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학기 개강이 코앞인데 정부의 의정 갈등 해법이 부처 간 엇박자와 의료계의 거센 반발로 출구를 찾지 못하고 있다.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최근 의대 학장 등을 만나 "2026학년도 의대 정원을 증원 이전 수준인 3058명으로 되돌릴 수 있다"고 밝혔지만, 보건복지부는 그제 "사전 협의된 바 없다"고 선을 그었다. 대통령실도 “이 부총리가 정부의 의대 증원 당위성을 스스로 훼손하며 불필요한 논란을 키운다”며 난색을 표했다. 자중지란이 따로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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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일부터 신학기가 시작되는데도 교육부는 올해 의학교육 내실화 방안 발표를 미뤘고, 집단 휴학 중인 의대생들을 향한 복귀 독려도 중단됐다. 교육부가 발표할 의대 지원 방안에도 각 대학을 향한 ‘엄정한 학사관리’ 당부 외엔 특별한 대책이 담기지 않을 것이란 예측이 벌써 나온다. 답답한 노릇이다. 버티기로 일관하는 의대생들도 문제다. 신입생들마저 선배들 눈치를 보느라 수업 참여를 고심하고 있다고 한다. 40개 의대 휴학생 중 복학을 신청한 학생은 8.2%밖에 안 된다. 지방의 거점 국립의대 8곳의 복귀율은 5.8%로 더 낮다. 학생들이 돌아올 기미가 없자 제주대 의대는 개강 첫날부터 온라인 강의를 진행해 학생들의 유급을 막기로 했다. 가톨릭대는 의대 개강 시점을 4월 28일로 대폭 미뤘고, 고신대는 3월 17일, 강원대·울산대는 3월 31일로 연기했다. 이대로라면 의정 갈등과 의료 공백이 1년 더 이어질 수도 있다는 우려가 적지 않다.
이뿐 아니다. 의대 정원을 조정하는 의료인력수급추계위원회(추계위) 설치 법안이 27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법안심사소위원회를 통과했지만, 의료계는 자신들의 의견이 반영되지 않았다며 강하게 반발했다. 다음 입법 절차인 복지위 전체회의와 본회의 통과 여부가 불투명하다. 여야는 의결권을 제외하면 의료계 의견을 거의 다 반영했다고 판단하고 있다. 추계위에 의결권을 주는 건 지난 14일 법안 공청회에서도 과도하다는 의견이 많았기 때문에 반영하지 않은 것이다. 하지만 의사들은 추계위가 최종 의사결정 권한을 가져야 한다는 입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박단 대한의사협회 부회장은 "목소리를 듣는 척만 할 것이라면 전공의, 의대생은 아무도 안 돌아간다"고 못 박았다. 의사들이 해도 해도 너무 하는 것 아닌가. 의사들이 진정 대화로 문제를 풀 의지가 있는 건지 묻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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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정 갈등의 최대 피해자는 국민이다. 의정 갈등이 1년 넘게 지속하면서 초과 사망자가 나오고 의사 양성 시스템이 흔들리는 피해가 속출하고 있다. 환자단체들은 "추계위 설치 법안이 신속하게 국회를 통과해 시행돼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의료계와 정부는 책임감을 갖고 내년도 의대 정원부터 정해야 한다. 학사일정을 고려하면 아무리 늦춰 잡아도 4월 말까지는 결정돼야 한다. 의정은 한 발씩 양보해 최악을 피하는 대안을 찾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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