 위반한 불법 거래였다. 특별검사의 수사로 존 포인덱스터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과 올리버 노스 해병대 중령 등이 기소됐다. “테러단체와는 거래하지 않겠다”고 공언해온 레이건 대통령의 명성에도 금이 갔다.
미국 트럼프 대통령이 러시아 푸틴 대통령과 우크라이나 종전 협상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더티 딜을 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피트 헤그세스 미 국방부 장관은 우크라이나의 요구 사항인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 가입이나 영토 수복 등에 대해 냉정히 선을 그으며 이런 관측에 힘을 실었다. 그러자 키스 켈로그 미 대통령 우크라이나·러시아특사는 17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에 평화협정을 강요하는 일은 절대 없을 것”이라며 일각의 우려를 불식시키려 애썼다. 하지만 “푸틴의 협상 의지를 신뢰한다”는 트럼프가 어떤 딜을 할지, 우크라이나와 서방 국가들은 마음을 졸이고 있다. 우리도 눈을 부릅뜨고 북·미의 더티 딜을 경계해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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