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달앱 경쟁에 유탄 맞은 라이더… “수입 줄고 위험은 커져” [심층기획-한국산업의 미래 묻다 ‘Q’]

세계일보

5년차 라이더 일상으로 본 현실

배민, 3년 동안 3차례 정책 수정
평균 배달료 27% 이상 줄어들어
물가상승 고려하면 하락률 더 커
올해 무료 구독 확대 더 어려워져

우청, 유상운송보험 의무화 폐지
사고 땐 수리·의료비 라이더 부담
“상생 외치지만 안전은 역행” 비판

“20건에 못해도 10만원 벌었는데 지금은 7만∼8만원 수준이다.”

경기도 부천에서 약 5년째 라이더로 일하고 있다는 김용찬(36)씨가 4일 전한 최근 하루 배달료 수입 현황이다.

김씨는 위험하지만 부지런히 일한 만큼 벌 수 있다고 생각해 30대 초반부터 배달기사의 길을 걷고 있다. 하지만 지금은 “이 일을 계속하는 것이 맞는 것인지 고민이 된다”고 했다. 점심을 거르며 오토바이를 타도 연료비와 보험 등 각종 비용을 빼고 나면 한 달에 가져가는 돈이 200만원 중후반 정도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김씨는 “물가는 치솟았는데 내 임금은 오히려 줄었다”며 “배달앱들이 상생을 외치면서 라이더는 안중에도 없는 것 같다”고 하소연했다.

실제로 세계일보가 김씨로부터 받은 2021∼2025년 ‘우형커넥트’를 운영하는 우아한형제들의 자회사 우아한청년들(우청)의 배달료 지급액을 살펴보면 수입이 2022년부터 매해 감소 중이었다. 김씨는 2022년 2월 한 주간 156건의 배달을 한 뒤 86만7765원을 벌었다. 배달 1건당 평균 5560원을 받은 셈이다.

하지만 이듬해인 2월 한 주 동안에는 122건의 배달을 처리해 53만6620원을 벌었다. 이는 건당 평균 4340원으로, 1년 전보다 22%(1220원)가량 줄어든 금액이다. 감소세는 이어져 올해 2월 한 주간 김씨가 벌어들인 금액은 57만300원(141건)으로 건당 평균 4040원에 불과했다. 평균 배달료가 3년 전보다 27% 이상 쪼그라든 것이다.

여기에 물가상승률을 고려하면 실질임금 하락률은 더 커진다. 사회적 거리두기 해제의 영향으로 2022년 한국의 전년 대비 소비자물가상승률은 5.1%로 껑충 뛴 뒤 2023년 3.6%, 지난해에는 2.3%를 기록했다.

이처럼 배달기사의 처우가 악화한 배경에는 배달기사에 불리하게 바뀌어온 배달료 정책이 자리한다. 우청은 크게 세 차례 배달료 정책을 수정했다. 우청은 2021년 노사 간 합의를 통해 기본료 3000원에 내비게이션 거리에 따른 추가금 시스템을 만들었다. 하지만 2년 뒤인 2023년에 자체 배달인 ‘배민1’에 알뜰배달(동선이 비슷한 목적지를 묶어 배달)을 도입하며 단건배달 3000원, 알뜰배달 2200원(픽업요금 1200원, 전달요금 1000원)으로 정책을 변경했다. 배달기사가 1.5㎞ 떨어진 목적지와 2.0㎞ 떨어진 목적지 두 곳을 차례로 방문해 배달한다고 가정했을 때 기존에는 각각 3500원씩 7000원을 벌 수 있지만 구간배달로 할 경우 1000원이 줄어든다. 이마저도 올해에는 전 구간 기본료를 2500원으로 통일하고 악천후에 따른 ‘기상할증’은 종전의 절반 수준인 500원으로 줄여 배달기사들이 손에 쥐는 금액이 더 줄었다.

우청이 지난해 7월 기존에 운영 중이던 유상운송보험 의무화 제도를 폐지한 것도 일각에선 문제 삼는다. 유상운송보험은 배달기사 전용 보험이다. 여기에 가입하지 않은 배달기사는 사고를 낼 경우 차량 등에 대한 수리비는 물론 의료비까지 스스로 감당해야 한다.

배달기사와 비슷한 직종인 퀵서비스 기사의 2023년 산재신청 건수는 6856건에 달하지만 유상운송보험 가입자는 40% 수준(진보당 윤종오 의원실 자료)에 그쳤다. 윤 의원은 유상운송보험 가입 의무화를 골자로 한 ‘생활물류서비스산업 발전법’ 일부 개정 법률안을 대표발의한 상태다.

우청 관계자는 “유상운송 의무화와 관련된 논의사항을 숙지하고 있다”며 “유상운송보험 의무화 법제화 시 성실하게 이행하겠다”고 밝혔다.

채명준 기자 MIJustice@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