軍, 병력부족 대응 여군 투입 늘려
2020년 2.5%→2024년 7.1% 불구
여자샤워실 없는 곳도 46% 달해
관련기준엔 ‘화장실 1곳 필수’ 명시
“화장실 가려 산 타는 등 고충 상당
훈련 때 물 안 먹거나 밥 거르기도”
부족한 시설, 여군 확대 발목 우려
8일 ‘국제 여성의 날’을 앞둔 가운데 여성 군 장병을 위한 근무환경 개선이 여군 증가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저출생에 따른 병력 감소로 여군을 일반전초(GOP)까지 투입하는 사례가 늘고 있지만, 전방에선 여군을 위한 화장실이 중대 소초 10곳 중 6곳에 그치는 등 필수 생활시설조차 열악한 것으로 나타났다.
5일 국민의힘 강대식 의원실이 국방부로부터 제출받은 ‘GOP 부대별 성별 구분 시설 설치 현황’에 따르면 지난달 기준 육군 GOP 전체 중대 소초 275곳 중 112곳(40.7%)에 여자 화장실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샤워실이 없는 곳은 45.8%(275곳 중 126곳)에 달했다.

최전방 근무 경험이 있는 여군 A씨는 “여자 화장실이 대대본부에만 있는 경우 급할 때 도보로 15분 이상 걸어가거나, 산을 타고 가야 하는 등 고충이 상당했다”고 토로했다. GOP를 포함한 전군에서 2022년 기준 건물 3곳 중 1곳 이상(34.7%)에 여자 화장실이 전혀 없는 것으로 집계됐다. 특히 해병대는 54.9%, 육군은 39.1%에서 여자 화장실이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여자 화장실이 있더라도 대부분 변기가 1개였다. ‘국방·군사시설기준’에 따르면 근무자가 상주하는 시설은 여성 화장실 1개소 이상을 두고 변기 수는 2개 이상 설치해야 한다.
군은 2018년 ‘국방개혁 2.0’을 발표하면서 여군도 GOP 지휘관을 맡을 수 있다며 배치를 확대했다. 최전방 GOP에서 근무하는 여군 비율은 2020년 2.5%(57명)에서 2024년 7.1%(191명)로 늘었다. 지난해 국방부는 병력 감소 문제에 대응해 10% 수준인 여군 비율을 2027년 15.3%까지 확대하겠다는 목표도 세웠다. 한국국방연구원(KIDA)에 따르면 현재 50만명 수준인 군 병력은 2035년 46만5000여명, 2039년 40만명, 2043년 33만명 수준으로 급감할 것으로 예측됐다.
전방 부대 소대장으로 근무한 육군 대위 출신 B씨는 “훈련할 때 여군들이 화장실 문제로 물을 안 마시거나 밥도 안 먹는 경우가 많았다”며 “이동형 화장실이 대안으로 있다지만, 병사들이 이동형 회장실을 들고 산을 오르는 일이 여군 장교 입장에선 부담스러운 일”이라고 했다.
부족한 필수시설은 장기적으로 여군 배치 확대의 걸림돌이란 지적도 나온다.

지난해 실시한 국방부 양성평등 지표조사에서 여군은 당직근무 및 야외 훈련 시 화장실, 훈련 숙영지 등 물리적 공간 이용에서 남성 군인보다 더 많은 어려움을 경험했다고 답했다. 또 여군은 ‘화장실, 숙소 등 물리적 공간의 미비를 이유로 배치를 제한받는다’는 질문에 27.8%가 ‘그렇다’고 답했다.
강 의원은 “여군 인력 확대를 위해서는 실질적인 근무환경 개선이 반드시 동반돼야 한다”며 “체계적이고 신속한 여군 시설 확충을 통해 여군의 인력 운용을 보다 효율적으로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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