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5일(현지시간) 한국의 심각한 저출산 실태와 대응 방안을 담은 책자를 발간했다. 한국의 출산율이 다른 경제발전 국가보다 크게 낮은 이유로 높은 사교육비 지출과 주택 비용 상승을 꼽았다.
OECD에서 한국의 저출산 문제에 대한 보고서를 발표한 적은 있으나, 정식 책자로 출간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OECD는 ‘한국의 태어나지 않은 미래: 저출산 추세의 이해’라는 제목의 책자에서 출산율 감소가 전 세계적인 현상이지만, 한국의 경우 2023년 기준 합계 출산율(여성 1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자녀 수)이 0.72명으로 세계에서 가장 낮은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OECD는 현재 수준의 출산율이 유지될 경우 향후 60년 동안 한국의 인구가 절반으로 감소하고, 2082년에는 전체 인구의 약 58%가 65세 이상 노인이 될 것으로 예측했다. 노인 부양 비율(20∼64세 인구 대비 65세 이상 인구 비율)은 현재 28%에서 155%로 급증할 것으로 전망했다.
OECD는 한국의 출산율이 특히 다른 경제발전 국가보다 낮은 이유로 높은 사교육비 지출과 주택 비용 상승을 꼽았다.
한국 정부가 사교육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공교육 강화, 사교육 기관 규제, 수능 ‘킬러 문항’ 제거 등 다양한 노력을 기울였으나, 노동시장의 이중구조와 대학 서열화라는 근본적인 문제가 해결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2013년부터 2019년 사이 주택 비용이 두 배로 상승하면서 결혼 가능성이 4∼5.7% 감소했다고 분석했다.
장시간 근무 문화, 근무 시간 및 장소의 유연성 부족으로 인해 일과 가정의 양립이 어려운 점도 출산율 저하의 원인으로 작용한다고 지적했다. 여성의 가사 부담과 혼외출산에 대한 사회적 인식 등도 결혼과 출산율에 영향을 미치는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OECD는 한국이 출산율 하락을 막기 위해 가족 정책을 전반적으로 재검토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보육 서비스의 경우 운영 시간을 직장인들의 출퇴근 시간과 더욱 일치시키고, 직장 내 보육 시설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육아휴직 제도 또한 개선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한국의 육아휴직 소득 대체율(80%)은 OECD 국가 중 가장 높은 수준이지만, 지급 상한액(2024년 기준 150만원)이 평균 임금의 46%로 △스웨덴(95%) △노르웨이(124%) △프랑스(82%) 등에 비해 낮은 수준이다. 육아휴직 자격 요건이 엄격하고 활용률이 낮아 OECD 국가 중 하위권에 속한다고 분석했다.

OECD는 한국이 가족 정책에 대한 공공 지출을 확대했음에도 불구하고 출산율이 계속 감소한 점을 지적하며, 공적 지원이 단순한 재정 지원보다는 보육의 질과 접근성 향상, 육아휴직 제도 개선, 노동시장 개혁 등에 집중되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출산율을 끌어올리는데 시간이 걸리는 만큼, 그동안 노동력 부족을 해결할 방안도 함께 고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우선 여성 고용 확대가 중요한 해결책으로 제시됐다. 2023년 기준 한국의 여성 고용률(16∼64세)은 61.4%로 OECD 평균(63.2%)보다 낮으며, 성별 고용 격차는 OECD 국가 중 상위권에 속한다고 지적했다.
실질적인 근무 수명 연장의 필요성도 강조됐다. 한국 통계청 조사(2023년)에 따르면 55∼79세의 70%가 계속 일하고 싶다고 답했으나, 이들의 주요 경력의 평균 은퇴 연령은 52.7세에 불과했다. OECD는 법적 연금 연령보다 낮은 기업별 의무 은퇴 제도와 조기 은퇴를 장려하는 관행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외국인 노동력 수용 확대도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숙련 노동자를 유입하기 위해 비자 장벽을 제거하고, 저숙련 노동자의 열악한 근무 환경을 개선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OECD는 이와 같은 방식으로 근무 연령을 연장하고 이민 정책을 강화하며, 합계 출산율을 1.1명으로 끌어올릴 경우 2070년까지 국내총생산(GDP)이 12%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전문가들은 “OECD가 한국의 저출산 문제를 심각하게 보고 대응 방안을 제시한 것은 그만큼 인구 감소가 경제와 사회 전반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는 것을 의미한다”며 “현재 한국의 출산율은 세계 최저 수준이다. 노동력 감소, 경제 성장 둔화, 복지 시스템 부담 증가 등 다양한 문제를 초래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제는 단기적인 출산 장려책이 아니라, 청년들이 미래에 대한 불안을 줄이고 안정적으로 가정을 꾸릴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데 초점을 맞춘 정책이 필요하다”며 “정부와 기업, 사회 전반이 함께 고민하고 실천해야 할 시점”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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