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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왕설래] 삶이 고달픈 한국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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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5-02-25 23:53:28 수정 : 2025-02-25 23:5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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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엔은 다양한 기준과 함께 1인당 국내총생산(GDP)과 사회 안전망, 기대수명 등 6가지 독립변수를 고려한 국가별 행복지수를 매년 발표한다. 단순한 GDP 계산만으로는 인간의 삶과 행복을 계량화하기 힘든 탓이다. 국민이 행복하게 살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 국가의 역할이다. 하지만 국가 차원에서 국민의 행복도를 일거에 향상할 묘책은 없다. 경제성장을 통해 국민소득 규모를 끌어올리는 게 가장 쉬운 방법이다.

히말라야의 작고 가난한 국가인 부탄은 10여년 전만 해도 유엔의 국가별 행복지수 1위였다. 부탄은 1792년 최초로 마련된 법전에 ‘정부가 국민을 행복하게 해주지 못하면 정부의 존재 가치가 없다’고 선언했을 정도다. 불교적 가치와 전통적 생활 방식에 뿌리를 둔 부탄의 국민은 마음의 부자였다. 국민총생산 지표 대신 국민총행복지수(GHN)까지 도입한 부탄이 지금은 100위권 밖으로 밀려났다. 개방 정책과 인터넷·사회관계망서비스(SNS) 보급으로 자국의 빈곤을 다른 나라와 비교하면서 행복지수가 곤두박질쳤다.

통계청의 ‘국민 삶의 질 2024’ 보고서에서 드러난 한국인의 삶의 만족도는 참담했다. 삶의 질 보고서는 GDP 중심의 경제지표 한계를 보완하기 위해 2014년부터 나왔다. 국민이 느끼는 삶의 만족도는 6.4점(10점 만점 기준)으로 4년 만에 하락했다. 삶의 질을 판단하는 주요 지표 중 실질 순자산 등 31개는 개선됐지만, 삶의 만족도·가족관계 등 23개는 악화했다. 유엔 행복 보고서에서도 우리나라의 2012∼2023년 평균 삶의 만족도는 6.06점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8개국 가운데 33위에 그쳤다.

다른 나라에 비해 삶의 만족도는 최하위였지만 소득 수준이 높을수록 삶의 만족도는 상대적으로 높았다는 게 우려스럽다. 돈으로 불행을 일정 부분 보완한다는 얘기다. ‘행복은 소득순’인 대한민국의 웃픈(웃기면서 슬픈) 자화상이다. 개인이 느끼는 행복은 다분히 주관적이면서 상대적이다. ‘모든 불행은 비교에서 시작된다’는 불교의 가르침이 새삼스럽다. 도스토옙스키는 “인간이 불행한 것은 자기가 행복하다는 사실을 모르기 때문”이라고 했다. 멀리 있는 행복이 아닌 내 안에 있는 행복을 찾아보자.


김기동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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