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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때부터 다양한 문화와 사람들을 만나고 싶었던 나는 미얀마 양곤외국어대학교에서 한국어학과에 들어가면서 한국에 대해 큰 관심을 갖게 되었다. 졸업 후 한국으로 유학을 왔고, 이화여대에서 커뮤니케이션 석사를 마친 후 같은 대학 다문화·상호문화협동과정 박사 과정에 진학하여 문화 다양성에 대해 더 깊이 공부하고 있다.
내가 한국에서 생활하면서 겪는 가장 큰 문제는 생활비 문제이다. 그래서 나는 사무직, 통·번역, 홍보 등 다양한 아르바이트를 하며 생활비 문제를 해결해왔다. 현재는 환전소에서 사무직과 환전 업무를 병행하고 있다. 나는 여기서 한국어, 영어, 미얀마어를 구사하며 다양한 국적의 고객들을 맞이하고 있다. 환전소에서의 업무는 나의 문화 경험을 더욱 풍부하게 만들어 주고 있다. 환전소에서 다양한 외화를 취급하면 마치 내가 세계 여행을 하는 기분이 들 때가 많다. 각기 다른 나라의 지폐를 보고 그 나라의 문화와 역사, 사람들의 성격을 조금씩 알아볼 수 있어서 더욱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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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자리에 앉아 18개 국가의 지폐를 환전하면 그 나라들의 특성을 직접 느낄 수 있다. 나에게는 적성에 맞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처음에는 외환 거래라는 업무 특성상 긴장감이 컸고, 다양한 언어와 문화로 인해 어려움을 겪기도 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점점 익숙해졌다. 특히, 한국의 ‘빨리빨리’ 문화는 처음에는 낯설었지만, 지금은 어느덧 그 속도에 맞춰 일을 처리할 정도로 익숙해졌다. 한국 고객들은 사전에 예약하거나 전화로 확인하는 등 준비를 철저히 하고, 나는 거기에 맞추어 신속하게 일을 처리하느라 늘 긴장감을 느낀다. 초보 인턴 시절에는 너무 힘들어서 운 적도 있었다.
그다음에 중국인 고객이 많은데, 이들은 환율에 대해 특히 민감하다. 작은 환율 차이에도 신경을 쓰기 때문에 나도 신경을 많이 써야 한다. 중국어를 못하는 나에게는 언어 장벽도 존재하지만, 그 과정에서 서로를 이해하고 배려하는 방법을 배울 수 있었다. 이 환전소에 나의 모국인 미얀마인 고객들도 방문하는데 이때는 미얀마어로 의사소통할 수 있어서 참 좋다. 하지만 그들의 행동은 한국인의 속도보다 느린 경우가 많다. 이런 상황에서 나는 인내심을 가지고 천천히 진행해야 한다. 나를 정말 힘들게 하는 경우는 그 미얀마 손님 뒤에 시간이 촉박하고 급한 한국인 손님이 기다릴 때이다. 나는 그 한국인 손님이 어떻게 생각할지 잘 알기 때문이다. 이러한 문화 차이를 직접 경험할 수 있는 환전소는 나에게 문화의 차이를 이해하고 문화가 다른 사람들과 소통하는 법을 가르쳐주는 소중한 장소가 되고 있다.
최근 한국에는 외국인들이 많이 들어오고, 환전소를 찾는 외국인들의 수도 그만큼 늘고 있다. 이제는 단순히 한국인뿐만 아니라 중국인, 미얀마인, 서양인 등 다양한 국가의 사람들이 환전소를 찾는다. 이러한 변화는 한국 사회가 다문화사회가 되었음을 말해 준다. 환전소에서의 작은 상호작용이지만, 나는 그 속에서도 다문화사회에 보다 잘 적응할 수 있게 하는 방법을 찾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이제는 서로 다른 문화를 가진 사람들과의 소통은 더욱 중요한 과제가 되었다. 다양한 국적의 손님과의 만남에서 서로 배려하고 인내심을 가지고 이해하려는 마음을 가지고 있다면 많은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을 것이다.
먀닌이셰인(예진) 이화여자대학교 다문화·상호문화협동과정 박사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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