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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훈, ‘배신자’ 뚫고 다시 ‘한동훈의 시간’ 만들까 [2025 별의순간, 잠룡 SWOT 분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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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5-03-05 13:36:46 수정 : 2025-03-06 06:27: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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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는 잘못된 것입니다. 국민과 함께 막겠습니다.”

 

2024년 12월3일 밤 10시46분. 한동훈 당시 국민의힘 대표가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을 막겠다고 선언했다. 윤 대통령 계엄령 선포(10시28분) 후 18분만에 나온 집권여당 대표 발언이었다. 공식 계엄 시작 시점(11시)보다 빨랐다. 윤 대통령의 ‘12·3 비상계엄’이 2시간여 만에 국회 의결로 해제 수순을 밟은 것은 한동훈 당시 대표의 빠른 판단이 큰 역할을 했다.

지난해 12월 4일 새벽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당시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가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령 선포 관련 누군가와 심각하게 전화통화를 하고 있다. 뉴스1

‘한동훈의 시간’이 ‘윤석열의 시간’과 완전히 갈라진 게 이 때부터다. 같은해 12월 14일 가결된 윤 대통령 탄핵안은 ‘친한(친한동훈)계’ 의원들의 동참이 없었다면 성사되기 어려웠다. ‘윤석열 사단’ 황태자로 윤 대통령과 희(喜), 노(怒), 애(哀), 락(樂)을 같이했던 그였다. 그는 지난달 26일 펴낸 ‘국민이 먼저입니다-한동훈의 선택’에서 탄핵의 길을 택한 심정을 “어떻게든 피하려고 했지만 결국 이 길밖에 없다는 생각에 괴로웠다”고 표현했다. 하지만 이때가 2023년 말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으로 정치권에 합류한 후 그가 맞이한 가장 큰 기회였던 것도 분명하다. 한 초선 의원은 “한동훈의 별의 순간이 바로 ‘12월3일’이었다”고 평했다.

 

이후 석 달 동안 ‘한동훈의 시간’은 롤러코스터를 탔다. ‘기회’를 맞이했으나 그는 정치적 역량 부족과 보수층 내부 ‘탄핵 반대’에 따른 당내 반발이라는 회오리를 이겨내지 못하며 같은해 12월16일 당 대표직에서 물러났다. 그는 지지자들을 향해 “저를 지키려고 나서지 마세요, 제가 여러분을 지키겠습니다”라는 말과 함께 물러난 뒤 ‘수면 밑’ 잠행을 걸었다. ‘한동훈의 시간’이 멈췄다. 한 전 대표는 두 달여가 지난 2월 말 책 출간을 통해 정치일정의 재시동을 걸었다.

‘12·3 비상계엄’ 이후 탄핵안 가결, 당 대표직 사퇴까지의 기간은 ‘정치인’ 한동훈의 장점과 단점, 능력과 약점을 동시에 드러냈다. 결정적 순간을 파악하는 판단력과 실행력은 그를 돋보이게 하나 정치적 경험 부재로 당내 상황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한 점, “제가 비상계엄을 했습니까”라는 말로 대표되는 언행은 그가 왜 대표직에서 물러나게 됐는지를 알게 해준다.

 

다시 시작한 ‘한동훈의 시간’은 어디로 향할까. “일찍 피는 꽃은 일찍 시든다”, “한동훈의 정치 인생은 끝났다” 등의 호언장담부터 “이재명을 꺾을 이는 한동훈뿐”, “한동훈의 확장성을 믿는다” 등의 희망 섞인 기대감까지 정치권의 시각은 갈린다. 윤 대통령의 탄핵이 인용되면 조기 대선까진 60일. 정치권 안팎에선 5월의 ‘장미 대선’이 점쳐진다. 길면 세 달, 시간이 많지 않다. 그는 가시밭길을 지나쳐 꽃을 피울 수 있을까. 한 전 대표를 S.W.O.T 기법으로 집중 분석했다.

◆STRENGTH: 국민 눈높이 감각과 높은 대중 관심도

 

한 전 대표는 자서전에서 비상계엄 당시를 회고하며 “계엄 선포 소식에 놀란 국민들이 여당 대표가 강력하게 즉각 반대하는 입장을 낸 것을 보면 ‘여당도 반대하는 계엄이다. 그러니 대통령 마음대로 되지 않을 것이다’라고 안심할 것”이란 판단을 내렸다고 했다. 한 전 대표가 정치권에 발을 내딛고 수차례 강조한 ‘국민 눈높이’에 적중한 사례다.

 

‘총선 구원투수’로 정치권에 뛰어든 2023년 12월 말부터  ‘윤·한 갈등’ 순간마다 그가 강조한 것은 ‘국민 눈높이’였다. ‘김건희 명품백 사과 요구’, ‘이종섭·황상무·김건희 비선라인 정리 촉구’, ‘문자 읽씹 논란’, ‘김경수 복권 반대’, ‘의대 증원 유예’ 등 각종 현안에서 한 전 대표는 윤 대통령과 엇박자를 내거나 공개 충돌을 불사했다.

지난해 7월 23일 당시 국민의힘 한동훈 당 대표가 경기 고양 킨텍스에서 열린 제4차 국민의힘 전당대회에서 당대표로 선출된 뒤 수락 연설을 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윤 대통령과의 잦은 대립을 두고 우려가 이어졌지만, ‘당심’은 한 전 대표의 손을 들어줬다. “국민의 마음과 국민의 눈높이에 더 반응합시다. 민심 이기는 정치 없습니다”라고 한 지난해 7.23 전당대회에서 한 전 대표는 63%의 득표율을 얻으며 1차 투표만으로 당 대표직을 거머쥐었다. 

 

“민심의 파도에 올라타자”는 ‘국민 눈높이’가 이번에도 그의 돌파구가 될 수 있을까. 윤 대통령 탄핵심판에서 헌법재판소의 결정만 남은 현시점에 국민 열에 여섯은 탄핵에 찬성한다. 한국갤럽이 지난달 25∼27일 전국 유권자 1000명을 대상으로 전화면접조사 결과, 윤석열 대통령 탄핵에 대해서는 찬성 응답이 59%로 반대 응답(35%)을 앞섰다. 그 밖의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하면 된다.

 

대중의 높은 관심도 주요 무기다. 한 전 대표 자서전은 발매 첫 주 주요 온라인 서점 플랫폼에서 국내도서 종합 베스트 1위를 차지했다. 1만 부만 팔려도 대성공이라는 출판계에서 한 전 대표의 책은 예약 판매부수만 4만 권을 돌파했다. 온라인 검색 빈도에서도 대중의 관심이 엿보인다. 구글트렌드 분석에 따르면, 2월 한 달간 한 전 대표에 대한 검색 빈도는 김문수 고용노동부 장관, 오세훈 서울시장, 홍준표 대구시장 등 다른 여권 잠룡(갤럽 조사 지지율 상위권 기준)을 대부분 앞질렀다. 타 후보가 검색 빈도에서 한 전 대표를 앞선 날은 2월1일(홍준표), 4·14·19일(김문수) 총 4일뿐이었다.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의 저서 '한동훈의 선택 - 국민이 먼저입니다'가 서울 종로구 교보문고에 책이 진열돼 있다. 뉴시스

◆WEAKNESS: 정치력 증명 한계와 ‘정치인 한동훈’의 성과 부족

 

정치인에게 여론을 읽어내는 능력과 높은 인지도는 큰 강점이지만, 그것만으론 충분치 않다. 특히 ‘국민통합’이 절대 명제인 대선에서 고도의 정치력은 필수다. 한 전 대표는 이 부분에서 물음표를 떼어내지 못했다.

 

한 전 대표가 정치를 시작할 때 윤 대통령과 원활한 소통을 기대한 이들이 많았다.  ‘윤 정권 황태자’, ‘소(小)통령’ 등 그가 가졌던 별명이 ‘여의도’에서도 적용될 것이라는 기대였다. 정작 그가 여의도에서 활동한 후에 윤·한 갈등이 거듭 불거졌다. 당내에선 한 전 대표가 ‘초보 정치인’의 면모를 드러낸다는 불만이 터져 나왔다. 한 국민의힘 의원은 “‘용산’이 잘못을 많이 한 건 맞지만, 여당 대표로서 갈등을 원만하게 관리하지 못한 건 당 대표의 책임”이라고 말했다.

 

국민의힘 내 한 전 대표 ‘비토’는 단순히 ‘탄핵 찬성’ 때문은 아니다. 탄핵 표결 전후 의원총회에서 공개적으로 친윤(친윤석열)계와 벌인 설전이 그를 둘러싼 비판적 감정을 알려주는 대표 사례다. 그는 의원총회에서 “제가 계엄을 했습니까”라는 말로 의원들의 반발을 샀다. 법무부 장관 시절 야당을 향해 쏘아붙인 ‘직설적 화법’이 같은 당 의원들에게도 향했고, 이는 많은 의원들을 돌아서게 했다.

 

윤 대통령을 중심으로 결집한 ‘탄핵 반대’ 여론을 다독이는 것은 더 큰 숙제다. 탄핵이 인용된다면 한 전 대표를 향한 ‘배신자’ 공세는 강화될 가능성이 크다. 한 재선 의원은 “한 전 대표는 지금이라도 탄핵 반대 집회에 매일 나가 지지자들에게 죄송하다고 고개 숙여야 한다”고 말했다. 국민의힘 대권 주자는 결국 ‘당심’이 좌우하는 당내 경선에서 1등을 차지해야 한다. 최근 한 전 대표가 윤 대통령에 대한 ‘인간적 미안함’을 연일 드러내고 있는 건 돌아선 당심을 끌어안는 차원으로 보인다.

 

‘정치인 한동훈’의 성과가 눈에 띄지 않는다는 점도 고비다. 정치인 한동훈의 대표 성과는 ‘금융투자소득세 폐지’와 ‘10·16 재보궐선거 텃밭(부산 금정·인천 강화) 수성’이 꼽힌다.  한 전 대표가 추진한 ‘여·의·정 협의체’는 빈손으로 끝났고, 그가 추진 의지를 밝힌 ‘제3자 추천 방식의 채 상병 특검법’은 당내 반발로 무산됐다. 야권 유력 주자인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나 ‘여권 잠룡’인 오세훈 서울시장, 홍준표 대구시장 등이 다년간의 행정 경험을 내세울 때 한 전 대표의 상대적으로 부족한 정치 경험은 약점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해 7월 24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앞 파인그라스에서 열린 국민의힘 신임 지도부 만찬에서 당시 한동훈 대표(왼쪽)와 손을 맞잡고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OPPORTUNITY: 尹 탄핵 인용 시, 보수 여론 변화 가능성

 

최근 여론조사상 한 전 대표의 지지율은 한 자릿수다. 일각에서는 윤 대통령 탄핵 인용 이후 여론 지형 변화가 기회일 수 있다고 본다. 한 국민의힘 관계자는 “TK(대구·경북)는 이준석을 당대표로 만들었고, 윤 대통령도 우리 사람으로 받아들였다. 당원들은 이기기 위해서라면 유연하고 합리적인 판단을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친한계 측은 ‘계엄반대·탄핵찬성’ 입장을 낸 한 전 대표의 확장성을 무기로 당심을 회복할 것이라고 기대한다.

 

한국갤럽이 지난달 25∼27일 진행한 여론조사에서 ‘국민의힘 지지자’라고 밝힌 응답자들은 ‘선호하는 장래 지도자’로 김 장관(26%)을 가장 많이 꼽았다. 한 전 대표(11%)는 2위를 차지했다. 전주엔 김 장관(25%), 홍 시장(13%), 한 전 대표(11%), 오 시장(9%) 순이었다. 한 전 대표는 이번 주부터 북토크·강연 등의 공개 행보를 통해 당원들과 소통을 넓히며 당심 회복에 박차를 가할 예정이다.

 

또 다른 카드는 ‘자기희생’이다. 정치행보를 재개한 한 전 대표는 첫 카드로 ‘임기단축 개헌’을 꺼내들었다. 약점으로 평가되는 ‘경험’을 ‘희생’으로 돌파하겠다는 것이다. 그는 한 언론 인터뷰에서 “만에 하나 올해 대선이 열리고 대통령에 당선된다면 개헌을 이끌고 3년 뒤인 2028년 물러나겠다”라고 밝혔다.

 

다만 헌법재판소가 윤 대통령 탄핵심판에서 ‘기각’ 결정을 내릴 경우, 한 전 대표의 입지는 더욱 위축될 가능성이 크다. 윤 대통령이 복귀하면 여당 내에서 자연히 윤 대통령의 구심력은 강화되고, 탄핵에 찬성했던 친한계는 물론 한 전 대표의 정치적 입지는 줄어들 수밖에 없다. 이 경우 한 전 대표에 대한 출당 요구 등이 나올 수도 있다.

한동훈 국민의힘 전 대표가 지난 2일 서울 종로구 나온 씨어터에서 제2연평해전을 다룬 공연 '바다는 비에 젖지 않는다'를 관람하기 위해 이동하며 지지자들과 인사를 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THREAT: ‘조선제일검’ 엘리트 검찰 이미지

 

한 전 대표의 책 출간 직후 작은 소란이 일었다. 글쓴이 소개에 ‘검사 한동훈’의 이력이 담기지 않아서였다. 저자 소개란엔 그가 제37회 사법시험에 합격하고, 사법연수원을 수료했다고만 짧게 기록됐다.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이명박 전 대통령 수사’, ‘양승태 대법원장 수사’, ‘조국 사태 수사’ 등 ‘조선제일검’이라고 불렸던 한 전 대표의 화려한 수사기록에 대한 언급이 전혀 없었다. 그의 정치권 진입의 배경이 이러한 수사 및 민주당 이재명 대표 수사과정에서 불거진 야당과의 대립각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의외의 태도다. 이를 두고 “국민들이 검사를 두 번 뽑겠나(영남 재선 의원)”와 같은 지적을 고려한 것이라는 해석이 쏟아졌다.

 

정치권엔 윤 대통령이 야당과 협치하지 않고, ‘김건희 명품백 수수 논란’ 등에 사과하지 않는 등 고집스러운 면모를 보인 것이 모든 사안을 법의 잣대로 바라보는 검사의 시각 때문이라는 지적이 있다. 20여년을 검사로 살아온 한 전 대표도 다르지 않다는 우려는 타당할 수 있다. 한 전 대표는 비대위원장과 당 대표를 지내며 “유례없이 강도높은 단련을 받았다”고 했으나, 한 국민의힘 관계자는 “그렇게 따지면, 윤 대통령도 ‘대선’이라는 압축 단련을 받은 것 아니냐”라고 말했다.

 

윤석열정부 아래서 법무부 장관으로 지내면서 불거진 사안이 한 전 대표를 겨냥할 수도 있다. 윤석열정부는 기존 청와대 민정수석 하에 있던 인사검증 권한을 법무부로 이관했고, 이 법무부의 수장이 한 전 대표였다. 윤석열정부 초반, 야당은 현 정권의 인사가 ‘검찰’ 위주로 이어지고 있다고 비판한 바 있다.

 

조기 대선이 펼쳐진다면 한 전 대표는 윤 대통령의 그림자를 걷어낼 수 있을까. 이번에야말로 그는 ‘검사 한동훈’과 ‘정치인 한동훈’의 기로에 섰다.


김나현 기자 lapiz@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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